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첫 정기국회가 1일 시작했다. 순탄하지는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반발하며 정기국회를 보이콧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예정돼 있던 이날 본회의는 멈춰섰다. 일부 언론은 "여당이 멈춰 세웠다"고 했고 또 다른 언론은 "아무 일도 안했다", "충돌 국회", "협치 대신 고성" 등의 비판을 내놨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두 후보자에 제기된 의혹은 부동산 투기, 소득세 늑장 납부, 업무상 이해충돌 방지 위반 등 적잖이 제기됐다. 무난한 인사일 것이라고 예측됐던 전직 장관과 청와대 수석 출신 조윤선 후보자나 '청렴' 이미지의 공직자 출신 김재수 후보자 모두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야당의 반발을 샀다. 야당의 칼끝은 '인사 검증'을 맡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했다.

다음은 2일자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여당이 멈춰 세운 '민생 국회'>

국민일보 <정기국회 첫날부터 파행>

동아일보 <아무 일도 안한 정기국회 첫 날>

서울신문 <朴대통령·시진핑 회담 사드 갈등 해법 찾는다>

세계일보 <실세 민원 끼워넣기 '꼼수'>

조선일보 <美서부해안, 한진 화물수송 올스톱>

중앙일보 <빵 앞에 무너진 남미 좌파>

한겨레 <학교 불량급식 뒤엔 '17배나 비싼 시래기'>

한국일보 <與, 의장실 심야 진입… 첫날부터 '충돌 국회'>

여, 한밤까지 이어진 의장실 항의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원식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고위 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를 요구한 발언이다. 정세균 의장은 이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요구하고 사드 배치 관련해서도 대국민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정부와 청와대를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 개회사가 '정파적'이라고 했다. 정치 중립을 어긴 행위라며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개회식에 이어 처리하기로 했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은 여당 보이콧으로 무산된 꼴이다. 여당 의원 80여명은 이날 밤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정세균 의장을 둘러싼 채 사과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 등은 경호원과 몸사움을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두 차례 열고 정세균 의장의 사퇴 결의안을 채택하고 사회권 이양을 요구했으며 국회 윤리위에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의장은 “국민의 뜻을 말한 것”이라며 사과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을 제대로 전달한 것”, 국민의당은 “최고의 개회사”라며 정세균 의장을 지지했다.

경향신문은 "여당이 멈춰 세운 '민생국회'" 제목 1면 기사에서 "새누리당의 의사 일정 보이콧으로 시작과 동시에 파행을 겪었다"고 했다. 여당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여당의 보이콧에 대해 "과거 야당의 보이콧에 ‘민생 외면’이라고 비판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의장이 '우병우' 비판했다고… 새누리 의원들 한밤 의장실 점거" 제목의 1면 기사에서 파행 책임을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적했다. 한겨레는 "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반발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도중에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는 파행이 빚어졌다"며 "새누리당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다그쳐왔으나, 이날 정 의장의 발언을 빌미 삼아 스스로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감으로써 추경안 처리는 또다시 미뤄졌다"고 전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의장 개회사 내용을 문제 삼아, 그것도 여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빚은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면서도 "야당이 장악한 ‘국회 권력 교체’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파행 원인을 '야당'탓으로 돌렸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새누리당도 잘한 것은 없지만 ‘첫째도 중립, 둘째도 중립’이어야 할 의장이 개회사부터 야권의 주장을 확성기에 대고 외친 듯한 일은 전례가 없다", "‘야당의 일방통행’을 막을 심판으로서의 자격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야의 선수 대결도 모자라 심판까지 나서 민생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라며 정세균 의장을 몰아세웠다.

조선일보는 "국회의장의 본회의 발언에 야당이 반발해 보이콧한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여당이 의사 일정을 거부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 의장이 우 수석 거취 문제를 거론할 때까지는 별다른 반응 없이 잠잠하게 개회사를 들었다. 그러다 정 의장이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거론하자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본격 반발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야당을 향해 "수적 우위를 이용해 이런 식으로 전횡하다간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여당을 향해서는 "바깥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 추세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에게는 "정 의장 얘기 중엔 경청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도 "조그만 불씨로 집을 태울 정도로 충돌의 화약고 같은 곳"에서 "야당 출신 의장이면 여당에게 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려 깊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정세균 의장이 발언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하고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처신이 지나치다", "야당 출신 의장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협치 의지를 앞세워 출범시킨 20대 국회가 3개월 만에 반목과 갈등의 장으로 되돌아왔으니 딱한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정기 국회 첫날 여당 보이콧…강 대 강 국회 서막?

언론이 진단한 정기국회 첫날 벌어진 파행의 원인은 '대선 전초전'이라는 것이다.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각자 기선잡기에 들어가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 동안 우병우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인사청문회, 대우해양조선과 세월호, 농민 백남기씨 청문회 등 가파른 쟁점 사안을 다뤄야 한다. 정기국회 초반에 밀리면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충돌은 '서막'에 가깝다고 했다. "19대 대선을 15개월여 앞두고 여야가 ‘기선잡기’에 들어가는 시기인 데다 ‘여소야대’ 구도로 ‘힘의 균형’도 반전돼 사안마다 충돌할 공산이 크다"며 "여야 모두 20대 국회 정신으로 내세웠던 ‘협치’를 추구할 ‘현실적 여유’가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역시 이번 여야 대치를 두고 " 20대 첫 정기 국회이자, 대선을 1년가량 앞둔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여야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아일보는 "야권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대로 밀릴 수 없는 여권은 야권의 ‘의회 장악’에 맞서 강경 투쟁 일변도다. 여야의 극한 충돌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일보는 정치권의 이같은 강대강 대결을 두고 “대선 전초전의 기선잡기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순전히 대권병 때문”이라며 “중증 대권병이 아니라면 의장이 헌정 사상 초유의 이런 도발을 할 수 없다”고 정세균 의장의 발언을 몰아 세웠다. 언론이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이런 발언이 바탕이 됐다.

한겨레는 "새누리당의 반발은 일차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한 의사진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추경예산안 심사·합의 과정에서 번번이 코너에 몰리며 ‘여소야대’를 실감한 새누리당이 정기국회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된 파행’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여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다"는 해석도 덧붙었다.

이례적으로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파행을 주도한 것은 여소야대라는 20대 국회의 특징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서울신문 역시 '여소야대' 국면의 특수상황을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하게 되자 무력을 행사하는 여야가 뒤바뀐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이라고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서울신문은 또 다른 기사에서 "최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야성’(野性)을 발휘하는 상황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도래했음을 실감케 하는 진풍경"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신문은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19대 국회 때만 해도 ‘날치기 단독 처리’는 여당 몫, ‘국회 일정 보이콧’은 야당 몫이라는 공식"이 성립됐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새누리당은 야당의 ‘협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만큼 ‘대야투쟁’의 강도를 한층 더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파행… 우병우 책임론 제기

국회 인사청문회는 파행이 이어졌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추경 처리안에 반발한 여당 불참으로 진행됐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1일 오후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야당 단독으로 열렸다. 야당은 단독으로 채택한 김재수 후보자 청문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담았다.



반쪽 청문회였지만 후보자 개개인의 의혹도 짙다. 김재수 후보자는 모친이 빈곤층 대상 의료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함께 부적격 후보로 거론된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모친 건보료 부정수급 받은 김재수 후보자 사퇴해야"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이런 후보자를 인사검증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직사회의 공공의식과 도덕성이 땅에 추락했다는 의미"라며 "김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靑민정수석실, 검증 하기는 했나” 제목 기사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1일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제기된 의혹들은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청문회를 ‘우병우 청문회’로 규정했던 야당은 모든 칼끝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집중하고 있다"며 "우 수석의 인사 검증에 구멍이 숭숭 났다는 공세"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사실과 의혹들은 이를 사전에 정밀하게 살펴봤을 우병우 수석의 검증 잣대와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우병우식 부실 검증’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안에서는 우 수석이 자리에 머물면 머물수록 당·정·청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여당 내 비판에도 초점을 맞췄다.

김기춘, 2008년부터 일했던 농심에 재취업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농심의 비상임법률고문으로 취업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퇴직공직자가 신청한 취업심사 신청 55건을 심사해 김 전 실장을 비롯한 53명에게 취업 가능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경향신문은 농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전 실장은 2008년부터 5년간 농심에서 비상임법률고문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며 “취업가능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미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해찬 "퇴비 냄새" 민원 신청

무소속인 이해찬 의원이 지난 12일과 18일 두 차례 걸쳐 세종시 집 근처에서 퇴비 냄새가 난다고 '악취 민원'을 제기한 후 행정부시장에게도 직접 전화해 민원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악취 원인은 세종시 전동면에 위치한 이해찬 의원 자택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ㄱ씨가 뿌린 퇴비 였다.

이해찬 의원은 세종시 축산과, 조치원읍사무소, 한경호 행정부시장에게 집 앞 밭에서 퇴비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ㄱ씨는 결국 퇴비 15t을 모두 수거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세종시는 퇴비 성분 기준 적합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퇴비를 회수해 전문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새누리당 세종시당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축산시설 악취로 고생하는 수천명의 민원보다 전동면에 거주하는 한 사람의 악취 문제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세종시 행정을 시민들이 어떻게 볼지 의문”, "농민의 생계 터전인 농지 근처로 국회의원이 이사를 갔다고 해서, 퇴비를 주지 않고 어떻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단 말이냐" 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해찬 의원 측의 “농민이 뿌린 분변 퇴비로 악취 피해를 호소하는 주변 주민들이 많아 세종시에 민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는 해명을 전했고 조선일보는 “통상적인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는 이해찬 의원 측 해명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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