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산주의자”라고 했다가 법원으로부터 3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이번엔 더민주와 재판부를 싸잡아서 비판했다.

고 이사장은 6일 오후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문 전 대표가 고 이사장을 상대로 낸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 이사장에게 위자료 3000만 원 지급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항소장도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 측 변호인은 지난달 30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이사장은 1심 판결과 관련 신상 발언을 통해 “내가 재판을 받을 때는 몰랐는데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한다. 거기는 과거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의 근간을 이루는 단체가 아니냐”며 “결국 민주당이 소송을 제기해 민주당이 판결한 거나 마찬가지여서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우리나라 사법부, 공무원 중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던 당사자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자신이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했다고 소개하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에 문재인 후보도 변호사였다”면서 “나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판결문에서 “고 이사장의 발언은 주로 정치적으로 같은 입장에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명예훼손적 의견을 단정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며 “고 이사장의 문 전 대표 관련 발언 또는 강연으로 문 전 대표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은 크게 손상됐다고 보여 명예훼손 행위가 되거나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고 이사장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해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특정인이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이어 “고 이사장은 문 전 대표를 단순한 종북주의자 등으로 칭할 때의 문언적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 공산주의 운동을 하는 ‘공산주의자’로 지목해 부르면서, 대통령이 된다면 ‘적화는 시간문제’였다는 말까지 했다”며 “아무리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정치적 이념에 관한 문제제기가 널리 허용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고 이사장이 법원에 제출한 발언 당시와 이후에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자료만으로는 ‘문재인은 공산주의 활동을 한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3명(유기철·이완기·최강욱)은 30일 방문진 이사회에 ‘고영주 이사장 거취의 건’을 상정해 “그동안 고 이사장의 현명한 거취 판단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왔는데 MBC 구성원과 시청자들도 막말로 법의 심판을 받은 방문진 이사장을 보면서 심한 자괴감마저 느끼고 있다”며 “고 이사장의 이사장직 고수가 방문진의 위상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고 이사장의 거취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고 이사장의 법원 판결 관련 신상 발언과는 별개로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안건은 오는 20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고 이사장은 “다음에 안건이 올라오면 내 의견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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