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최근 1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추진 중인 ‘북한주민 방송시청 확대사업’에서 일부 이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단체가 지원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방문진은 지난 8월23일부터 9월5일까지 ‘북한주민의 방송시청확대 지원 사업’ 공모를 실시해 ‘자유북한방송’과 ‘통일미디어’, ‘북한발전연구원’, ‘북한민주화네트워크’ 4곳을 지원 대상 단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문진을 대상으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10일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들 단체 중 2700만원을 지원받은 ‘통일미디어’는 ‘국민통일방송’이라는 사이트를 통한 대북단파방송 등을 하며 각계 보수인사들로 구성된 ‘100인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바로 이 ‘100인클럽’에 방문진 여당 추천의 김광동 이사와 권혁철 이사가 참여하고 있었다. 김 이사는 ‘북한주민 방송시청확대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구성한 소위원회 위원장과 지원대상 단체를 선정하기 위한 심사위원회 위원장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 의원은 “소위와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방문진 이사는 김 이사 외에 권 이사와 김원배 이사 3명인데 통일미디어의 ‘100인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두 사람이 이 단체를 방문진 지원대상 단체로 선정한 것”이라며 “김 이사는 통일미디어 외에도 나머지 단체의 대표들과 여러 차례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함께 하는 등 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당 추천 이사 5명(권혁철·김광동·이인철·유의선·김원배)은 지난 4월부터 야당 추천 이사들의 우려에도 ‘북한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추진 결의안’을 밀어붙였다. 이들은 “북한주민의 방송청취 확대를 통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확산 및 민족동질성 회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방송문화진흥회도 주어진 공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추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 사업을 추경을 통해 해야 할 만큼 시급한 사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나 남북관계로나 민감한 사안이다’ 등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다수결(여야 6대 3)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최 의원은 “대북방송 지원사업 심사위원회는 외부인사 2명을 포함해 5인으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소위에서부터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밀어붙인 내부 이사 3명이 컨트롤하는 구조였고, 특히 소위 위원장과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광동 이사가 주도했다”며 “단파라디오를 통한 대북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단체들은 ‘대북방송협회’라는 것을 구성했는데 여기 소속된 통일미디어의 ‘국민통일방송’, ‘자유북한방송’, 북한발전연구원의 ‘북한개혁방송’이 모두 방문진의 지원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결국 서로서로 밀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대북방송단체들과 방문진 이사들이 방문진 예산을 골고루 퍼주기로 이미 예정하고 추경 편성부터 심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방문진 이사들이 MBC 망가뜨리기를 넘어 방문진을 자신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단체에 예산을 퍼주는 곳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법망을 피해 진행된 해당 사업이 예민한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억압받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자유의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건데 왜 그게 법에 위반되고 예산을 낭비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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