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종합편성채널의 친문 비판이 절정에 달했다. 특히, TV조선은 온라인 당원을 ‘일베’ ‘홍위병’ ‘친위대’등으로 묘사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모니터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달 27일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의원이 더민주 대표로 선출됐고, 친문 성향의 지도부가 탄생했다. 

종편은 이전처럼 친문 정치인만 도마에 올린 게 아니라 더민주 온라인 당원들을 정조준했다. 지난 30일 방영된 TV ‘최희준의 왜’에서 최희준 앵커는 더민주 온라인 당원을 가리켜 ‘진보 일베’로 분류했다. “보수 진영에는 일베라는 게 있다. 이쪽에는 이번에 드러난 친노, 친문 성향의 온라인 당원들”이라는 것이다. ‘일간베스트 vs 더불어민주당 온라인 당원’이라는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일베와 동급으로 놓으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민주 온라인 당원들에게 씌운 것이다.

▲ 지난 30일 방영된 TV조선 '최희준의 왜' 화면 갈무리.
물론, 온라인 당원들과 일베를 비유한 건 더민주 내부에서 먼저 있었다. 더민주 김한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온라인 당원들과 논쟁 과정에서 “여러분이 '일베'류와 행태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당사자가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고, 언론은 특정 표현이 적절한지, 다룰만한 가치가 있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 

일간베스트는 혐오발언과 차별적 발언을 해왔으며 세월호 참사 단식투쟁 현장 앞에서 폭식투쟁을 벌이고, 5.18 희생자들을 모욕한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6년에 발표한 ‘차별․비하에 따른 심의 및 시정 요구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시정조치를 많이 받은 곳이기도 하다.  민언련은 "일베라는 집단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을 생각해보면, 이들을 ‘진보 일베’라고 비유한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극단적인 비유가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자신들의 방향이나 원칙에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피아를 안 가리고 공격 해댄다”면서 “미국 공화당의 강경 보수, 이른바 티파티 세력의 행태하고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방영된 TV조선 정치옥타곤에서 이봉규 진행자는 더민주 온라인 당원을 “홍위병”에 비유했고,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친위대”라고 말했다.

▲ 지난 28일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화면 갈무리.
투표과정부터 전망까지 친문에 대한 비판이 일방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의혹조차 제기된 바 없는 오더투표 논란이 제기된 게 대표적이다. 지난 28일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한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오더가 내려갔다는 말이 처음부터 있었다. 친문 쪽에서”라며 “그러니까 당대표는 추미애, 여성 최고위원은 양향자, 또 청년 최고위원은 김병관 오더가 내려갔다는 말이 있었는데” 라고 말했다.

아직 대선국면에 접어들지도 않았지만 ‘문재인 필패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채널A ‘뉴스뱅크’에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당 내 대세였지만, 낙선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문재인 전 대표 체제, 지금 더민주 지도부도 보면 그 당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꼬투리 잡기도 이어졌다. 지난 28일 MBN 시사스페셜은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 직후 트위터에 “(투표 과정에서) 경쟁은 끝났고 단결이 남았다”고 말한 것을 경쟁자가 없다는 의미로 왜곡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지. 어떻게 경쟁이. 자기들끼리 친문이 압도적인 곳에서 전당대회 결과를 가지고서 경쟁은 끝났다고 이야기합니까?”라며 “문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언론은 특정 정당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토크와 대담 프로그램에서 특정 정당과 특정 계파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지속적으로 주제로 나오고, 일방적인 주장이 이어지는 건 문제가 있다. 

민언련은 지난 8월26일부터 9월1일까지 방영된 TV조선의 9개 시사토크 프로그램 37편을 분석했는데, 그 중 더민주 전당대회는 26편에 걸쳐 나왔다. 채널A에서도 같은 기간 11개 시사토크프로그램 43편 중 25편이 더민주 전당대회 관련 아이템이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더민주 전당대회를 많이 다뤘다. 자연스럽게 친문패권에 대한 비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29일 조해주 선거방송심의위 부위원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은 “(시사토크) 프로그램 하나만 보면 중대한 (공정성) 위반이 아니더라도 낮에도 밤에도 이 같은 방송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건 문제가 크다”면서 “지상파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는데, 종편은 지적을 해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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