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선체 공기진입’이 사실은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한 ‘쇼’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TRS(해경 주파수공용통신) 음성파일 분석 결과 드러났다.

세월호 특조위는 2일 청문회에서 TRS 음성파일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TRS는 ‘Trunked Radio System’의 약자로, 경찰들이 어깨에 차고 다니면서 이어폰을 꽂고 청취하며 교신하는 일종의 무전기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등 범정부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사용한 지휘통데 수단이었다. 특조위는 지난 5월 TRS 음성파일 조사를 위해 해경본청 실지조사를 실시했고 해경본청 내 TRS 서버에 탑재된 하드디스크 3대를 복제했다.

분석 결과 해경이 발표하고 언론에 보도된 구조현황과 다른 부분이 발견됐다. 해경은 4월18일 오전 피해자 가족들에게 세월호 3층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탑승자가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던 식당칸에서 공기주입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하지만 특조위가 공개한 TRS 음성파일에는 이춘재 당시 해경 경비안전국장이 4월18일 10시16분 경 “공기호스를 식당 칸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되니까 현재 35m 지점에 설치된 그 부근 객실에 공기주입구를 설치하는 걸로 지시가 내려갔다”고 말한다. 이에 작업선에 타고 있던 해경 특수구조단장은 “확인해서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답한다.

청문위원을 맡은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식당칸에 실종자가 가장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곳이 아니라 좀 더 가기 편한 곳을 찾아 공기주입하라는 결정이 누군가에 의해 내려지고 이것이 현장 책임자에 의해 전달된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이에 박종운 상임위원은 “에어포켓을 만들어 실종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보다 공기 주입 그 자체를 일단 성공시키는 데 목적이었던 것으로 들린다”고 설명했다.

권영빈 위원은 당시 해경이 공기주입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기 위해 신경쓰고 있던 정황을 제시했다. 4월18일 8시50분 경 이루어진 TRS 교신에서 해경은 “지금 목포 3009, 1508, 1019 지금 이렇게 세 군데가 나오고 있다 지금 여기 체육관에서는 화면을 네 개를 띄우고 있다. 그래서 함정 하나를 더 띄워야 되는데” “현재 세 개 함정 이외에 ENG 한 척 더 들어가겠다”라는 대화를 나눈다.

권 위원은 “해경함정 중에서 위성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1000톤급 이상 함정들을 4척 동원해서 빨리 현장을 비추라는 것”이라며 4월18일 09시 14분경 이루어진 교신음성을 공개했다. 이춘재 국장이 “대책본부에서 지속적으로 세월호 부분 비춰달라고 지속적으로 비춰달라고. 요구사항임”이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박종운 위원은 이에 대해 “경비국장이 해경함정 4대 동원해서 공기주입 작업을 실시간으로 잘 비추라고 지시할 필요까지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영빈 위원은 “공기주입작업 하루 전날인 4월 17일 저녁에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 상황을 잘 볼 수 있도록 영상설비를 설치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공기주입 작업도 직접 챙겼다”고 말했다.

▲ 2014년 4월17일 JTBC 뉴스 갈무리
박 위원은 “300명이 나오지 못한 배가 가라앉아버릴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별다른 준비도 없이 공기주입을 강행하고, 그리고 공기주입 위치도 실종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아니라 공기를 넣기 편한 지점으로 변경했다”며 “그리고 해경 지휘부가 공기 주입작업이 매우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1000톤급 이상 해경함정을 4대나 동원해 위성영상으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 전송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청와대 보고를 위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위원 역시 “해경 함정에서 위성영상을 찍으면 청와대에도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당연히 청와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TRS 분석에 따르면 실제 공기주입이 이루어진 곳은 조타실로 추정된다. 4월18일 11시22분~23분 경 이루어진 TRS 교신음성록에는 해경들이 “제일 위쪽에 구명동 바로 옆에 구멍이 있어서 그 구멍으로 호스 끝단을 넣었다고 한다” “여기는 3009. 구명벌 위치들은 그쪽이 네비게이션 브릿지 데크”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네이게이션 브릿지 데크란 조타실을 뜻한다. 권영빈 위원은 “구명동 바로 옆에 구멍에 호스 끝단을 넣었다고 하는데, 구명동은 구명벌을 잘 못 말한 것”이라며 “실제로 조타실 내부에 공기가 주입된 것이 아니라 그 근처 어딘가에 급하게 호스만 끼워넣은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종운 위원은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공기주입 위치가 처음에는 세월호 3층 식당칸이었는데, 알고보니 좀 더 가까운 지점인 다른 곳에 넣으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실제 주입위치는 조타실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세월호 특조위 자료.
특조위에 따르면 특조위는TRS 100만개 중 약 1만개만 분석했다. 확보한 것 외 나머지를 달라고 제출했으나 해경은 ‘국가기밀’ ‘활동기간 종료’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을 위해 이 TRS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권영빈 위원은“지금까지 확보된 문서자료 중심의 진상규명은 한계가 명확하다. 생생한 실시간 음성내용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걸 여는 순간 사실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이라며 “국회에 요청한 특검이 의결될 경우 제일 먼저 압수수색 후 분석해야 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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