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정에서 북한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다는 내용의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당사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NLL 대화록 논란처럼 이어질 공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북한 쪽지’ 미스터리…회고록 논란 진실공방으로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인천의 한 기업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다 그렇게(찬성) 했다고 한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그때 남북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인권결의안도 함께 (채택)하는 게 균형에 맞는다고 생각했던 건지, 인권 변호사 출신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외교부 설명을 많이 듣다보니 논리에 넘어갔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를 잘 기억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말도 했다.

문 전 대표 대신 진실공방에 뛰어든 이들은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현 교육감), 김만복 전 국정원장,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북한에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거나 이미 기권입장을 결정한 뒤 북한 의중을 물어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회고록을 쓴 송민순 전 장관은 거듭 회고록의 내용이 맞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17일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억으로 쓴 것이 아니라 기록에 의해 책으로 정리했고, 제 입장은 거기에 다 담겨 있다”고 말했다.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송 전 장관은 또한 “책의 일부만 뽑아 정쟁을 삼으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정치권이 앞장 선 진실공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 중앙일보 3면

양측의 진실공방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 ‘북한 쪽지’다. 송민순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2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순방 중이던 싱가포르에서 직접 송 전 장관에게 한 쪽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현지 노 대통령 숙소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으로부터 ‘인권결의안 찬성은 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북측 ‘반응’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다”는 것.

이 쪽지의 성격과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 적은 쪽지의 전문(全文)은 ‘역사적 북남 수뇌회담을 한 후에 반(反)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인권결의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다’였다”며 “송 전 장관은 남측이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시 찬반 여부를 물어본 데 대한 ‘북한의 답변’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앙은 또한 “대북 관련 정보가 정리된 것(문서)에 당시 북한 인권 문제가 이슈였으니 그런 것도 (담겨)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결의안에 기권한다는) 우리 입장을 알렸고 북한은 자기들이 몇 년 전부터 주장해온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는 백종천 전 실장의 말을 전했다. 김경수 의원도 “북한에 우리 입장을 통보했으니 (정보기관이) 동향을 체크해 보고하지 않았겠느냐. 송 전 장관이 그걸 북측 답변이라고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표결 하루 전인 11월 20일 송 전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세안+3 정상회의 순방을 수행할 당시 백 전 실장이 건넸다는 ‘쪽지’의 성격을 두고도 주장이 갈린다”며 “송 전 장관은 이 쪽지가 북측의 답변이라고 주장하지만 문 전 대표 등은 ‘동향 보고’라고 맞서고 있다. 11월 18일 회의에서 문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두고도 양측 주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잘 모르겠다”는 문재인, NLL 대화록의 교훈?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은 “잘 모르겠다”는 문 전 대표의 입장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문 전 대표의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불거진 직후인 14일 문 전 대표 측은 “(남북한) 여러 채널의 대화가 다양하게 이뤄지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고, 이재정 전 장관과 김경수 의원 등은 “(북측 의견을 물은 게 아니라) 기권 결정을 내린 뒤 북에 통보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17일 “저는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다 그렇게 (찬성)했다고 한다.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 전 장관 등의 증언을 토대로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려던 문 전 대표 측 전략에 문 전 대표 본인이 제동을 건 모양새”라며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진실 공방 자체를 흐리는 효과를 거둔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회고록 논란이 인 지 나흘째인 이날까지도 자신이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北)에 의견을 묻기로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조선은 사설에서 “이 민감한 문제를 북에 물어보았는지 아닌지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억조차 안 난다면 그것은 기억력이 아니라 국가적 사안에 대한 관심과 능력의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일은 정치 공방으로 넘어갈 수 없다”며 “문 전 대표는 야권의 지지도 1위 대선 주자다.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가 중대한 대북 조치를 북에 물어보고 결정할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고 투표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 동아일보 3면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송민순 회고록’이 촉발한 북한 이슈에 대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처신은 대선주자답지 않다. 모호하고 책임회피적”이라며 “국민은 북한 인권 등 중요한 대북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과거 행적과 생각을 시시콜콜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당사자도 관련 사안을 최대한 정성스럽고 명쾌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가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 이유는 NLL 대화록 논란의 ‘교훈’ 때문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까지 이어진 NLL 대화록 논란에서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지만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지속됐다.

국민일보는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여권과 ‘진실게임’ 공방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문 전 대표는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이어지자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지난해 4월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노무현정부 특별사면 논란 때도 문 전 대표는 ‘사면은 법무부 업무’라고 발언해 여당과 진실게임을 벌였다. 이번엔 논란의 확산 분기점에서 강공 대신 ‘기억 안남’이라는 퇴로를 선택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문 전 대표의 대응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 논란’의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강경 대응으로 나섰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왔던 NLL 논란처럼 공방의 극한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파문을 ‘진실게임’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여당의 철 지난 색깔론 공세’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비주류 의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이런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현장에 있었던 청와대 핵심인사이자 앞으로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는 더민주 지도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 더민주 의원도 “회고록 논란이 터지자마자 사실관계를 분명히 파악해 대응했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스텝이 완전히 꼬였다. NLL 대화록 때나 ‘성완종 특사’ 때는 너무 앞서 나가서 문제였는데, 이번엔 너무 빼버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종북’ 총공세에 청와대까지 가세

새누리당은 총공세를 가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중진회의를 잇달아 개최해 대응방식을 논의한 데 이어 추후 수시로 의원총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북한 인권 언급 여부 △정상회담 과정의 ‘대북 퍼주기’ 의혹 △현재 북핵 위기에 대한 책임론 등 10대 의혹을 제기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송금 사건까지 언급하며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대중정부는 북한에 4억5000만달러를 바쳤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끌어들이며, 대치전선을 더민주와 문 전 대표에서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 전반으로 확대한 셈”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청와대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개입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여당이 이번 파문을 부각하기 위한 전면전에 돌입한 모양새”라며 “여권이 내년 대선 정국까지 겨냥해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종북공세’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송민순 회고록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세계일보 4면

세계일보는 “청와대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개입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청와대가 회고록 논란을 국면 전환용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악재는 외면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고 호재는 적극 활용하는 청와대 특유의 정국 운영법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더니 회고록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경향신문 역시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파문을 덮기 위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삭제 논란을 일으킨 2013년 행태를 되풀이 중”이라며 “새누리당이 쟁점화를 시도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 살을 붙이면서 논란을 키우려 한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은 나아가 “정치권의 ‘종북 공방’은 회고록 본질과 무관한 정치공세라는 점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저급한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민순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사건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인권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는데, 정치권이 오히려 관련 사건을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은 “정부·여당이 ‘정치적 이유로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회고록 메시지를 ‘종북 논란’으로 변질시킨 것은 본질을 호도한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새누리당이 무리하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새누리당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지나치게 정치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뚜렷한 근거 없이 대북 현금 지원 의혹까지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아는 사설에서 “남들은 잘도 기억하는데 명색이 대통령비서실장이라던 사람이 북한인권결의안 같은 중요 사안의 의사결정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도 “그렇다고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이 국면 전환 카드라도 잡은 듯 문 전 대표와 더민주당을 몰아붙이는 데 박수 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고 강조했다.

동아는 “대한민국이 북의 ‘핵 인질’로 잡히는 안보 위기에 본격적으로 빠진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했음에도 한가하게 ‘통일 대박’을 외쳤고, 대북 제재를 무력화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가 4, 5차 핵실험을 맞았다”며 “안보 위기에 더해 경제 위기는 서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수뇌부를 따로 불러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아는 또한 “국회의 국정감사도 ‘회고록 파문’으로 새로운 여야 대치 정국에 접어들면서 소득 없이 끝날 것이다. 애초에 우병우 최순실 차은택 등 주요 증인 채택을 막아 사실상 국감을 무력화한 것은 청와대와 ‘청와대 하부기관’ 소리를 듣는 새누리당”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 결재’ 의혹을 공격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31면

새누리당 입장에서 의혹을 더 규명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문 전 대표가 뭉개기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며 “당시 회의자료 등이 대통령기록물로 보관돼 있는지, 설사 있다 해도 보존 기간 이전에 열람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야당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에 앞서 우리 입장을 북측에 통보했거나, 또는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면 국정원 핫라인이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정원 핫라인을 통한 남북 대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식ㆍ비공식 기록 모두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 진실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K스포츠재단이 80억 원 요구한 사업, 주관사는 최순실 모녀의 회사

의혹이 무성했던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의 직접적인 고리가 드러났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K스포츠재단이 국내 재벌그룹에 올 초 80억원대 투자를 제안한 사업(프로젝트)의 주관사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60)와 딸 정유라씨(20)가 대주주인 독일 현지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향은 “K스포츠재단이 한 재벌기업에 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명목으로 제시한 프로젝트 주관사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가 소유한 독일 회사 ‘비덱(WIDEC)’으로 드러남에 따라 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독보도했다. K스포츠재단이 재벌들로부터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을 지원받아 ‘비선 실세’인 최씨 일가 회사에 운영을 맡기려 한 것이다.

국내 4대 그룹 중 하나인 ㄱ그룹 관계자는 17일 경향신문에 “K스포츠재단이 올 초 ‘2020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80억원 투자를 제안하면서 사업 주관사는 독일의 ‘비덱 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비덱)’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이 ‘비덱’의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회사의 주주 명부에는 최순실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씨(Choi, Seo Won)와 최씨 딸 정유라씨(Chung, Yoora) 두 명만 올라 있었다. 최씨는 1만7500유로(약 2192만원)의 주식을, 정씨는 7500유로(약 939만원)의 주식을 각각 보유해 모녀가 총 3000여만원의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돼 있다. 경향은 “비덱은 최씨 모녀 소유의 회사”라며 “이 기업의 매니저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인데, 그는 정씨의 현지 승마코치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이 제기한 의혹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비덱 설립 및 운영 자금의 출처다. 비덱이 3성급 호텔을 인수해 운영 중인데 이 인수자금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경향은 “만약 최씨 모녀가 국내 재산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빼돌린 것이라면 해외 재산 도피로 처벌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의혹은 왜 K스포츠재단이 회사 보고서에 등재된 정식 직원이라고는 승마 코치 한 명밖에 없는 회사에 거액의 프로젝트를 맡기려 했는가이다. ㄱ그룹 관계자는 “K스포츠재단이 제안한 사업 내용과 비덱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펜싱·테니스·배드민턴 등 유망주 육성’ 사업 내용이 똑같았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이 작정하고 ‘비덱 맞춤형’ 사업을 제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 번째 의혹은 기업들로부터 강제 모금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744억 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이다. 경향은 “두 재단 설립에 앞서 독일 현지에서 관련 사업을 벌이기 위해 최씨가 비덱을 미리 설립했을 가능성이 있다. K스포츠재단 등의 자금 일부가 이미 비덱으로 흘러들어가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유라씨가 독일에서 승마훈련을 받으며 들어가는 비용 1억 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최소 비용만 잡아도 정씨를 위해 한달 들어가게 되는 비용은 총 1억원을 훌쩍 넘게 된다. 이는 정씨 및 지원인력이 운행하는 차량 구입이나 운행 비용, 정씨의 말 구입 비용, 항공료 등은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거액을 최씨가 전액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추론했다.

한겨레는 “오히려 승마계 인사들은 최씨가 도쿄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재단을 설립해 딸의 유럽 훈련을 지원하려 했다고 전하고 있다. 자신의 재산 대신 다른 경로를 찾아보려 했다는 것이고, 그게 K스포츠일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한겨레 3면

조선 “최순실은 어디에 있나”

한편 조선‧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유라씨의 이대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어딜 가나 이 모녀 얘기인데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증인 채택을 막았다. 공식 직함도, 공적 권한도 아무것도 없는 사인(私人)들이 온 나라를 소란하게 만들고 130년 전통의 명문 사학까지 흔들고 있다”며 “그래도 의혹의 당사자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국내에 있기는 한 것인지 오리무중”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이화여대) 재단 이사회와 최 총장, 대학 본부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 여성 명문 사학의 가치와 정의가 살아 있는 게 아닌가”라며 “그리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전면 감사를 통해 일련의 의혹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어물쩍 넘길 일도, 질질 끌 일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35면

다음은 18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K스포츠 ‘대기업80억’ 요구사업 독일의 ‘최순실 모녀회사’가 주도>
국민일보 <“진실 안바뀐다” “기억 잘 안난다”>
동아일보 <진실 밝혀야할 文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신문 <NLL 파문과 닮은꼴 ‘송민순 회고록’>
세계일보 <유독 ‘금수저’ 많은 한국>
조선일보 <정권 바뀔 때마다 성장전략 리셋…경제체력 못 키운다>
중앙일보 <인천 300만 시대 카운트다운>
한겨레 <백남기 부검 대치, ‘야만의 시간’ 되돌리나>
한국일보 <인터넷 암시장 ‘다크넷’…한국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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