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또 다시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영장 협조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대법원이 “카카오톡 감청영장으로 얻은 증거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14일부터 수사기관 감청영장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 관계자에 대한 선고에서 카카오톡 감청으로 얻은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카카오톡 감청이 실시간 감청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시간 ‘감청’의 방식을 준수하지 않고 허가기간 동안 이미 수신이 완료되어 저장되어 있던 대상자들의 대화내용을 3~7일마다 정기적으로 서버에서 추출하여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은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카카오톡 감청은 실시간 감청이 아닌 미래에 있을 대화내용을 미리 요청하고, 서버에 저장된 다음 가져오는 방식으로 집행됐다. 예를 들어 검찰이 ‘2016년 10월28일~11월4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감청영장을 요청하면 카카오는 추후 해당 기간이 되면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을 제공해왔다.

카카오는 수사당국의 감청영장 협조요청을 거부했다 번복한 적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카카오는 2014년 사이버사찰 논란 당시에도 같은 주장을 했지만 그때와 달리 현재는 카카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와 같은 방법의 감청에 대해서는 앞으로 응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입장에선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을 도입하면 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카카오톡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카카오가 감청기술을 갖지 않고 있는 이상 협조를 강제하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2014년 카카오가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했을 당시에도 검찰은 뾰족한 수가 없어 카카오와 협상을 해 절충안을 내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감청 장비를 카카오에 제공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업자에게 감청설비를 강제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19대 국회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카카오톡 등 SNS에도 감청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폐기됐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물론, 카카오톡 감청이 중단된다는 게 곧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일 뿐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이전부터 가능했다.  카카오톡은 대화내용을 최대 3일까지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데 대화내역이 삭제되기 전에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면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볼 수 있다. 

수사기관은 올해 상반기 카카오톡에만 2555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요청했고, 카카오는 이 중 1809건에 응했다. 카카오가 투명성보고서를 공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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