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과 청와대 비선실세 관련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해명 없이 논란을 일축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청와대에서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 중 청와대의 관여 여부, 안종범 청와대 수석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 지시 여부 등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박대통령·최순실씨 절친한 사이 아니다?

청와대는 비선실세 관련 의혹을 부정했다.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친밀한 사이가 아니며, 최순실씨와 정윤회씨가 비선실세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 의원실은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와 수사관에게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은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관계를 물었다. 청와대는 이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언니라 부르며 40년 간 고락을 함께한 절친한 사이가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는 역시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한복 주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같은 대답만 내놓았다.

최순실씨가 스포츠마사지센터 정동춘 원장에게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제안하고 실제로 임명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청와대는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 긴밀한 사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최순실씨와 그의 딸인 정유라씨, 그리고 차은택씨 등의 청와대 출입 기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개인 신상에 관한 것으로서 공개 시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유라씨 관련 특혜 의혹은 관계 기관의 책임사항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이화여대가 최순실씨 딸인 정유라씨에 대해 입학과 재학 중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교육부에서 학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마사회 등을 통한 최순실씨 딸 승마를 지원했다는 의혹에도 “승마협회의 국가대표 지원 요청에 따라 마사회가 협조한 정도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병욱 의원실은 우병우 수석과 관련, 청와대 입성이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 처가의 화성 차명 땅 농지법 위반 의혹, 처가의 가족회사를 통한 재산축소와 세금 탈루를 했다는 의혹, 우병우 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할 때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의 변론을 맡았다는 의혹 등을 질의했다. 청와대는 해당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니며,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으니 지켜봐달라”는 답만 내놓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지시 사실 없다”

청와대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청와대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시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출연금을 전경련에 모으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은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전경련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 금액을 구체적으로 할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재단 출연과 관련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만 답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재벌 총수와 식사를 한 구체적 날짜와 참석한 재벌총수, 문화예술재단에 재벌들의 기부를 요청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같은 답을 내놓았다.

차은택씨 비선실세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청와대는 차은택씨 관련 의혹 역시 모두 부인했다. 차은택씨와 그의 외삼촌으로 알려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선임에서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김 전 수석이나 차은택씨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답했다.

차은택씨는 늘품체조 개발과 홍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의원실의 박근혜 대통령이 차은택씨에게 직접 늘품체조를 소개받았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답변과 달리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한 답변도 있었다. 차은택씨에 대해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대통령령을 변경했는지에 대한 의혹에는 차씨의 선임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청와대는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의 개정은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추진을 위한 전담기구 신설의 필요성에 따라 문체부와 미래부 간 협의를 통해 추진했다”며 “문체부에서 차은택 감독을 적임자로서 추천해옴에 따라 위촉했으며 차은택씨의 위촉을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관련 의혹을 부정하고 나섰지만 사실이 아니라거나 관계 부처의 협의, 협조 등을 통한 일이라는 등의 원론적 답변에 그치고 있어 논란을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해보인다.

21일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예정된 가운데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 의혹을 밝히자는 야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는 근거없는 의혹이라는 입장만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야권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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