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할 공영방송은 이를 여야 공방 이슈로만 다루고 있다. 

KBS는 ‘뉴스9’에서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현 정권의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야당의 주장을 ‘여야 간 공방’, ‘야당의 의혹 제기’ 등으로 전하면서도 최씨의 실명(최서원으로 개명)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다.

KBS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지난 20일 한겨레 보도 이후 21일 ‘뉴스9’에서 “지난해와 올해 초, 대기업들이 수백억 원을 들여 설립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놓고, 정치권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면서 “야당은 특히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최모씨의 지인이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됐다며 비선 실세의 개입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24일 KBS ‘뉴스9’ 리포트 갈무리.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최씨에 대한 언급 없이 청와대와 여당 측 반박을 충실히 보도했다. MBC는 “청와대는 부당한 정치 공세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야당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을 배후로 거론한 데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며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의혹을 부풀려 정권을 흔들려는 억지 주장이라며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MBC는 두 재단 관련 대정부질문이 계속된 23일에야 최씨를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특혜 의혹에 연루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면서도 리포트 제목은 “‘미르 재단’ 의혹 여야 공방, 황교안 ‘유언비어 법적 조치’”라고 내보내 정부 측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SBS는 21일 ‘8뉴스’에서 두 재단의 특혜 의혹을 보도하며 “(우상호·박지원) 두 원내대표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이 과정에 개입한 실세로 거론했다”고 밝혔다. 

24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SBS는 24일에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800억 원을 몰아준 대기업들이 정작 자신들의 재단에 대한 기부에는 매우 인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후속 보도하며, 재단 설립에 관여한 전경련이 뒤늦게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청와대 외압 의혹이 확산되자 전경련이 관리와 운영에 직접 나서 전경련 문제로 선을 그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2일 “지상파 3사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야권과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여당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는 당·청의 입장을 소개하는 기계적인 균형만을 갖춘 단순한 보도를 냈다”며 “‘부당한 정치 공세를 그만해달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보도하면서도, 실제 미르·K재단 의혹이 부당한 정치 공세인지 아닌지는 전혀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MBC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던 농민 백남기씨가 서울대병원에서 317일간 사경을 헤매다 25일 숨졌음에도 두 문장 단신 보도에 그쳤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14번째 꼭지에서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던 백남기씨가 오늘 오후 2시쯤 급성신부전으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며 “유족과 ‘백남기 대책위원회’는 ‘사망의 원인이 물대포인 게 명백한 만큼 부검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부검 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리포트로 관련 소식을 전한 KBS와 SBS와 달리 MBC는 백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25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26일 성명을 내고 “그마저도 백남기 씨의 사망 소식을 한 줄 처리하고, 나머지 한 줄은 바로 부검 논란으로 넘어갔다”며 “왜 이런 일이 빚어졌는지, 그동안의 경과는 어떻게 되는지, 쟁점은 무엇이었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공권력에 의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이나 분노는 단 한 줄도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사건 초기 민중총궐기 관련 리포트를 연일 보도하면서도 백남기 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단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다. 과잉 진압 논란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영상을 누락한 건 지상파 3사 중 유일했다. 지난 1월 홍기백 보도국 편집1센터장은 “확인되지 않은 동영상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본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열렸고, 사람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살수차를 투입하면서도 제대로 된 실전 훈련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도 없었음이 드러났다”며 “그러나 뉴스데스크는 이날 리포트는커녕 단신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이라면, 최소한 언론이라면, 이 시기 과연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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