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밀라노엑스포 전시·영상감독 교체와 관련해 법적 자문을 통해 교체가 어렵다는 결과를 받고도 차은택 감독으로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은택 감독은 미르재단의 설립 과정에서 인사에 관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아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지난해 밀라노 엑스포 전시·영상감독 교체와 관련해 법무법인 두 곳으로부터 ‘전시영상 감독을 사실상 교체할 수 없다’는 법률자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차은택 감독으로 교체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관광공사는 지난 2014년 10월29일 밀라노 엑스포의 업무이관과 관련해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율촌에 ‘관광공사가 하도급 업체 간 이미 체결된 계약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법률 자문검토를 의뢰했다.

▲ 염동열 새누리당 교문위 간사(왼쪽)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관광공사, 태권도진흥재단,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유성엽 위원장. 사진=포커스뉴스.
관광공사는 △코트라와 시공테크(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전시 위탁대행사) 사이에 전시운영 용역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있는지 △코트라의 지위를 양수한 관광공사가 시공테크와의 전시운영용역을 파기할 경우 시공테크가 공사를 상태로 취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은 무엇인지 △시공테크가 공사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인용 가능성이 있는지 △관광공사가 시공테크와 계약관계를 유지하되 시공테크가 하도급 업체와 맺은 하도급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타업체에 재발주를 요청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의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관광공사가 코트라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코트라와 시공테크 간의 계약 체결 의무도 승계하게 되며 관광공사는 시공테크와 전시운영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또한 율촌은, 관광공사는 시공테크에 대해 시공테크와 하도급 업체 간에 체결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권리가 없고 시공테크도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시공테크로서는 코트라의 승인 하에 하도급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관광공사의 요청으로 일방적으로 해당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므로 이에 따른 손실을 관광공사가 보상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에 따르면 법무법인 화우의 답변도 이와 비슷했다.

관광공사가 법률 자문을 의뢰한 시기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밀라노 엑스포 업무가 산업자원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공식 이관되기 이틀 전의 일이다.

노웅래 의원은 한국관광공사와 문체부가 밀라노 엑스포 업무를 정식업무이관 받기 전에 이미 전시영상 감독으로 차은택씨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 법률자문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관광공사는 두 법무법인의 부정적 답변에도 불구하고 기존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차은택 감독을 전시·영상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것.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 결정을 누가 내렸는지도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교문위 국감 당시 문체부는 전시관련 위탁대행사인 시공테크가 감독교체 결정을 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 김민기 더민주 의원은 “시공테크 관계자는 차 감독의 선임은 발주처인 문체부의 요구였고 발주처에서 지정한 분이라 저희랑 관계가 없다고 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당시 문체부 국감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매년 주관해온 밀라노 엑스포가 박근혜 대통령의 밀라노 방문 전 갑자기 문체부로 주관 부처가 바뀌었고 발주처는 코트라에서 한국관광공사로, 전시감독은 차은택 감독으로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주무부처 이전 이후 예산은 215억원에서 330억원으로 갑자기 급증하기도 했다.

차은택 감독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도 가까운 사이이며, 미르 재단의 이사장 등 인사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특히 차 감독은 이번 정부 들어 창조경제추진단장과 문화창조융합 본부장을 맡는 등 ‘문화계 황태자’로도 불리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박근혜 정부 문화계 황태자인 차은택씨를 밀라노 엑스포 감독으로 선임하기 위해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소송까지 감수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에 대한 공공기관의 맹목적인 충성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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