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재단 주인이 누군지 이제 드러났다. 재단 정상화 웃기지도 않는다"고 말한 녹취록이 21일 대통령 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이 전 청장이 안종범 경제수석과 통화하고 만난 사실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르 재단이 청와대와 함께 '행사' 즉 공동 사업을 추진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르재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볼 수 있는 이 전 사무총장의 폭로는 최순실씨와 청와대의 재단 설립 및 운영 개입을 기정사실화해 내용으로 볼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 현장에서 미르재단 이 전 사무총장과 의원실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총장은 "최순실씨를 미르와 관련해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보이지 않는 권력행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다 밝혀졌지만"이라고 말해 최씨를 사실상 미르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한 인물로 지목했다.

이 전 총장은 최씨가 미르 재단 운영과 관련해 지시를 하면 자신이 "권한을 행사하려면 드러내놓고 하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총장은 "최순실씨가 추천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사회 이사들한테 정당하게 누구 추천을 받았다고 말을 못하거나 지금 언론에 나오는 비선실세의 추천을 받고 오신 분들은 그만 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성한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미르에서 공채로 뽑은 인물은 2명 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두 추천을 받아 뽑았다. 재단 운영과 관련해 갈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총장은 "재단 주인이 누군지 이제 드러났다. 재단 정상화는 웃지기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정상적으로 문화융성사업을 하는 곳이라고 말한 것과 180도 배치되는 말이다.

이 전 총장은 기업 모금과 관련해 "약정을 이행해달라고 몇 번이고 기업들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미르재단이 기업에 보낸 ‘설립 출연금 납부 관련’ 공문을 보면 납부 기한을 지난해 11월 27일로 제한한 것으로 나온다. 미르 재단이 해당 공문을 접수, 발송한 날짜는 2015년 11월 23일로 돼 있다. 이 전 총장은 "어떤 이유든지 약정을 했는데 이 기업이 자기네 계열사에 배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전 총장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청와대의 재단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장은 "4월 4일 안 수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당시 재단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있어서 알려주러 연락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에콜페랑디 사업 때문에 여러 차례 (안 수석을) 만났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총장은 "청와대 관련 행사를 많이 제안 받았다"면서 "교육문화수석실하고 경제수석실하고 협력을 했다. ODA 사업은 외교수석실까지 포함됐다"고 말했다. 경제수석실 뿐 아니라 청와대의 다른 수석실까지도 미르 재단과 깊게 연관돼 사업을 추진했다는 얘기다.

이 전 총장은 "그걸 왜 경제수석이 했는지는 모른다"고 했고, 해임 후에도 최순실씨와 안종범 수석과 수차례 통화를 했다고 털어놨다.

이 전 총장은 "날짜별로 녹음파일 77개 있다"고 말해 미르 재단 문제와 관련해 최씨와 정권 인사와의 방대한 통화 내용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출석한 안종범 수석은 이 전 사무총장과 통화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청와대의 개입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안 수석은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미르재단이 출범하고 난 뒤에 그 재단의 임원진들을 인사하는 자리에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지난 4월 4일 이 전 총장이 자신과 안 좋은 소문 문제로 안 수석과 통화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그런 내용으로 통화했지만 인사에 개입한 사실은 이사 관련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지금 수사 중이기 때문에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수석은 에콜페랑디 사업으로 이 전 총장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그것 때문에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사항은 수사 과정에서 분명히 밝힐 것이고 수사 중인 건이기 때문에 제가 더 이상 말씀을 못 드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전 총장과 만난 사실은 있다고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안 수석은 청와대 수석실이 미르재단과 협력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이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각 순방이나 정상외교에 있어서의 각종 MOU나 정상외교에서의 중요한 사안들은 기본적으로 사전에 각 부처별로 협의를 하게 돼 있다"며 "최종적으로 청와대에서 관련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회의하는 과정도 있다. 그런 과정에 한두차례 제가 알기로는 미르의 관계자들이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의 발언은 미르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개인인 최씨가 관여하고 청와대까지 개입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