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이라는 제 역할은 못 하고 해외출장 등 공금을 과도하게 지출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다수인 정부·여당 추천이사가 사실상 인사·의결권을 독식하면서 MBC 사측을 대변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최근 선진 공영방송제도 조사를 위한 유럽 3개국 출장에서도 노동조합에 부정적인 질문을 주로 하는 등 공정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 소속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 방문진 임직원 해외출장 비용 현황’을 보면 방문진 임직원들은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34회의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출장비 총액은 11억6000만 원으로 연평균 2억 원 이상의 공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최근 5년간(2011~2015년 해외출장비는 10억13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문진은 올해 내부감사에서도 지난해 방문진 운영 예산이 5억 원이었던 것에 비춰 임직원들의 출장비 지출이 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문진은 지난해 14억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방송문화진흥회. 사진=김도연 기자
방문진과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MBC가 영업적자에 허덕인 2014년에 방문진 이사들은 해외출장비로 5억4000여만 원을 썼고, 지난해에도 4억 원 이상을 해외조사비 등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방문진 총예산은 59억3000만 원이었다. 

지난해 방문진이 14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2014년 MBC 영업적자가 270억 원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영업이익의 15%를 방문진 출연금으로 내게 돼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방문진의 자산은 820억7000만 원이다. 

1988년부터 축적된 출연금과 배당금(연 7000만 원)으로 방문진 재정이 부족한 상태는 아니지만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라는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 것도 시급한 개선 과제다. 

방만하다는 비판을 받은 해외출장의 경우에도 최근 5년간 34회의 출장에서 결과보고서가 제출된 것은 절반에 불과했다. 상당 경우 출장 목적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며, 해외 체재비와 선물 구입비 등 지출이 불명확하고 출장결과보고서는 대부분 현장 사진과 간단한 내용 정리 위주인 것으로 알려져 외유성이 짙다는 지적도 받았다.

문미옥 의원은 “트로이컷(보안 프로그램)과 세월호 특조위 동행명령을 비롯해 MBC 내부의 산적한 문제도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는 방문진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해외출장 결과보고서와 관련한 내부 규정 마련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7월 방문진 여권 추천 이사 4명(유의선·권혁철·김광동·이인철)이 다녀온 세계 선진 공영방송제도 조사 결과보고서에선 노조에 부정적인 이사들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밝혀졌다.   

문 의원이 발췌한 보고서를 보면 이들은 영국·오스트리아·독일의 공영방송 관계자들과 미디어 전문가들을 만나 “노조가 간부 인사에 영향을 주는가?”, “방송 공정성을 이유로 노조가 파업한 적이 있는가?”, “한국에서는 노조가 정치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등 질문을 자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는 “방문진 이사 4명은 전문가들을 만나 편파적인 질문을 집중적으로 했고,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고 들었다”며 “유럽 3개국엔 권력이 공영방송 사장을 낙하산으로 보내고 정권 홍보방송을 하도록 하는 사례가 없는데 방문진 공적 자금을 1억 원 가까이 써가며 노조에 불리한 연구안을 내놓은 건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방위 소속의 김성수 더민주 의원이 방문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MBC는 2004년 이래 MBC 주식 30%를 보유한 정수장학회에 매년 20억 원씩 기부금을 냈으며 영업적자였던 2015년에도 30억 원이나 기부했다. 당시 MBC 기부금 총액(약 32억500만 원)의 93%에 달하는 금액이다.

MBC의 정수장학회 기부금은 201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는데 특히 대선이 있던 2012년엔 27억5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6억 원이나 늘었다. 

김성수 의원은 “2012년은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과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MBC 주식 매각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해”라며 “2012년 국정감사에서도 2011년 기부금 1억5000만 원 증액이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 출간 비용일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MBC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데 기부금은 반대로 늘어나는 상황이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그동안 왜 10억 원이나 기부금을 늘려왔는지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문진과 MBC 측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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