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tbs 교통방송의 인기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보도기능이 없는 tbs가 재허가 조건을 위반하고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해왔다는 비판입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도 동조했고요.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 질의는 이렇습니다. “tbs는 재허가 조건상 전문편성방송사업자로 주된 업무는 교통, 기상방송이고 교양과 오락프로그램까지 방송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tbs 라디오 프로그램을 보면 국회파행, 제3지대 중도신당, 핵무기, 여당대표 단식, 장관 해임안 등 교양이나 오락과 관계없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교양, 오락으로 보기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갈무리.
박대출 의원이 해당 tbs 프로그램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지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대출 의원이 언급한 시사 아이템들은 모두 최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방영된 내용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tbs는 오래전부터 시사프로그램을 편성해왔습니다. tbs가 법을 어기고 있었던 걸까요? 결과부터 말하면 박대출 의원과 최성준 위원장이 틀렸습니다.

박대출 의원이 지적한 방송법을 찾아봤습니다. 방송법 시행령 50조는 전문편성사업자에게 전문분야 편성을 60%를 의무로 해야 하고, 부수적으로는 교양과 오락프로그램만 편성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tbs는 전문편성사업자입니다. 법조문을 보면 박대출 의원의 지적은 맞는 것이죠.

▲ 13일 미방위 국감에서 tbs관련 질의하는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그동안 전문편성사업자인 tbs는 물론이고 기독교방송 CBS도 라디오에서 ‘김현정의 뉴스쇼’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등 오랜 기간 보도 기능을 해왔습니다. 이는 불교방송BBS도 마찬가지입니다. tbs에서는 2014년 친박 성향의 고성국씨가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누가 문제인 걸까요. 취재 결과 잘못은 이들 사업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법에 있었습니다. 본래 tbs는 1990년 특수목적방송으로 설립됐고, 당시만 해도 방송법시행령에서는 방송의 목적에 맞는 편성비율을 60%이상 지키는 게 전부였고 다른 규제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tbs는 1990년 개국 이래 시사보도프로그램을 제작해왔고, 지금까지 수차례 방통위 재승인 심사를 받았지만 한 번도 문제되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 방송에서 지상파 뿐 아니라 케이블 등 유료방송들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꼬입니다. 유료방송채널들이 생기고 법이 이 채널을 새롭게 규정하게 되면서 ‘보도금지’조항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무료지상파채널인 라디오 방송들이 유료방송채널들과 묶여 전문편성채널이라고 새로 규정됩니다. 엄연히 성격이 다른 방송사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전문편성사업자라는 용어 자체도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방통위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두 사업자의 종류를 구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방통위는 서울경제TV, 한국경제TV 등의 유료방송채널의 보도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냅니다. tbs는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사실상 보도를 허용해온 역사성과 법제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힙니다. 즉, tbs와 CBS는 오랜 기간 뉴스시사프로그램을 해온 점을 존중해 보도를 허가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죠.

즉, 박대출 의원이 말한 보도편성 금지는 지상파 라디오가 아닌 케이블 채널을 대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tbs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번 재승인 심사 때도 성경환 당시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 가서 분명히 ‘우리는 뉴스, 시사를 하겠다’고 밝혔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박대출 의원이 맥락을 전혀 모르고 있다.” 

박대출 의원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이 같은 상황을 모른다는 점은 의문입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등 tbs라디오에 여러번 출연해 가계통신비, EBS 사장임명 등 시사현안에 대해 인터뷰하셨더군요. 재승인 조건을 안 지키는 불법 방송에 나가셨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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