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에서 매일 사드 반대 집회를 하니까 우리보고 ‘전문 시위꾼’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 스스로 시위꾼이 된 것 아니다. 정부가 우리를 시위꾼으로 내몰았다. 나 역시 농사가 끝나면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 하고 쉬고 싶다.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 시위하게 만든 것은 사드 배치하겠다는 정부다.”

김천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박경범 경북 김천시 농민회장은 사드 반대를 위해 서울로 상경한 1천여 명의 시민들 앞에서 말했다. 1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반대하는 김천 시민들이 서울로 상경해 항의 집회를 열고 한민구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시각 김천 주민 대표단은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면담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고 대표단은 사드 배치에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삭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1일 오후 1시 김천에서 1천여명의 시민들이 상경해 서울 용상 전쟁기념관에서 사드배치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 사진=정민경 기자
1일 오후 1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김천시 주민 1천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반대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천 시민들은 사드 배치 후보지로 성주롯데골프장이 거론된 후로 계속해서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김세운 김천 투쟁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 김천 시민 대표단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함께 모였다.

김천 시민들은 김천뿐 아니라 한반도에 사드 배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박경범 경북 김천시 농민회장은 “여기 나온 김천 시민들은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북한 방어용으로 사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아마 곧 사드 반대 집회가 전국에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김천 시민(주부)은 “다른 지역 분들은 우리가 우리 집 앞에 사드가 올까봐 전전긍긍하고 시위하고 있다고들 생각하겠지만 나는 우리 집뿐 아니라 어떤 지역으로라도 사드가 배치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그 어디에도 사드를 내어줘서는 안되기 때문에 전국의 많은 분들이 집회에 나와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천에서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익명을 요청한 한 시민은 김천뿐 아니라 어떤 지역에도 사드가 배치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자유발언에 나선 이명재 김천 득천교회 목사는 “처음에는 나도 사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삐딱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공부해본 결과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방위 전략을 위한 것”이라며 “또한 아무리 우리나라에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민에게 물어보고 허락을 받고 배치를 결정해야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집회 진행 전 12시 30분부터는 전쟁기념관 맞은편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천 주민 대표단이 1시간 10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을 마치고 집회장소로 온 김세운 김천투쟁위 수석부위원장은 “1시간 동안 면담을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며 “한 장관은 ‘잘 들었다.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세운 수석부위원장은 “국방부 관계자들은 사드가 안전하다고만 하고 시민들의 요구는 듣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국방부는 이미 사드 배치 장소를 옮기면서 신뢰를 다 읽었고, 만약 성주 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그곳에 살고 있는 김천시민들과도 꼭 협의를 하고 배치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민구 장관과 면담을 하고 돌아온 김천 주민 대표단들은 사드배치에 끝까지 반대하겠다며 삭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배낙호 김천시의회의장, 황병학 시의원, 이명기 시의원 등 10여명이 삭발을 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삭발도 뒤따라 진행됐다.

▲ 김천 시의원들이 삭발 퍼포먼스를 진행 중이다. 사진=정민경 기자
삭발을 한 김병철 김천시의원은 “한민구 장관이 적어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정도의 말은 해줄 줄 알았는데 실망이 크다”며 “시민들에게 한마디 상의 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한민구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사드 반대 집회는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고 삭발 퍼포먼스가 끝나자 김천 주민들은 자진해산했다. 이후 시민들은 김천으로 돌아가 7시 김천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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