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으나 변죽만 울렸다.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한 목소리로 최순실 등 핵심 의혹들을 박 대통령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국내외 법인, 재단들과 이화여대에서 벌어진 일들을 종합하면 모든 건 ‘정유라 메달 프로젝트’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야3당은 동행명령권을 만지작거리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감사 출석을 압박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동행명령권을 발동해도 강제성은 없다.

‘최순실’이 핵심인데 언급도 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역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며 관련 의혹에 관해 "도를 지나친 인신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시간 절반 가량을 두 재단과 모금에 참여한 기업을 두둔했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허위문서로 재단설립을 신청하고 특혜성 허가를 내준 점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 언론 역시 1면 기사로 이 소식을 다루면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게이트 닫으라는 대통령"(경향신문) "최순실 가린 채 '불법 있다면 처벌' 박 대통령, 미르K수사 가이드라인"(한겨레) "무작정 논란 덮자는 대통령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조선일보) 등이다. 

신문 사설을 보면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대동소이했다. 그만큼 대통령의 해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우선, 이들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이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이 정말 궁금해 하는 건 이화여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정부부처와 대기업들을 쥐락펴락했다는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라며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대해 직접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비선 실세인 최씨와의 관계를 밝히고 최씨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미르나 K스포츠, 최순실, 차은택이라는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다. 국민은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는데 대통령은 마치 남 얘기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은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 역시 "도대체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대통령의 비선측근들이 활개 친 까닭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 21일자 조선, 중앙, 동아일보 사설.
이들 신문은 공통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경향신문은 "이번 수사를 특수부가 아닌 일개 형사부에 맡겨 처음부터 수사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고 밝혔고, 동아일보는 사건의 특수부 재배당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수사를 우병우에게 보고하는 검찰이다. 그 우 수석이 최순실 수사도 보고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게 ‘정유라 메달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나

미르, K스포츠재단 의혹은 최순실씨의 독일 현지 페이퍼컴퍼니 비덱으로 옮겨 갔다. 이 회사는 대기업이 수백억원을 모아 설립한 케이스포츠재단의 돈을 최순실씨 모녀를 위해 보내는 창구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순실씨의 2년 간의 행적을 짚어보면 수 많은 회사들의 존재가 결국 정유라씨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유라씨 훈련 스케쥴에 맞춰 최순실씨가 소유하거나 관계가 있는 법인들도 움직였다.

최씨가 독일 현지에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하면 같은 해 최씨의 측근이 국내에 스포츠 컨설팅회사를 만드는 식이다. 경향신문은 "비덱의 독일 호텔 매입 시점이 딸 승마훈련 돌입 때와 겹친다"면서 "최순실씨의 지난 2년 행적은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씨를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인상을 준다"고 밝혔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비덱의 주소지인 독일의 비덱 타우누스호텔에 찾아갔으나 직원들을 만나지 못했다. 직원들은 논란이 되자 회사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호텔의 전 주인 브란델은 "며칠 전까지도 한국인 2~3명이 보였는데 19일 호텔 간판이 갑자기 떼어졌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최씨를 돕던 직원들은 급히 이곳을 떠난 듯 보였다"면서 "호텔 뒤편 뜰에 있는 재떨이에는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이들이 마시고 버린 우유들에 적힌 유통기한은 공통적으로 10월17일이었다. 10월 중순 전후 호텔을 비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병우 결국 불출석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결국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 수석이 운영위 국감에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권을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정수석의 관례상 불출석은 여야 간 합의 속의 허용된 것"이라며 "우 수석의 불출석을 동의해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동행명령권에 대한 안건 논의 자체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감이 아닌 우병우 개인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권 흔들기용 증인채택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하지만 여도 야도 다음 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고민"이라며 "동행명령장 발부를 요청한 야당으로서는 우 수석이 불응해도 대응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보도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동행명령에 불응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기소유예 내지 약식 벌금에 그쳤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입장에서는 온갖 의혹이 불거진 우 수석을 계속 감쌀 명분이 있지도 않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 수석의 출석을 주장하는 등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 허술함이 화 불렀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서영대씨가 쏜 총에 맞아 숨진 경찰은 서씨가 총을 갖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당시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총 소리가 난다'는 112신고가 있었지만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 숨진 경찰과 함께 충돌한 경찰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도착할 때까지 총기사건이라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방탄조끼와 방검복 등 보호장구 착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상황실이 심각성을 인지했다면 안전조치를 강구했어야 하지만 상황이 긴박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면서 "경찰은 뒤늦게 현장 출동자에게 방탄복을 착용하라는 무전을 했으나 이미 김 경위는 총에 맞아 쓰러진 뒤였다"고 밝혔다. 또, 한국일보에 따르면 사건 당시 번동파출소에 비치된 방탄조끼는 1벌 뿐이었다. 

사제총기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총기 사고가 또 다시 벌어질 수 있지만 관련 매뉴얼도 없는 상황이다. 한겨레는 "경찰 매뉴얼을 보면 용의자가 총기를 소지한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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