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들의 사생활침해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확실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한 문제는 언론이 이러한 사생활 침해 사건을 보도하면서 또 한 번 연예인에 대한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일본 연기자 고마츠 나나의 열애설이 난 배경으로 지드래곤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킹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드래곤과 고마츠 나나가 함께 찍은 사진이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유포됐다는 설이다. 

현재 지드래곤의 해당 계정은 삭제된 상태이고 인터넷 상에는 “지드래곤의 중국 팬이 해킹을 했다”, “지드래곤과 고마츠 나나의 사진은 합성 사진이다” 등 여러 추측이 떠돌고 있다.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내고 “상황 확인이 필요하다”, “아티스트의 사생활이라 확인이 불가하다”고만 밝혔다.

▲ 나일론 재팬 2016년 5월호에 실린 지드래곤과 고마츠 나나의 화보.
지드래곤의 사생활 유출이 비공개 인스타그램 해킹으로 인한 것이 맞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8조 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소셜미디어를 해킹하며 악성프로그램 등을 이용했다면 48조 2항에도 위배될 수 있다. 48조 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조항에 반하든 이는 실제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수사당국이 48조1항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만약 2항에 해당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재 지드래곤의 팬들은 YG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하는 범죄로 인해 사생활이 유출됐다는 설에 무게가 실림에도 YG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경찰이 수사를 결정한다면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가능하기는 하다.

사단법인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예훼손처럼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형사소추를 할 수 없는 범죄)이거나 모욕죄처럼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바로 수사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최근 비슷한 사건이 너무 많아 굳이 처벌해달라는 사람이 없는데 경찰이 수사를 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해킹으로 유출된 사진임을 알면서도 보도한 언론, 문제없나

지드래곤과 고마츠 나나의 사진이 유출된 후 언론은 해킹 사건보다 ‘지드래곤-고마츠 나나 열애설’을 위주로 보도했다. 해당 사건이 해킹으로 인한 정보 유출임을 알았어도 해당 사진을 그대로 기사에 넣어 보도했다.

19일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해킹 사건보다 지드래곤과 고마츠 나나의 유출된 사진을 올린 기사가 주를 이룬다. 특히 유출 사진을 언급하며 ‘진한 스킨십’ 등의 제목으로 자극적 보도를 했다. ‘고마츠나나-지드래곤 진한 스킨십, 침대 위 포개 누운 발…증인은 태양’(헤럴드경제), ‘지드래곤-고마츠 나나 열애?…농도 짙은 스킨십 사진 유출’(스포츠경향)등의 제목이 대표적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 주요 매체도 유출됐다고 알려진 사진을 기사에 삽입해 보도했다. 인터넷매체 위키트리는 '열애? 지드래곤 고마츠 나나 사진'이라는 기사에서 아예 유출된 사진을 모아놓기도 했다. 

▲ 지드래곤과 고마츠나나의 열애설을 보도한 언론의 제목들. 해당 기사에는 모두 유출된 사진들이 들어가 있다.
언론이 해킹으로 퍼져나간 사진을 보도하는 경우 형사 처분은 불가할지라도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이 해킹으로 인해 유출된 사진을 퍼뜨려도 형법상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며 “만약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민법상 사생활의 비밀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교수는 “언론사들이 해당 사진에 대해 해킹 되어서 유출된 것을 알면서 퍼뜨린 것은 사생활의 침해일 가능성이 있다”며 “해킹으로 알게 된 정보라고 하더라도 공익적인 목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면 정당화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라고 말했다.

언론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언론사에도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사실 보도와 사생활 침해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언론은 사생활 침해를 전달하며 사생활을 더욱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신정아 사진 논란 당시에도 꼭 사진을 보도했어야 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됐다”며 “지드래곤의 경우도 사진을 싣지 않아도 보도가 가능했던 점에 미뤄보면 지드래곤 측이 사생활 침해로 언론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경우 언론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로서는 사생활 침해임에도 해당 사진을 반드시 써야했던 이유에 대해 충분히 소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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