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는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로부터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는 오전 8시30분 시작해 10시 경 끝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현장 시찰로 형식적인 업무보고시간이 더 짧아졌다. 한국 뉴스수용자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매년 360억 원 상당의 세금을 가져가는 언론사이지만 국정감사는 ‘무사통과’였다. 국민들은 ‘비공개’라는 이유로 1시간30분간의 짧은 보고내용도 알 수 없다.

현장에 있었던 교문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관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평소처럼 ‘호통’을 치지 못했다. 대신 형식적인 당부나 “앞으로 잘 해 달라”는 격려나 칭찬이 주를 이뤘다. 이 보좌관은 “모두가 알고 있는 연합뉴스의 문제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연합뉴스가 다루지 않으면 세상에 등장하지 않는 현실에서 국회의원들마저 연합뉴스를 두려워하고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입법부의 견제가 없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는 사회적으로 위험하다.

▲ 연합뉴스 로고. ⓒ연합뉴스
최초의 언론프레임을 생산하고 있는 연합뉴스는 삼성전자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과 관련해 유엔인권보고서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담아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세력’으로 명명하며 청와대 여론플레이의 도구가 됐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와 관련해 삼성을 대변하는 기사를 연달아 쏟아냈고, 정체불명의 가스냄새가 부산지역에 퍼졌을 때는 ‘괴담’으로 치부하는 식으로 가치판단에 나섰다.

연합뉴스의 불공정보도 감시만큼 중요한 부분은 정부구독료 사용내역 검증이다. 연합뉴스는 2016년과 2017년 뉴스통신진흥법에 의해 정부구독료 678억 원을 지원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년 미디어융합인프라 구축 사업 지원금 45억 원을 고려하면 올해 연합뉴스에 들어가는 세금은 384억 원 수준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연합뉴스에 배당된 세금은 2727억86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원 금액에 비해 감시 수준은 처참하다.

박노황 사장 이하 경영진에 대한 감시도 거의 전무하다. 경영진은 올해 초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사규의 복무규정상 금지사항에 추가했는데 기자들 사이에선 내부비판이나 표현의 자유를 차단하는 조치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시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는 “현 사규로는 노조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문제 삼기 어려워 무리하게 징계 사유를 신설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경영진은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현업언론인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당시 노조위원장을 감봉 조치해 논란을 자초했다.

2009년 연합뉴스 ‘4대강 사업 특집기사’를 두고 “정부 측 시각을 지나치게 많이 반영하려 했다”고 비판했던 김태식 기자를 해고한 사건에 대해선 법원이 지난 9월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으나 경영진은 사과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올해 도입예고하며 논란이 됐던 성과연봉제는 언론보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주요 논란들이 1시간30분간의 국정감사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제대로 지적됐을지 의문이다.

KBS와 MBC에 비해 연합뉴스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는 소홀하다. 정부지원을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도매상 역할을 하며 동시에 일반 뉴스수용자를 상대하는 소매상 역할을 겸해 뉴스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언론계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만큼 공적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국회의원들은 연합뉴스와 뉴스생태계 양자를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지만 그 역할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1947년 출간된 대한민국 최초의 언론전문지 <신문평론>에는 합동통신 외신국장 백남진씨의 글 ‘통신사의 사명’이 실려 있다. 백남진씨는 이 글에서 “통신사의 근본 사명은 매일 발생하는 사실의 보도를 사실 그대로 흑백의 선택 없이 신문사 방송국 등에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혔으며, “통신사는 선전기관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70년 전의 당부가 제대로 지금도 유효한지, 연합뉴스와 입법부 모두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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