국방부가 ‘21세기판 을사늑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무산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 체결을 재추진한다. 국회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보보호 협정 체결을 위한 현안보고를 받았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한국이 32개 나라와 정보보호 협정을 맺을 때는 정부 내에서 이뤄졌지만 일본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서 추진하고자 공개했다”며 “일본과 안보협력 필요성 때문에 추진하게 됐다”고 보고했다.

의원들은 일본에 유리하고 한국이 얻을 실익이 없는데다 현재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을 모면하려고 내놓은 ‘꼼수’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재추진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이 체결됐고 북한과 일본 정부는 독자적으로 수집하고 한일 관계를 통해서도 수집할 수 있는데 이런 엄중한 시기에 내놔야할 정도로 시급한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의원은 군사정보협정을 체결할 경우 일본 이지스함 등 자산에서 나오는 일부 자료가 한국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이 탈북자 등 휴민트를 통해 얻은 정보 등을 통해 일본에서 얻는 효과가 더욱 커 한국이 굳이 나서서 일본과 군사정보협정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논의 추진 자체도 국방부가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까지도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었다고 했던 국방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부 실무자에게 9월21일과 10월6일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데 당시 ‘일체 검토한 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국방부에서 이번 사안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NSC에서 내려온 오더다. 전화로 통보해왔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민구 장관은 2주 전인 지난 14일까지도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군사정보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군사정보협정 체결 논의 재개를 처음 밝힌 것은 국방부가 아니라 외교부 제1차관이었다”며 “양국 국방 당사자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을 왜 외교부가 결정했느냐”고 지적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27일 오전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를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다는 측면에서 협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민구 장관은 국감 당시 외교부와 사전실무 접촉이 없었다고 했으나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4차 핵실험 이후(1월6일)부터 여러 가지 군사적 필요성이 제기됐고 특히 5차 핵실험 이후에는 유관부처 간 수차례 걸친 논의가 진행됐다”고 답했다.

김동철 의원은 장관이나 외교부 둘 중 한 곳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진표 의원은 “군사정보 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한 것이 청와대 안보수석비서관인가 아니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인가”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 장관과 NSC가 내놓은 군사정보 협정은 박근혜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살리려고 꾀를 낸 것 같다. 이건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 마음속에서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죽이는 꾀”라고 지적했다.

한민구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군사정보 협정은 1989년부터 논의가 시작됐고 2012년 무산된 이후 4·5차 핵실험 이후 협정 체결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한민구 장관은 “우병우가 왜 나오느냐. 4차 핵실험 이후부터 논의 재개 필요성을 느껴 검토한 사안인데 그 중에 문제가 된 사건(최순실 국정농단)이 발생한 것”이라며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부분으로 비춰질까봐 염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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