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고 이화여대를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입학과정도 부정과 비리냄새가 진동하는데 입학후 학사관리를 보면 학생이 교수를 종부리듯 제멋대로 하고도 학점을 척척 받아내고 교수는 극존칭의 표현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기적같은 일을 해내는데는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사관리, 입학관리를 까다롭게 한다고 소문난 이화여대가 이런 정도로 허술하고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보인데는 정치권력의 부정청탁이나 특혜의혹없이는 불가능한 법이다. 입학비리는 이화여대 학부모만의 분노가 아닌 전국 학부모들이 공분을 해야 할 중대사안이다.

정치권력이란 현 정부의 특혜, 비호를 행사하는 대통령과 장관, 그 이면의 무리들을 말한다. 특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행세하는 비선조직은 공조직의 질서를 혼란에 빠트리고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을 역사가 증명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월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4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장관과도 잘 만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은 국민과 너무 멀리 존재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마다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소통을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국민과의 대화’ TV, 라디오 방송이나 언론특별 인터뷰 등을 하던 과거 대통령과는 너무 다르다. 국민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대통령, 언론과의 인터뷰도 허용하지않는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사실상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취임 이후 최저치인 26%로 떨어졌다. 특히 여론의 지표라 할 서울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고작 18%에 머물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과 멀어진 대통령에 대한 당연한 결과다. 국민의 지지도가 떨어지면 비상한 각오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청와대의 반응은 역시 비상식적이다. “지지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오만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국민이 박 대통령을 볼 수 있을 때는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질타할 때나 해외에서 한복입고 돌아다닐 때, 행사장 나들이 정도뿐이다. 대통령이 어디서 무얼하는지 국민은 모른다. 대통령이 모습을 감추면 환관들이 설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식이다. 입학부정, 학사관리 부정의혹에 몰린 이화여대는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화여대 정유라 학생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K스포츠, 미르 재단의 총괄책임자격인 최순실씨의 딸이다. 수시모집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나 수시면접, 학사관리가 대한민국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이화여대에서 벌어졌다.

▲ 정유라 학생과 최순실 씨
- 지난해 이화여대 수시모집 입학서류 마감일이 9월 16일인데, 9월 20일에 딴 금메달로 합격했다는 것은 부정입학을 의미한다. 서류마감 시한을 정한 것은 그 기한까지의 실적을 가지고 평가한다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소급적용은 부정, 비리를 의미한다.

- 수시모집 면접에서 정유라 학생만 승마복을 입고 구두를 신고 나왔다는 것도 특혜의혹이 강하다. 물론 모든 대학에서 수시면접시 복장을 규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과 구분되게 특별한 복장을 갖추고 나오는 것은 특혜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면접대기실에서 복장을 바꾸도록 요청하게 된다. 그것도 없이 그대로 면접했다면 이미 사전약속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 특히 입학처장이 나서서 “금메달 가져온 사람 뽑으라”고 했다는 것은 대학총장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입학처장은 누구를 뽑아라 뽑지말라는 말을 하지않는다. 각 학과 면접위원들의 권한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입학처장은 공정하게 투명하게 면접을 진행해달라는 상식적인 가이드 라인만 요청할 뿐이다.

-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그런 논란속에 입학하고도 수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출석도 안 하고 레포트도 제대로 못 냈는데도 성적이 계속 나왔다는 점이다. 이화여대가 망하기로 작정하지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 더 불가사의 한 일은 이화여대 체육학과 교수와 학생간에 공개된 이메일 대화방식이다. 교수가 학생에게 보내는 답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극존칭으로 답변하고 있다. 물론 교수도 학생에게 예사높임으로 메일을 보내기도 하지만 드러난 이화여대 교수는 학생에게 극존칭도 부족해 무슨 아양을 떨고 있는 모양새다. 이화여대 교수들 스스로가 “모욕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니 이해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와 교수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모양새다. 누구 딸은 말타고 이화여대 가고 그 대학 가서도 교수를 하인 다루듯 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 심정은 어떻겠는가. 박 대통령이 26%라도 지지를 받는 것이 기적이다.

▲ 8월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201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최경희 총장이 학위수여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중국을 최초로 통일시킨 진나라의 시황제. 그는 환관 조고 때문에 국가가 단박에 절단이 나는 비운을 겪었다. 시황제가 죽자 유서를 조작하여 시황제의 유능한 맏아들 부소를 자살케하고 어린 막내 아들 호혜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는 어린 황제를 대신들과 격리시키고 국정을 농락했다. 황제는 ‘높이 멀리 따로 계셔야 한다’는 논리로 국민과도 멀리 있게 만들었다.

막강했던 통일국가 진나라도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자 15년만에 작은 민란으로 무너졌다. 중국 역사상 최악의 간신으로 기록된 조고의 악행은 한 개인의 몰락으로 그치지않고 국가를 망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국민과 너무 멀리 존재하는 박 대통령은 이화여대의 학사문란 행위, 부정입학의혹 내용조차 제대로 모를 수 있다. 대학의 총장이 어떤 지시를 내려 입학처장입에서 금메달 운운하는지 보고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잘 모르거나 엉터리 지시를 내리는 총장은 대학을 망치는데 그치지만 대통령은 나라를 위기에 빠트린다. 국민의 지지도가 이처럼 떨어졌다는 것은 대통령보다 국민이 한탄스러워해야 할 국가적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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