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열린다. 방송통신 분야에서 이번 국감은 시기적으로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핵심 브랜드인 창조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통법은 다음 달이면 도입 2년을 맞는다. 시장에서 안착한 종합편성채널의 두 번째 재승인 심사절차도 시작됐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내놓은 야 3당에게는 법의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는 ‘한 방’을 보여야 할 시기다. 미디어오늘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핵심쟁점 9가지를 꼽았다. <편집자주>

1. 창조경제 평가와 정부조직 개편

올해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정책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점검을 토대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재편하는 논의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과학계 출신인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미방위 의원은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를 폐지하고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부활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료방송과 통신규제는 이전처럼 방통위 업무로 통합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분리하고 격상시키는 안도 거론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창조경제가 이번 정부의 핵심브랜드였던 만큼,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도 미래부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어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핵심은 기초과학을 분리하는 것과 확실한 업무분담이다. 문미옥 의원실 관계자는 “과학기관이 따로 있을 때는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관련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미방위 소속 이재정 더민주 의원실 관계자는 “현장 과학자들을 만나 견해를 듣고 있다. 정보통신부 출신 관료들이 미래부를 쥐고 있다 보니 기초과학이 기술을 위한 수단이 되고, 성과를 바로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면서 “유료방송, 통신규제 등 방통위와 미래부의 업무가 애매하게 나뉜 것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VR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다른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25개에 달하는데 성격이 중복돼 비용이 낭비되고 산하기관장 자리 채우기를 위한 기관이 됐다”면서 “통폐합의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창조경제 성과를 점검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미방위 관계자는 “창조경제라는 게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의가 모호한 만큼 창조경제 덕에 특정 산업이 잘 되는 건지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조경제 관련 질의는 △혁신센터 비정규직 문제 △대통령 일정에 맞춘 무리한 혁신센터 개소식 △센터 장비의 낮은 활용도 △연관성 적은 제품에 대한 창조경제 홍보 △기업 중복투자 문제 등 핵심적인 평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2.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증인 채택이 관건

지난 7월21일 야 3당 소속 의원 160여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MBC 출신인 김성수, 신경민, 최명길 의원이 공영방송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계획이고, 새누리당은 관련 논의를 봉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특별증인채택이다. 일반적으로 출석하는 기관증인 외에 더민주는 공영방송 보도개입 문제에 대한 증인채택을 대거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KBS 국감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길환영 KBS 사장을 증인채택으로 요구하는 안도 거론될 것으로 보이며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국감에서는 안광한 MBC사장,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명길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은 피감기관의 비리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중계가 되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증인들을 대질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저지를 하게 되면 증인 채택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협상을 하게 되면 결국 핵심인사들을 불러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미방위 더민주 관계자는 “국감에서는 증인이 불참할 경우 상임위 차원에서 형사고발할 수 있는 권한이 막강한데, 상임위원장을 새누리당에 넘겨준 게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일정 자체가 지난해보다 축소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은 미방위에서 첫 국감을 치른 새누리당 박민식 간사의 동의로 하루 동안 방문진 단독 국감을 진행해 ‘고영주 청문회’라 불릴 정도로 공영방송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10월10일 방문진 국감을 단독국감이 아닌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공동으로 실시한다.

3.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국회가 막을까?

TV를 보면 프로그램 앞뒤에도 광고가 붙고, 이제는 장면 곳곳마다 간접광고가 넘쳐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일 방송의날 축하연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상파 중간광고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중간광고 도입 추진이 기정사실화됐다.

미방위 더민주 관계자는 “중간광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최소한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KBS는 수신료 인상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시청자들의 저항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정부에서 정식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 만큼 여야 정당도 관련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야3당은 KBS 수신료와 마찬가지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되지 않는 한 규제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 의원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방위 관계자는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지상파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 “돈 잘 버는 종편, 이제는 특혜 거두자”

내년 3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을 앞두고 열리는 국감인 만큼 종편에 대한 문제 역시 활발하게 제기될 예정이다. △과도한 보도프로그램 편성 △막말 편파방송 △콘텐츠 투자계획 이행 미비 △재승인 심사의 실효성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종편 특혜 환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미방위 관계자는 “막말방송 등 종편의 저질스러운 모습을 부각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종편이 사실상 지상파처럼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지상파급의 규제를 받거나 아니면 특혜를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은 △의무재송신 △1사1미디어렙 광고 직접영업 △10번대 황금채널 배정 등의 특혜를 받아왔다.

새누리당은 지상파와 종편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일보가 청와대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선이 모호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정보누출을 보도한 MBC를 조선일보 출신의 강효상 의원이 비판하거나, 친박 의원들이 TV조선의 재승인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종합편성채널4사의 방송사업매출액 현황. MBN은 종편 승인 이전 보도PP때 매출액이 반영됐다. 디자인=이우림.


5. 질의 0순위, 단통법과 통신정책

미방위 국감은 이번에도 단통법 국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단통법과 통신정책에 대한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미방위 이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게 가계통신비 문제이기 때문에 최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 이슈는 여야가 대동소이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더민주 변재일·신경민 의원,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 등이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다 단통법의 핵심인 보조금 상한제 일몰을 1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기본료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보조금 상한선 인상 및 폐지’ 등 아젠다 제시가 관건이다.

그러나 내실 있는 국감이 될지는 미지수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단통법 성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왔고 시민사회단체 역시 주기적으로 단통법에 대한 평가를 해왔다. 따라서 새로운 문제제기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른 미방위 관계자는 “지금 여나 야나 보도자료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보도자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아젠다를 제시하는 기획국감이 아니라 통계 가공을 통해 질의하는 통계국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어” 정보인권 위기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지만 반드시 제기해야 할 쟁점이 ‘빅데이터 활용’ 문제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비식별화 조치는 위험성이 크다. 지난해 방통위가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각 부처별로 가이드라인이 나왔고 ‘정보집합물 결합지원’을 통해 비식별화된 정보가 결합될 수 있다.

비식별화는 예를 들어 ‘A카드사의 고객정보’ 파일이 있다면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같은 정보는 가공을 통해 모자이크처리를 하듯 지우고, 결제 내역 리스트만 보관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 지침대로 다른 정보와 대조하고 결합하면 개개인이 특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A라는 이용자에 대한 통신정보, 카드결제정보, 의료정보 등을 하나로 묶게 되면 결국 누구인지 알게 되고,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다만, 이 같은 문제제기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반대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이은권 의원은 6일 비식별화 조치를 통한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성수 더민주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식의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며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사례들을 모으고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은 미방위 차원 뿐 아니라 다른 상임위와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성수 의원실 관계자는 “빅데이터의 경우 미방위(통신3사) 뿐 아니라 정무위(카드사)와 복지위(병원 및 의료기관)에 걸친 문제”라며 “이들 상임위의 뜻이 맞는 의원들과 함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7. 과거로 회귀? 도 넘은 심의검열 

과도한 심의검열제도 역시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최근 방통심의위의 무리한 통신심의가 도마에 올랐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허위사실을 담았다는 이유로 삭제되거나, 북한의 IT를 다루는 외국사이트인 노스코리아테크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차단된 게 대표적이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과 더불어 심의기구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방위 관계자는 “심의위원을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천한다는 게 모순인 상황”이라며 “우리가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마찬가지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다양한 단체의 추천을 받거나 민간자율심의가 되도록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시조치 제도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임시조치는 블로그 등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누구든지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무조건 30일 동안 차단하는 것이다. 3대 인터넷포털이 2011년~2015년 동안 차단한 인터넷 게시물은 176만 건에 달한다. 지난 총선에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자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보도를 퍼나른 블로그·게시판에 대해 ‘임시조치’를 해 의혹제기를 막았다.

8. 시청자미디어재단 비리, 모두가 침묵하나?

방통위의 미디어 교육을 전담하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비리백화점’으로 불린다. 19대 국회 때 최민희 의원이 이사장의 법인카드 결제, 과거 편향적 발언, 정치편향적 인사 등을 문제제기했고, 최근 뉴스타파는 인사비리 등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시청자미디어센터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뉴스타파가 제기했고, 해명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다른 미방위 관계자는 “같은 당 의원이 걸려 있고 하니 (문제제기 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역구에 줄 것이 마땅치 않은 미방위에서 유일무이한 지역구 유치 기관으로 인식돼왔다. 19대 국정감사에선 대구 출마를 준비하던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구는 광역시인데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없다”고 말했고, 대구 지역구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간만에 의견이 통했다”며 거들기도 했다. 이처럼 의원들이 직접 유치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역시 센터 관련 청탁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9. 숨겨진 부실, 통합시청점유율 깜깜이 추진

TV 뿐 아니라 스마트기기까지 시청률 조사에 포함하는 통합시청점유율은 원래 2016년 이미 시행이 됐어야 하지만 깜깜무소식이다. 3년 동안 4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N스크린 시청행태조사 사업에 대해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중간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단 한 차례도 제대로 공개된 적 없다.

방통위가 조사결과는커녕 진행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가 “조사방법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 시청을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프로그램의 음성 데이터를 추출해 측정하는 방법을 썼지만 이어폰을 꽂게 되면 측정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어폰을 끼지 않더라도 소음 때문에 측정하기 힘들어 결국 비디오를 매칭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했다. 그러나 영상매칭은 아이폰 이용자들의 시청을 조사할 수 없고, PC시청의 경우 홈페이지 다시보기를 제외한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영상 서비스)를 통한 영상시청 역시 파악이 불가능하다.

방통위가 부실하게 사업을 운영해온 것도 문제다. 애초에 이 조사는 닐슨코리아가 맡기로 했는데, 스마트폰 음성매칭에 한계가 있어 설문조사로 대체하겠다고 했으나 방통위는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닐슨코리아는 사업을 포기하고, TNMS가 맡게 돼 부실한 음성매칭이 이뤄진 것이다. 2015년 TNMS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체결한 용역계약서와 다르게 패널을 선정해 방통위 감사결과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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