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개입’ 사태에 대해 농민·빈민·청년·여성·종교계 등 범시민사회가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대통령 하야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정농단’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노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민주주의국민행동, 가톨릭농민회, 한국청년연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 75개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직 촉구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자도 아닌 한 개인이 국정을 농단한 이 사건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사건”이라면서 “본인이 입만 열면 강조했던 애국심이라는 것이 실제로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하루 빨리 대통령직을 사퇴하라”고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나라꼴이 개판이다”, “박대변인 사퇴하고 최대통령 하야하라” 등 노골적인 비난 구호가 거리낌없이 제기됐다.

▲ 75개 시민사회단체가 10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촉구 시민사회 합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국회를 향해 “‘최순실 파일’을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을 요구했다. 내각총사퇴 및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포함한 정국수습을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 각계각층을 아우른 ‘비상시국회의’ 결성 제안도 나왔다.

여는 발언에 나선 김중배 민주주의국민행동 고문은 현 시국을 ‘나라의 치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 안보, 장관·청와대 인사, 경제·문화 정책, 모든 것을 국무회의·비서실이 결정했느냐?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했느냐”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꼭두각시라는 대형 그림이 여러 곳에 전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문제가 내각 총사퇴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은 “세월호가 터졌을 때 우리는 이 정권의 끝을 보았다. …(중략)… 백남기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본 정권의 뻔뻔함은 인간이 지니는 최소한의 양식, 염치를 져버리는 행동이었다”면서 “박 대통령 한 사람 사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보좌하는 모든 세력들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책임물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 75개 시민사회단체가 10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촉구 시민사회 합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비선실세 국정 농단’ 논란을 ‘대통령 기록물 관련 문제’로 축소시키는 시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물어야 할 건 법률적 죄가 아니라 헌법적 죄”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박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을 부정했고 국민 주권을 부정했고,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헌법을 수호해야 될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명확하고 단호하게 주권자의 명령을 보여주고 국민의 뜻에 따라 이 문제를 헌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닉슨 미 전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 등 헌법질서 위반 혐의로 대통령직을 사퇴한 사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사퇴 요구는 나날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민주노총 전략후보로 당선된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은 26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범국민 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청년들도 하야 요구에 동참했다.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일동’이 “선배님께서는 더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며 “국기를 흔드는 현 정부는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선언했다. ‘박근혜탄핵대학생운동본부’는 이날 정오 국회 본관 계단에서 “국회는 즉각 박근헤를 탄핵하라”는 유인물을 뿌렸다.

한편 75개 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3년 8개월간의 실정을 열거하며 국정농단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 ▲선거공약 백지화 ▲노동개혁 5법 일방적 추진 ▲세월호 참사 및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및 건국절 추진 ▲2015년 12월 한일협상 ▲개성공단 폐쇄 ▲국민적 합의없는 사드배치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이 이들이 읊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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