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을 위해 설립된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이 특정 보수·극우매체에 광고비를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미옥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방문진으로부터 제출받은 ‘방문진 사업 홍보 매체 선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방문진 사업 등 공모홍보 지출비 3520만 원 중 2200만 원(62.5%)을 미디어워치·뉴데일리·조갑제닷컴·폴리뷰·문화일보 등에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 자회사인 iMBC를 제외하면 기타 매체는 대학내일뿐이다.

매체별로는 iMBC와 대학내일이 330만 원씩 두 차례 660만 원의 광고비를 받았고 미디어워치와 뉴데일리가 550만 원, 조갑제닷컴 440만 원, 문화일보 385만 원, 폴리뷰가 275만 원을 받았다. 

방송 공익성 제고와 방송 관련 학술연구 및 사회공헌사업 활성화를 위한 방송진흥사업과 해외방송연구지원 홍보비의 경우 공모홍보비 2090만 원 중 1430만 원(68.4%)을 보수·극우매체에 몰아줬다. 지난 1일부터 홍보를 시작한 ‘제19회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 공모의 경우 미디어워치·뉴데일리·조갑제닷컴에 770만 원(53.8%)의 홍보비를 지급했다.

▲ 지난 1월25일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갈무리.

그러나 현재 10기 방문진 이사회 이전만 하더라도 미디어오늘·미디어스·기자협회보·PD저널 등 미디어 전문 매체들과 조선·중앙·동아·한겨레·한국일보 등 종합일간지,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도 비교적 골고루 방문진 광고가 집행됐다.  

문미옥 의원은 “보수매체에 대한 방문진의 홍보 몰아주기는 지난 1월 백종문 녹취록에서 공개된 보수매체 지원 약속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 MBC의 관리·감독 기구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며 형평성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폭로된 MBC ‘백종문 녹취록’에선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이 “MBC도 폴리뷰한테 광고를 하나 해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우리 회사는 인터넷매체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이 안 되냐”고 MBC 관계자에게 물으면서 방문진에서 극우매체에는 광고를 안 줬다고 지적했다. 박한명 국장은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도 겸하고 있다. (관련기사 : 정권 말, 방문진에서 벌어진 영화 같은 현실)

문 의원은 “야당 추천 이사진들의 문제 제기에도 방문진은 지속적으로 특정 매체에 홍보를 맡기고 있다”며 “방문진 내부 구성원을 비롯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홍보매체 선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도 ‘방문진 홍보·광고매체 선정의 원칙과 기준에 대한 건’이 결의사항으로 올라왔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올해 초 백종문 녹취록 사건이 불거지면서 인터넷 매체 폴리뷰 광고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지난 6월16일 방문진 감사보고 때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며 “원칙과 기준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광고효과, 광고의 적합성 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광고가 집행됐던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안건은 앞서 진행된 안광한 MBC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이 여권 추천 이사들의 일방 표결로 ‘각하’되면서 야당 추천 이사들이 모두 퇴장해 차기 이사회로 논의가 미뤄졌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이 ‘무슨 기준으로 홍보 매체를 선정했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MBC에 관심 있는 매체 중 방문진과 MBC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허위 보도를 한 매체에는 광고를 주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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