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이 국정감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문화계 황태자’로 떠오른 차은택 감독의 문화창조융합 관련 사업 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차 감독이 관여했다고 알려진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사업의 예산 규모는 7000억원대에 이를만큼 큰 반면, 정작 추진 상황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창조융합본부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될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투입되기로 한 금액은 무려 7176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2015년에는 119억원이 편성됐던 것이 올해 897억원으로 예산 규모가 크게 증가했고, 내년에는 관련 사업 예산은 2420억원으로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관련 예산은 크게 증가했지만, 예산 편성과 추진 상황이 부실하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김병욱 의원은 이어 “콘텐츠진흥원이 관장하는 문화창조벤처단지 관련 예산 390억원 중 165억원에 대한 자료만 제출받았고 나머지 225억원에 대한 자료는 받지 못했다”며 “나머지 165억원의 예산 내역도 임대료 90억원을 제외하고는 홍보성 사업과 이벤트성 예산만 잔뜩 나열돼있다. 문화창조벤처단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한 문화창조벤처단지의 경우 93개 업체가 입주해있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반 정도의 사무실이 입주를 하지 않은 상태로 비어있을 정도로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단지의 1년치 임대료와 관리비는 90억원에 달하는 반면 투자 유치 성과는 39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실적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송성각(왼쪽)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김병욱 의원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중 하나인 문화창조아카데미 사업의 경우, 35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현재 겨우 45명이 수강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질의도 이어갔다.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이에 대해 “1~2년을 바라보는 사업이 아니라 콘텐츠 기업의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백년 대계 사업이므로 (현재 단계에서) 인프라 비용이 많이 차지하는 것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중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맡게 되는 사업은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 사업 등이다. 특히 콘텐츠진흥원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올해 맡게 되면서 지난해 예산인 2478억원 대비 33.6%p 늘어난 331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콘텐츠의 기획에서 제작, 사업화에서 유통과 재투자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생태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여기에 포함된 사업이 문화창조융합센터와 제작 및 사업화의 중심인 문화창조벤처단지, 인재 양성 사업인 문화창조아카데미 사업 등이다.

특히 교문위에서 문화창조융합 관련 사업 예산과 추진과정 등이 도마에 오른 이유는 여기서도 미르 재단의 실세로 꼽히는 차은택 감독의 영향력이 짙게 깔려있다는 정황이 드러나서다. 차은택 감독은 문화창조융합단장을 맡던 당시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우연히도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사업을 맡게 되는데,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차은택 감독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교문위 국감에서 손혜원 더민주 의원은 “차 감독이 송성각 원장을 콘진원장에 앉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차 감독의 유령회사라는 의혹을 받는 엔박스에디트는 지난해 3월 주소를 변경하는데, 옮겨간 주소지는 송성각 원장이 대표를 맡았던 머큐리포스트라는 회사의 주소지와 같다. 유은혜 더민주 의원은 “머큐리포스트는 지난해 밀라노엑스포 때 5억원 상당의 영상물 제작 용역을 수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밀라노엑스포 당시 차 감독은 갑자기 전시·영상 감독을 맡게 되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외에도 문화창조융합 관련 일은 “차은택이 시킨대로 하면 된다”는 발언이 공개된 바 있는데, 해당 발언을 들은 당사자로 알려진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았다가 한달 만에 그만두게 된 이유가 외압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 위원장 사퇴 후 임명된 현 박명성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예술감독을 맡았고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기도 했다.

▲ 10일 교문위 국감 중 노웅래의원 질의자료.
노웅래 더민주 의원은 여명숙 위원장에 “당시 문화창조융합 일은 차은택이 시킨대로 하면 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하는데 관련 이야기를 들었냐”고 질의했는데 여 위원장은 “그런 말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노 의원은 여 위원장이 본부장을 맡은 당시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문화창조융합본부 전체 1300억원 예산 중 이미 97억원만 남은 상황이었고, 예산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 관련 영수증을 요구하면서 마찰을 빚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여 위원장은 한달 만에 경질됐다는 주장이다. 

이 사업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 위원장은 “내게 맡겨진 업무는 성과를 내라는 것이었는데 이미 내가 오기 전에 많은 것들이 확정된 상태였으며 게임과 관련한 내용은 아예 들어설 수도 없었다”고 답했다.

박경미 더민주 의원은 “송성각 원장 역시 (미르재단 관련 의혹에) 한 고리로 엮여있다”며 “송성각 원장에 대한 음모론도 마찬가지이지만 두 재단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지금도 불어나고 있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침묵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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