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에서 매일 사드 반대 집회를 하니까 우리보고 ‘전문 시위꾼’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 스스로 시위꾼이 된 것 아니다. 정부가 우리를 시위꾼으로 내몰았다. 나 역시 농사가 끝나면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 하고 쉬고 싶다.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 시위하게 만든 것은 사드 배치하겠다는 정부다.”
김천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박경범 경북 김천시 농민회장은 사드 반대를 위해 서울로 상경한 1천여 명의 시민들 앞에서 말했다. 1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반대하는 김천 시민들이 서울로 상경해 항의 집회를 열고 한민구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시각 김천 주민 대표단은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면담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고 대표단은 사드 배치에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삭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김천 시민들은 김천뿐 아니라 한반도에 사드 배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박경범 경북 김천시 농민회장은 “여기 나온 김천 시민들은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북한 방어용으로 사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아마 곧 사드 반대 집회가 전국에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김천 시민(주부)은 “다른 지역 분들은 우리가 우리 집 앞에 사드가 올까봐 전전긍긍하고 시위하고 있다고들 생각하겠지만 나는 우리 집뿐 아니라 어떤 지역으로라도 사드가 배치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그 어디에도 사드를 내어줘서는 안되기 때문에 전국의 많은 분들이 집회에 나와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집회 진행 전 12시 30분부터는 전쟁기념관 맞은편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천 주민 대표단이 1시간 10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을 마치고 집회장소로 온 김세운 김천투쟁위 수석부위원장은 “1시간 동안 면담을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며 “한 장관은 ‘잘 들었다.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세운 수석부위원장은 “국방부 관계자들은 사드가 안전하다고만 하고 시민들의 요구는 듣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국방부는 이미 사드 배치 장소를 옮기면서 신뢰를 다 읽었고, 만약 성주 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그곳에 살고 있는 김천시민들과도 꼭 협의를 하고 배치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민구 장관과 면담을 하고 돌아온 김천 주민 대표단들은 사드배치에 끝까지 반대하겠다며 삭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배낙호 김천시의회의장, 황병학 시의원, 이명기 시의원 등 10여명이 삭발을 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삭발도 뒤따라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사드 반대 집회는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고 삭발 퍼포먼스가 끝나자 김천 주민들은 자진해산했다. 이후 시민들은 김천으로 돌아가 7시 김천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