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최근 김세의 MBC 기자의 뉴스데스크 리포트 조작 의혹에 대해 MBC 측에 감사를 진행해 감사 내용을 방문진에 보고하도록 결정했다.

지난 6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이완기 방문진 이사는 “김세의 기자의 리포트 조작 관련 보도를 봤는데, 내부 구성원들의 요청에도 MBC 사측이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아직도 안 하고 있다”며 “리포트가 방송된 시간과 날짜, 제목, 내용이 모두 다른데 각기 다른 인터뷰에 똑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연출됐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이사도 “MBC 감사가 문제가 제기된 내용을 확인해 결과를 방문진에 보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MBC 감사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해달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발행한 노보에서 뉴스데스크 복수의 리포트에 삽입된 익명의 음성 변조 인터뷰 목소리가 동일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미디어오늘은 해당 리포트를 만든 장본인이 보도국 경제부 소속의 김세의 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MBC 김세의 기자, 인터뷰 조작 의혹)

 MBC 뉴스데스크 4월21일(위), 5월18일(아래) 리포트 갈무리.
인터뷰 조작 의혹이 제기된 뉴스데스크 리포트는 지난 4월21일 보도된 “애플 수리고객 불만 폭주, 서비스업체 불공정 약관 탓” 기사와 5월18일에 보도된 “납품업체는 봉? 아직 못 고친 대형마트 ‘갑질’” 기사 등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뉴스데스크에 나가진 않았지만, 내부 시스템 NPS에 저장된 또 다른 익명 인터뷰(음성 변조 전)까지 포함하면 모두 세 개 인터뷰의 당사자가 동일인으로 의심된다”며 “리포트는 각각 다른 시기, 다른 내용의 것이고 인터뷰 당사자의 호칭도 다른데 인터뷰가 동일인의 것이라면 이는 실제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에 의해 연출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MBC 기자협회도 “뉴스데스크 리포트 인터뷰에 대한 중대한 의혹이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료를 속이고 MBC 뉴스를 속이고 시청자를 속인 것으로 MBC 뉴스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사안”이라며 “기자협회는 조직 내에서 신속한 자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 해당 기자와 담당 부장, 보도국장에게 진상규명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지난 7월19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사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사측은 8월 초 답신 공문으로 “기자협회는 비공식 임의단체이며, 민실위는 노조 내부 직제의 한 기구일 뿐이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면서 “회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검증을 실시했고, 조사 결과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해당 방송 리포트 인터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의 MBC 기자
그러나 사측은 리포트 조작 의혹 관련 어떤 검증을 거쳤고, 어떤 조사를 실시해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등 민실위의 구체적인 답변 요구와 보도 책임자와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MBC와 방문진 관계자들에 따르면 MBC 사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검증을 실시했지만 김세의 기자가 전면 부인하고 있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기자는 2004년 MBC 공채로 입사했지만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제1노조) 파업 이후 입사한 시용·경력기자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제3노조인 ‘MBC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이다. 김 기자의 아버지 김영수씨(81)는 박정희 정권 유신체제 하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원내 친위부대 기능을 했던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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