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 교체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주 아니면 늦어도 국회운영위원회가 열리는 21일을 전후로 해서 청와대가 우병우 수석을 교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는 그동안 민정수석을 지켜왔던 청와대가 악화되는 여론을 반영해 수석 교체를 계기로 국정운영을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중앙일보가 "우 수석 거취 문제는 지난 석달 동안 야당 공세의 빌미가 돼 왔다"면서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 수석이 사퇴할 경우 박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로 봐야 한다"고 보도한 것도 우병우 수석 교체로 인한 정국 전환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상 오보라고 못박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오전 브리핑에서 "(아침 중앙일보 기사는) 완전 오보다. 전혀 사실이 아닌 정말 느닷없는 기사"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오보"라는 표현을 쓰며 불쾌감을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연국 대변인은 "그렇게 아니라고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했는데"라며 중앙일보의 확인 취재에 강하게 부인했다는 뜻을 시사했다. 정 대변인은 확인취재가 왔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 왔는지 안 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우병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증인 출석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민정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한 관례가 없기 때문에 우 수석의 출석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우 수석이 한두 시간이라도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정연국 대변인은 "출석에 대해서는 관례에 따라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중앙일보가 청와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보도를 결정한 것은 신빙성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여권 관계자의 발언은 우 수석 교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명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중앙일보는 여권 관계자를 청와대의 인사 방향을 알 수 있는 유력한 인사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언론 보도를 시인하는 순간 인사 교체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해 우병우 수석 교체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우병우 수석을 임기말까지 끌고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우병우 수석 교체를 전제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데 인사 교체 정보가 유출되고 언론에 기사화하면서 부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버렸다는 것이다.

우병우 수석은 또한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여야 인사를 편파적으로 수사 지휘했다고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는 등 오히려 야당을 자극하는 결과를 내놓음에 따라 교체 요구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중앙일보 보도로 우병우 수석 교체가 국정운영 변화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는 사안으로 재부각되면서 우 수석 교체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우병우 수석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 수석 교체를 거론하는 건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선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이 겹치면서 국정운영이 원활치 않은 가운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우병우 수석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역대 정부에서는 하나를 내주고 다른 것들을 취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았다. 하지만 현재 최순실 딸 이대 특혜 문제, 차은택 감독 미르 재단 문제 등이 나오면서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우병우 수석 교체 예정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와버린 것”이라며 “안개 정국에서 미리 노출이 된 상황으로 보인다. 인사교체 타이밍을 잡기 전에 정보가 흘러나와 인정해서도 안되고 부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고 우 수석을 연명시켜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우병우 수석 교체 보도를 놓고 청와대 내에서 민감한 정보가 흘러나오는 등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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