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의 해묵은 재송신 수수료 분쟁이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으로 번졌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에 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재송신수수료를 받아왔는데 지상파가 채널별로 같은 금액을 요구하는 게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담합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26일 지상파 3사가 IPTV, 케이블, 위성방송에 재송신 수수료를 가입자당 280원씩 요구하고, 가격 인상을 할 때도 같은 금액을 제시하는 게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같은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재송신 수수료 분쟁에 관해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시장지배사업자들의 강력담합 소지가 다분히 보인다”면서 “제조원가가 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똑같다는 것은 분명한 담합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이에 대해 지상파가 회원사로 소속된 방송협회는 26일 입장을 내고 “재송신 대가는 지상파3사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금액이 아니라 각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사이의 협상을 통해 정해진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 3사가 동일한 금액으로 계약한 것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 3사 모두와 같은 금액으로 협상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측 입장이 팽팽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더라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결론짓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1월 법원이 이미 지상파가 남인천방송 등 10여개 케이블방송업체를 상대로 한 재송신 소송에서 법원은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왜 담합이 아닌 걸까. 공정거래법 19조에 따르면 담합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돼야 할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즉, 멜론과 지니처럼 독과점인 음원서비스 중 하나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업체가 가격을 똑같이 정해 이익을 취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다.그러나 지상파방송의 경쟁관계는 일반적인 상품처럼 하나를 선택해 구입하는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시장의 경제상황과 공정한 거래질서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역시 국감에서 “담합조사를 해야하는지 검토하겠다”면서도 “가격이 같다는 것만 갖고 담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고 해서 지상파에게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채널별로 시청률이 다르고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다른데도 유료방송에 같은 가격을 요구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더군다나 지상파는 적절한 재송신 시장가격이 어느정도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재송신 수수료를 280원에서 400원대로 무차별적인 가격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작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재송신 가격산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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