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의 MBC 기자가 인터뷰 조작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MBC 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MBC 뉴스데스크 복수의 리포트에 삽입된, 서로 다른 익명의 인터뷰이(interviewee) 목소리가 동일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리포트는 김세의 기자의 리포트였습니다. 

아울러 미디어오늘은 지난 12일 “김세의 기자가 과거에도 리포트 화면과 다른 인물의 인터뷰 내용을 삽입해 뉴스를 내보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추가 보도했습니다.

김 기자는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 MBC는 속전속결인데요.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MBC 기자협회장을 보도본부 밖으로 발령내며 ‘보복 인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고 백남기 변호인단은 김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김 기자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이 있다”며 백씨의 유가족을 지칭한 뒤 “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시킨 셈”,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지인 발리로 놀러갔다는 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 김세의 MBC 기자. (사진=MBC 뉴스데스크)
백씨 딸인 민주화씨 발리행은 휴양이 아닌 시댁 형님의 친정 방문이 목적이었는데, 김 기자가 사실을 왜곡해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입니다. 

이쯤 되면 김 기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실 텐데요. 김 기자는 MBC 제3노조인 ‘MBC노동조합’ 공동위원장입니다. 2012년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170일 MBC 파업을 이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본부 노조)와는 다른 노동조합입니다.

MBC노동조합은 파업 과정에서 채용된 시용 기자와 파업 이후 입사한 경력기자, 그리고 기존 MBC본부 노조를 탈퇴한 이들을 중심으로 2013년 3월 출범했습니다. 현재는 110여명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요. 

MBC노동조합 출범 당시 김 기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기존 노조는 항상 극단의 방법만 동원하는 것 같다”며 “강경한 방식의 파업 투쟁은 많은 이들에게 큰 고통을 가져다준다. 다른 방식을 고려하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사실 그도 MBC본부 노조의 2012년 파업을 완주했던 기자였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그는 민주노총 산하 기존 MBC본부 노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노동단체에 가입을 하지 않고 언론사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권익과 복지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건데요. MBC노동조합 홈페이지 소개글도 “순수 노조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고 쓰여있습니다. 

2012년 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임금에 큰 불만을 갖고 있던 그는 “전임자들은 월급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MBC본부 노조는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들은 회사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았고, 조합 전임 집행부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반박했죠. 

그는 그러면서 “우리 MBC노동조합은 A4 용지 하나 사는 비용도 공개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죠. 

김 기자는 MBN 보도국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04년 MBC에 공채 입사했습니다. 2007년 2월 “계룡대에 접대부”라는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군사 시설 내 유흥주점 운영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를 보도해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군 검찰은 김 기자가 사전 허가 절차를 밟지 않고 군 부대 내부를 취재했다며 군사시설보호법 위반과 초소침범죄를 적용했습니다. 군사법원은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2009년 ‘1년 징역 선고유예’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MB정부에서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교체 강행과 보도국장의 권력 비판 기사 누락에 반발해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나섰다가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에 MBC 보도본부 기자회 비대위 소속 기자들은 2009년 5월 “우리 모두를 징계하라”는 성명에 연명합니다. 김 기자는 37기 기자로 동참했습니다. 김 기자는 2010년 5월에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명 성명에 이름을 싣습니다.

그가 언론에 등장한 때는 2013년 ‘오보’ 논란 때였습니다. 김 기자는 2013년 6월3일 “국회의원 너도 나도 ‘투잡’”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의원의 겸직 문제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했습니다.

김 기자는 “유기준, 문재인 의원 등 12명은 법무법인 변호사를, 강석호, 이만우 의원은 기업 사외이사를 겸하면서 별도로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당시 문재인 민주당 의원실은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뉴스데스크는 정정보도를 했죠. 그는 이 오보로 인해 ’근신 7일’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는 ‘백종문 녹취록’에도 언급됩니다. 녹취록은 지난 1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된 건데요. 

녹취록 가운데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2014년 극우 인터넷 매체 ‘폴리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승호 전 MBC PD와 박성제 전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했다’고 실토하는 부분이 논란이었죠.

녹취록에 따르면,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은 “요즘에는 김세의 위원장이나 뭐 류 ◯◯위원님들 기타 등등 여러분들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 주시고 그러니까 그게 사실 제일 반갑다”, “지금 이제 저희가 정보를 받고 있는 곳이 김세의 그 친구하고, 그리고 그 뭐 홍보국” 등 이라며 김 기자를 언급합니다.

폴리뷰 등이 MBC 본부 노조를 비난하거나 MBC 경영진을 두둔하는 기사를 쏟아낼 때 관련 취재원이 누구였는지 추측이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김 기자의 아버지 김영수(81)씨도 MBC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김영수씨는 1935년생으로 24세에 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연합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등을 두루 거친 엘리트 언론인입니다.

그는 1964년 한국기자협회를 출범시키고 3대 협회장도 지낸 유력 언론인이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부름을 받고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합니다. 유신정우회는 박정희 정권 유신체제 하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원내 친위부대 역할을 했었죠. 

김영수씨는 1988년 11월 MBC 사장으로 다시 언론계에 돌아오게 되는데요. 하지만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친 노조의 반발에 부닥쳤고 취임 3개월 만에 사퇴하게 됩니다. 

한편, 지난 6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는 김 기자의 리포트 조작 의혹에 대해 MBC 감사를 진행하고 감사 내용을 방문진에 보고하도록 결정했는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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