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상파 UHD방송 도입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가 미뤄지고 있다. 이미 지상파에 주파수가 할당돼 UHD방송을 허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상파가 투자계획을 지키지 않아 방통위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 예정된 지상파 UHD허가 일정을 당일 돌연 연기했다. 전체회의 안건이 당일 취소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고낙준 방통위 지상파정책과장은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코멘트하기 힘들다”면서 “위원들 간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 연기했다. 1~2주 의결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수의 정부 및 업계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상파가 내놓은 UHD 콘텐츠 투자금액이 당초 약속과 달리 크게 줄었고 콘텐츠 제작계획도 구체적이지 않아 허가 계획이 연기됐다.

▲ 'KOBA 2016' SBS 전시부스. 오른쪽 모니터는미국식 표준을 지정할 경우 UHD가 단순히 화질 개선만 되는 게 아니라 IP와 연동을 통해 VOD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사진=금준경 기자.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는 지상파가 UHD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에 논의가 늦어지는 것”이라며 “지상파가 낸 계획대로는 허가를 내주기 힘들다. 따라서 추가로 지상파에 자료보완을 요청을 하게 돼 일정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UHD 허가심사는 UHD심사위원회가 진행하고 방통위는 최종 의결을 하기로 했으나 지상파가 자료제출을 성실히 하지 않아 방통위가 직접 심사까지 진행하게 됐다. 

지상파는 주파수 배분을 두고 통신사와 쟁탈전을 벌일 때만 해도 12년 동안 6조7802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UHD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계획에 근거해 내년 편성의 5%를 UHD로 제작하고 2027년까지 100% 편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상파는 해당 계획이 광고규제완화를 전제한 것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지키기 힘들다는 입장을 냈다.

현재 지상파가 밝힌 투자계획은 예정된 금액의 7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S1과 KBS2의 투자계획이 MBC, SBS보다 구체적이지 않고 금액 또한 크게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다른 지상파와 달리 우리는 채널을 2개 갖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면서 “MBC나 SBS는 수도권 UHD만 직접 준비하고 다른 지역은 계열사나 지역 민영방송이 하면 되지만 우리는 전국의 UHD 송신설비를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나 SBS는 상대적으로 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UHD콘텐츠 제작비 부담을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 등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일 MBC 뉴스투데이는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이 양질의 UHD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지상파에만 금지돼 있는 중간광고를 이제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보도했고, 지난달 23일 SBS 8뉴스는 “7조 원 가까이 투입되는 UHD 방송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지상파 UHD 도입에 차질을 빚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지상파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사와 올해 초부터 ‘안테나 내장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안테나가 없으면 UHD TV가 있어도 UHD 방송을 볼 수 없다. 또, 지상파가 송출방식을 미국식으로 확정하면서 현재 생산되는 TV의 표준인 유럽식과 표준이 맞지 않아 지상파 UHD를 보려면 별도의 수신기를 구매해야 하지만 비용부담을 놓고 지상파, 가전사, 미래부가 다투고 있다. 

방송법에 따라 EBS 송신장비 지원을 해온 KBS는 UHD방송 송신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EBS와도 갈등 중이다. 케이블, IPTV등 유료방송과 재송신협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고 송신기술 역시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