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분야를 홀대하고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인사들이 고위직을 독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와 달리 돈이 되는 분야에만 집중한 채 기초과학 육성은 하지 않는 창조경제 정책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일부를 흡수해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거대부처를 신설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와 관련분야 관료들이 인사 독점을 해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부실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3년 3월 미래부 출범 당시 실·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기초과학분야를 담당하는 과학기술부 출신 11명, 정보통신부 및 관련분야 출신 9명,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 등 기타부처 출신 7명으로 구성됐으나 2016년 현재 과기부 출신은 8명으로 3명 줄어들고 정보통신부 및 관련분야 출신이 13명으로 4명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문기 전 장관과 최양희 장관 등 전현직 미래부 장관 모두 정보통신분야 출신이다.

▲ 미래창조과학부는 출범 때부터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정보통신분야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를 통합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사진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VR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승진자 역시 정보통신부 및 관련분야 출신으로 채워졌다. 김경진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기준 3급 이상 승진자 32명 중 과기부 출신은 9명에 불과한 반면 정보통신부 및 관련분야 출신은 23명에 달했다. 반면 미래부 출범 이후 퇴직한 고위공무원 13명 중에선 과기부 출신이 9명에 달했다. 김경진 의원은 “과기부 공무원이 나간 자리를 ICT 출신으로 메워 가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 같은 인사의 원인은 미래부 인사위원회 구성이 정보통신분야 중심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급 승진심사위원회 위원 6명 중 과기부 출신 위원은 1명뿐이고, 4급 승진심사위원회 위원 9명 중 과기부 출신 위원 역시 1명에 불과하다. 특히, 미래부 출범 후 현재까지 인사담당 과장은 정보통신부 및 관련분야 출신이 독점하고 있다. 

김경진 의원은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앞세우며 ICT를 우대하다가,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라봐야 할 과학기술을 홀대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홀대는 연구현장에 악영향을 가져오고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창조경제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원실에 따르면 연구현장은 고위직 인사 중 과기부 출신이 적어 ‘의견 수렴 통로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 미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현장 과학자들을 만나 견해를 듣고 있는데 정보통신부 출신 관료들이 미래부를 쥐고 있다 보니 기초과학이 기술을 위한 수단이 되고, 성과를 바로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의원은 미래부 인사위원회 구성을 분야별로 동수로 하고, 인사과장을 과학기술 분야 출신이 맡을 수 있도록 순환제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장기적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분야 부처를 다시 분리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과학계 출신인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를 폐지하고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부활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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