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내 일부당원들이 여성주의에 대한 특정입장을 정의당 명칭으로 현수막을 게재한 것에 대해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정의당 측에서 자진철거를 요청했으나 이틀이 지나도 현수막은 철거되지 않고 있다.

또한 정의당은 10차 전국위원회에서 ‘여성주의 정당을 위해 실질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했으나 일부 당직자들이 반발하는 등 정의당 내 여성주의에 관한 논쟁이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전국위원회가 열린 지난 3일 정의당 내 소모임 ‘당원비상대책회의’는 여성주의에 대한 특정 입정을 현수막에 써 서울 시내 30곳에 게재했다. 이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남자 여자 편 가르기 그만했으면…친하게 지내요”, “정의당은 성평등주의 정당입니다. 남성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정의당은 사람과 사람의 상생을 추구합니다. 무분별한 혐오는 상생이 아닙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 정의당 당원비상대책회의가 내건 현수막들. 사진=정의당 게시판
이들은 3일 정의당 전국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도 '언니가 허락한 메갈리즘 OUT', '혐오를 거둬줘, 난 너의 언니가 아니야'라는 팻말을 들고 있기도 했다. 

‘당원비상대책회의’는 정의당 내 소모임 커뮤니티로,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워마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 8월22일 정의당 게시판에서 “정의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 ‘오늘의유머’ 및 외부 지지자들에 대한 사과, 혐오에 반대하는 입장, 탈당하신 혹은 탈당 계획이신 분들에게 당을 지켜달라는 호소 등 무엇이든 좋다”며 “돌아선 지지자분들의 마음을 돌리고 우리가 원했던 정의당의 모습으로 회복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수막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당원비상대책회의의 몇몇 회원은 ‘중식이 밴드 사건’ 때 ‘정의당은 페미니즘 정당이 아니다’는 게시글에 동의를 표했다”며 “강남역 살인사건 10번 출구에서 정의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남자 여자 편 가르기 그만해요’라는 문구를 들고 있던 사건에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정의당 논평철회에 출당요구까지 계속되는 의견충돌)

이 관계자는 “여성혐오를 문제 삼아 발언하는 이들에게 ‘친하게 지내요’와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불평등한 현실은 외면한 채 기득권자와 비기득권자라는 구분을 지우는 일”이라며 “마치 회사와 노조가 싸우고 있는데 회사가 ‘친하게 지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회의 입장. 사진=정의당 게시판
또한 이 현수막의 문제는 여성주의에 대한 특정한 소모임의 입장이 정의당의 이름을 내건 현수막으로 제작되면서 당의 공식 입장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회는 3일 “당원비상대책회의의 현수막은 정의당 마포구 지역위원회의 공식적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며 “당의 이름을 앞세워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때는 책임 있는 당 기관과의 협의를 거치는 것이 상식이며 당원의 의무”라며 당원비상대책회에 유감을 전했다.

정의당 측도 ‘당원비상대책회의’에 현수막 자진철거를 부탁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평소에 당원이 당의 이름으로 활동을 하는 것에 특별한 제안을 두지는 않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3일 오후 자진철거를 부탁했다”며 “하지만 당에서 이를 철거하는 것은 공론장을 훼손하는 일이기에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일 오후 현재까지도 여전히 당원비상대책회의의 현수막은 떼어지지 않고 있다. 한창민 대변인은 “언제까지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명시는 하지 않았다”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요청을 거절한다면 다시 당에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는 정의당에 여성주의를 뿌리내리도록 하자는 ‘정의당 문예위 논평 발표 이후 당내 논쟁과 관련한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다. 특별결의문에는 △강령개정위원회에서 여성주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포함할 것 △성평등 조직문화 건설 노력 △여성정치강화와 성평등 교육 확대 △문화예술위원회 정상화 등이 포함됐다.

해당 특별결의문은 정의당 전국위원(총 95명) 중 3일 참석한 전국위원 65명 가운데 42명의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하지만 일부 당직자들이 특별결의문에 반대를 표하기도 하는 등 여전히 정의당 내 여성주의에 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 중에 공개적으로 특별결의문의 내용을 반대하기도 했다”며 “당 지도부가 상위 의결 기구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결정 사항을 책임 있게 이행할 사람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권위주의 정당이라면 어떤 결정도 일사분란하게 따르겠지만 민주적인 정당으로 당의 판단에 일부 당원이 비판할 수도 있다”며 “책임 있는 당직자들은 당의 공식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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