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참가 언론인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징계와 전보가 법원에서 또 줄줄이 깨졌다. MBC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직원들과 부당징계 관련 소송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10건 중 9건 이상에서 패소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행순)는 13일 MBC 김혜성·김지경·이용주 기자에 대한 정직 징계와 김범도 아나운서를 신사업개발센터로 전보 발령한 것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김혜성·김지경 기자는 지난 2012년 11월 ‘시사매거진2580’ 소속 기자로서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외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사측은 지난해 12월 이들에게 각각 정직 1개월의 재징계를 내렸다. 

이에 두 기자는 사측이 내린 재징계 역시 부당하다며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사측의 재징계 처분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사측의 부당해고와 징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사진=강성원 기자
재판부는 “두 사람의 인터뷰는 주로 프로그램 제작이 정상적인 토론 없이 부장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으로서 MBC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송보도를 촉구하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근거 없이 회사 경영진 등을 비방하고 모욕, 명예훼손을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재철 전 사장을 포함한 MBC 경영진을 비판했다가 ‘임직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자 직장질서 문란’으로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던 이용주 기자에 대한 정직 3개월 재징계 역시 무효가 됐다.

재판부는 “이 기자가 자유게시판 및 업무게시판에 2012년 글을 게시했지만 그 내용은 MBC를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라기보다는 파업 과정에서 표출된 노조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며 “MBC가 이 기자에게 징계 종류 중 해고 다음으로 무거운 정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그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파업 참가 후 8개월 동안 무려 4차례나 전보발령 됐던 김범도 아나운서는 2013년 법원에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MBC는 지난해 10월 아나운서국에 있던 김 아나운서를 미디어사업본부 신사업개발센터로 보냈다. 신사업개발센터에서 신규 사업 수주를 위해 김 아나운서의 인지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지난 1월25일 뉴스타파 보도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갈무리.
김 아나운서는 그곳에서 스케이트장 관리와 마스크팩 판매, MBC 프로그램에 나온 지역별 맛집 소개 등의 업무를 했다.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 경력을 전혀 살리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가 일하는 사무실은 책상과 의자 외엔 사무용품도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사업개발센터 업무상 특히 아나운서 경력이 있는 근로자를 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MBC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경영난 타개를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필요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며 “회사는 김 아나운서의 전보발령 과정에서 사전협의 등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MBC는 이들 4명에 대한 민사소송 모두 국내 6대 로펌 중 한 곳인 ‘태평양’에 맡겼다. 지난 1월 폭로된 ‘백종문 녹취록’에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증거가 없지만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한 것”이라고 말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 수십 명이 들어가든 이건 회사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며 소송을 통해 노조와 해직자들을 계속해서 압박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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