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터널’에서 터널에 갇힌 주인공은 한달 동안 라디오방송을 들으며 구조를 기다린다. 지난 12일처럼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언제든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재난방송 역할을 해야 할 라디오방송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터널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재난방송 수신환경 실태조사’에 자료에 따르면, KBS FM라디오를 기준으로 전국 84%의 터널에서 라디오를 청취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 자체가 수신이 안 되는 터널만 901곳에 달했고 전파가 미미해 라디오 청취가 불가능한 ‘청취불가’(전파수신율이 40%미만) 터널도 1402곳에 달했다. ‘청취미흡’(전파수신율 40%~89%) 터널은 185곳이다. 반면 문제 없이 라디오 청취가 되는 ‘청취 양호’(전파수신율 90% 이상)터널은 82곳에 불과했다.

▲ 영화 '터널' 스틸컷

특히 지난 12일 지진이 발생한 울산광역시는 전체 14곳 터널 모두 라디오 청취가 불가능하다. 경북(92%)과 부산(88%)역시 라디오 청취불가 터널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국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상황을 대비해 터널 및 지하공간에서도 방송통신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지난해 6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신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진 의원은 “정부는 법률이 정한대로 방송통신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도로·철도 터널 및 지하철 등의 전파수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