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를 통틀어 MBC의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 이후 MBC의 노조 조합원 대량징계와 경력기자채용이 논조 뿐 아니라 보도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방송사의 조정성립 혹은 직권조정 결정된 정정보도, 손해배상 사건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MBC는 40건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해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어 채널A(32건), KBS(26건), SBS(23건), JTBC(21건), MBN(20건), TV조선(14건) 순이다. 언론이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했다는 건 명백히 오보를 냈다는 의미다.

MBC의 조정성립 혹은 직권조정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본적인 보도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건을 보도하면서 핵심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렸다. 2016년 MBC는 “시화호 아내 토막 살인범이 19년 전 중국에서 같은 수법의 토막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도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앞서 2013년 MBC의 “쌀직불금 부정수령 명단에 정부 공무원과 공사직원들이 올라있다”는 보도와 “한 어린이집이 업체와 짜고 급식재료를 지원하는 국가보조금을 횡령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정정보도, 손해배상 결정을 받은 MBC 보도화면 갈무리.
2012년 MBC는 “박려숙 화랑이 과거 정치인 친척의 도움으로 급부상했고, 현재 부도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으나 당사자가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MBC는 1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하기도 했다. 같은 해 MBC는 한 시민이 “아파트 관리실 직원과 주민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언론이 보호해야 할 취재원의 신상이 무분별하게 노출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5년 MBC는 데이트 폭력 피해 사건을 보도하면서 관련 인물들의 실명을 공개해 150만 원의 손해배상을 했다. 2014년 MBC는 한 아파트의 동 대표 횡포에 관한 보도를 하면서 사안과 무관한 사람의 얼굴을 동의 없이 공개해 1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했다. 같은 해 MBC는 동의 없이 특정인의 음성 및 초상을 노출하고 실명이 기재된 판결문을 그대로 방송해 9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했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방송에 내보내거나 자료화면을 오용하는 사례도 있다. 2012년 MBC는 소비자를 속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펜션 사례를 보도하면서 사건과 무관한 펜션 전경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했다. 같은 해 대형마트 계산원의 초상과 음성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방송해 50만 원의 손해배상을 했다. 

같은 기간 MBC가 받은 민원도 늘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MBC경영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초상권 및 명예훼손 등 시청자인격권 침해로 인해 접수된 시청자주권위원회의 민원이 2012년 14건에서 2015년 26건으로 1.8배 증가했다. 사유는 초상권 침해로 인한 이의제기가 대부분이었다.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 이후 기존 방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방송사고가 심의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 10월11일 MBC는 새누리당 김근태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 사실을 보도하면서 동명이인인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을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2013년 6월28일 MBC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소식을 보도하면서 첫 번째 리포트를 중복해서 두 번 내보내고, 세 번째 리포트에 제목을 잘못 내보내는 초유의 방송사고도 있었다.

▲ 2012년 10월11일 MBC는 새누리당 김근태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 사실을 보도하면서 고인인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을 내보냈다.
최근에는 리포트 조작 논란도 불거졌다. 김세의 기자가 같은 취재원의 음성을 다른 인물인 것처럼 속여 복수의 리포트에 삽입한 정황이 나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사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 같은 보도의 질 저하 문제는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 이후 적지 않은 기자들이 다른 부서로 발령되고 편집국의 주요 출입처 담당이 파업 기간 새로 채용된 기자와 이후 채용된 경력기자들로 대거 교체된 영향으로 보인다.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 2009년 당시 MBC는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실시한 언론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매체’ 1위였으나 올해 3위(10.4%)에 그쳤고 1~2위인 KBS(29.7%), JTBC(26.3%)와 격차가 컸다. 한국기자협회가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언론사 신뢰조사에서도 MBC는 2009년 2위(14.3%)를 차지했지만 2016년에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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