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면전환용 카드로 던진 개헌이 다시 ‘최순실 게이트’에 눌렸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및 국정발언 자료 등을 발표 이전에 미리 받았다는 JTBC 보도 때문이다. 야당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대상이라고 경고했다.

JTBC 뉴스룸은 24일 최순실씨 컴퓨터 자료를 바탕으로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 문건을 미리 받고 문건을 미리 수정한 사실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200여개 파일중 대통령 연설문 44개 등이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실제로 발언한 것보다 사흘 전 최씨가 연설문을 열람한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 대박론’을 주장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과 청와대 비서진 교체(2013년 8월5일)와 관련된 문서를 포함해 각종 공식발언, 대선광고 동영상, 유세 연설문 등도 최씨가 미리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 24일자 JTBC 뉴스룸 갈무리

우상호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연설을 들은 게 아니라 최순실씨 연설을 들은 건가. 우스개 소리로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이라고 시중에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었는데, 농담이 아니고 진짜 최종결재권자는 최순실씨였나”라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길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가기밀이 최순실씨 컴퓨터로 흘러가서 또 어디로 갔을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NLL 대화록부터 여러 가지 국가기밀 논란으로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후보를 괴롭힌 당사자들이 그 시간에 이런 짓들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런 국기문란이 또 어디 있나.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대상”이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또한 “아무리 현직 대통령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진실을 밝혀야한다. 박 대통령 말고는 이 진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박 대통령이 왜 연설문을 최순실씨에게 보내고 수정하도록 하고, 수정한 내용을 읽었는지 직접 밝혀야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사죄해야한다. 다른 사람이 밝힐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문 문서유출에 대해 직접 밝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 있는 윤호중 정책위의장에게 물어보니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이 업무컴퓨터를 가지고 외부에 이메일을 보내면 국정원에 바로 걸린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대통령이 직접 보낸 게 아니고서는 국정원 모르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원내대표단 사이에서 “우병우도 직무유기 아닌가”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을 사람 있겠느냐. 시스템으로 성립 자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원종 실장의 이야기대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봉건시대에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경복궁 궐내에 소격서를 설치한 적은 있어도 소격서에 국정을 맡긴 적은 없다. 석기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를 당장 소환조사하는데도 검찰이 미적거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동서고금, 유례없는 국정농단,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이 사건에 대해 지금 당장 최순실씨를 국외로부터 소환해서 구속 수사해야한다”며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의하면 대통령 기록물을 반환하지 않고 무단 파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고 손상, 변질시켰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앞서 추미애 민주당 당 대표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은 여전히 ‘그런데 최순실은’ 이렇게 묻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의 온갖 연설문을 미리 보고 받고 밑줄을 그어 수정했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오늘 할 일, 임기 중에 완수할 일은 따로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해명하고 당장 최순실을 국내소환해서 조사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발언과 관련 국면전환용 개헌 반대 등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추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에서도 “대통령이 지금 먼저 해야할 일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단호하게 최순실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증거물에 대해 압수수색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우병우 수석부터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연설문 파일도 최순실이 증거인멸하기 위해 내버린 물건 중에 찾아낸 것 아닌가. 수사당국은 버려진 물건 속에 증거를 찾아낸 언론인만큼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2014년 정윤회 게이트에서는 민정수석실에서 즉각 문건유출에 대해 고소고발과 검찰 조사를 했던 것과 판이하게, 지금은 속도가 너무도 늦다. 이미 밝혀진 것만 가지고서도 최순실씨를 즉각 구내로 소화해서 조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만으로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5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누리당도) 야당과 협력해 빠른 시일 안에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정치권은 개헌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특별감찰관이 있어야 수사할 텐데 특별감찰관은 물론 특별감찰관보도 없고, 도대체 어디서 조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민정수석도 조사대상”이라며 “수사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수사 주체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원내대표단 사이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박계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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