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파행에 언론은 제각각 원인을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야권과 정세균 의장이 잘못했다고 쓴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여권이 국감을 보이콧한 이유로 최순실 게이트의 확장을 막으려는 것으로 꼽았다. 

이외 언론은 여권과 야권이 모두 잘못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러한 논리는 결국 시민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정치혐오는 집권세력의 힘을 강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반쪽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빠지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이 출석해 “최순실과 연락한 적 없다”고 말했으나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들과는 엇갈린다. 전경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800억원을 마련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음은 27일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파행 국감 출구 막는 집권당 대표>
국민일보 <‘국회의장 중립’ 싸고 정국 혼돈>
동아일보 <巨野 단독국감 강행 與대표는 단식 농성>
서울신문 <野단독 ‘반쪽 국감’… 與대표 단식농성>
세계일보 <‘김재수 블랙홀’에 빠진 국감>
조선일보 <국내 < 해외… 車 생산량 역전됐다>
중앙일보 <내일부터 n분의 1 시대>
한겨레 <정치 걷어찬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 농성>
한국일보 <오버하는 與, 오기 부리는 野… 정치가 없다>

20대 국회 국정감사 시작날인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고 새누리당은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다.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일부 상임위만 ‘반쪽 감사’를 시작했다. 국정감사 파행과 여당 대표의 단식농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언론의 각기 다른 원인을 짚었다.

조선일보는 이 사태의 원인을 “야권이 만들고 정세균 의장이 키운 것”이라고 짚었다. 27일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는 야당들이 뚜렷한 사유도 없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데서 시작”이라며 “정세균 국회의장은 시종일관 야당 편에 서서 국회를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책무를 깼다”고 썼다.

국민일보도 1면 기사 제목을 ‘국회의장 중립 싸고 정국 혼돈’으로 뽑고 “대치 정국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으로 안 되는 거지’ 발언이 돌발변수로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새누리당과 이정현 대표의 행동이 ‘최순실씨 스캔들’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새누리당의 이런 강경 투쟁은 야당 출신 국회의장과 다수 야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라면서 “동시에 우병우 청와대 민병수석과 최순실씨,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을 힘을 빼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 27일 한겨레 1면.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1차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지인 최순실씨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확산을 차단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외 언론은 이번 사태를 여야 모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제목을 뽑았다. 동아일보 1면 ‘巨野(거야) 단독국감 강행 與(여)대표는 단식 농성’, 한국일보 1면 ‘오버하는 與, 오기부리는 野…정치가 없다’, 서울신문 1면 ‘野단독 반쪽 국감, 與 대표 단식농성’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사들은 여권과 야권의 잘잘못을 열거하면서 양쪽 다 국민은 신경쓰지 않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주제를 잡았다. 한국일보 1면 기사가 “정치권의 치킨게임”이라며 “국민은 안중에 없이 상대를 향해 일방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고 쓴 게 대표적이다.

▲ 27일 한국일보 1면.
이러한 언론의 보도는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는 여당의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향신문이 이날 사설에서 지적한 대로, 여당의 목표가 첫째로 ‘최순실 게이트’가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면 두 번째 목표는 “시민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여론을 양극단으로 분열시킴으로써 대선 과정의 동력으로 삼으려는”데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혐오가 커지면 결국 집권세력에게 유리한 판으로 흘러간다. 경향신문 3면 기사는 그 이유를 “정치혐오를 자극하면 여야 지지층을 가르고, 여권지지세력을 결집할 수 있다”라며 “이 정현 대표와 새누리당이 이처럼 국민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그동안 일방적 국정운영의 결과 4‧13 총선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고 친박집권 세력도 당내에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27일 경향신문 3면.
하지만 이러한 정치혐오는 결국 “정치적 리더십의 신뢰를 파괴하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여당이 스스로 국정 책임을 저버렸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최순실 게이트', 전경련에 뒤집어 씌우나

26일 반쪽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개입 논란의 주인공인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출석했다. 전경련은 청와대와 대기업 사이에서 두 재단의 출연금을 모아 800억원을 마련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감장에서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최순실을 만난 적이 없다”라며 “대기업들의 제안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 27일 중앙일보 10면.
그러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경련 측의 설명은 맞지 않게 된다. 노웅래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거액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하며 이사회 의결만으로 출연결정을 했고 삼성물산도 15억원을 출연했지만 이사회 의결은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재계 내부의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재단을 설립했다는 전경련 측의 설명과 맞지 않는다.

하지만 전개가 논란의 핵심을 지우고 전경련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대기업들이 뭔가에 쫓겨 일사천리로 자금을 출연한 정황”이라며 “두 재단과 최순실씨와의 연관성,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개입여부가 논란의 핵심, 전경련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27일 한국일보 사설.
또한 한국일보는 전경련이 청와대 등 권력의 잘못을 뒤집어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앞서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도 전경련이 뒤집어 쓰고 흐지부지 끝나는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편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국정감사에서도 미르재단이 정부의 대표적 개발협력프로젝트인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정부의 공식 추진 전부터 관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르재단 관계자가 범정부 TF에 참석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경협 외통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미르재단이 정부 부처보다 미리 기획하고 사업 계획을 다 했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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