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밀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29일 조선일보 기자의 집으로 찾아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특별수사팀은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기보다는 해당 기자로부터 임의 제출받았다”고 말했지만 조선일보는 “기자의 집을 찾은 검사와 수사관이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을 제시하고, 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수사팀은 이 특별감찰관이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알려줬다는 한 단체의 고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수사 기관이 고발된 당사자도 아닌 참고인 신분인 취재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권력이 싫어하는 보도를 한다고 취재기자를 압수수색한 것은 언론을 적대시했던 좌파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권의 실세와 검찰이 보수 언론 권력의 최전방에 서 있는 조선일보를 압박하는 기이한 풍경을 두고 결국 여권 내 기득권을 쥐기 위한 ‘이전투구’가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흥미롭게도 청와대와 여권 내 ‘진박’을 제외하곤 우 수석 측에 우호적인 세력은 거의 없다. 계속되는 청와대의 불통과 ‘특정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내비치는 모습에 일부 극우 매체를 제외하곤 보수 신문들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왼쪽),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갈등이 본격화된 건 지난 16일 MBC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우 수석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인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해온 정황을 담은 SNS가 입수됐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우병우 감찰 누설 의혹, MBC도 수사해야”)

이에 대해 이 특별감찰관이 17일 “나는 평소 SNS를 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SNS를 통해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 다만 그런 내용의 통화를 한 기억은 있다”고 말하자 MBC는 “모 언론사 기자가 이 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외부 유출된 것을 옮겨놓았다”고 정정했다. 불법 도청·입수 등의 논란이 일자 자료 입수 경위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말을 바꾼 것이다. 

중앙일보와 문화일보 등은 MBC의 이 특별감찰관 기밀 유출 보도를 진실공방으로 다루면서도 우 수석에 대한 감찰 활동이 진행되자 ‘우병우 살리기’ 논란을 빚은 MBC의 미심쩍은 보도 배경과 우 수석이 사퇴하지 않고 수사를 받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MBC의 해명에 대해 “이 특별감찰관이 A사 기자와 SNS를 하며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당초의 보도 내용과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우 수석은 지금이라도 사퇴한 뒤 수사를 받는 게 올바른 자세다. 그래야 대통령이 안게 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우 수석이 끝내 사퇴하지 않는다면 수석 자리를 방패막이로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사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대통령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허탈감을 지울 수 없다”면서 “‘감찰 내용이 누설됐다’거나 ‘특별감찰관이 사찰당했다’는 논란은 또 무엇인가. 청와대의 권력 장막 뒤에서 벌어진 그 해괴한 일들이 대체 무엇이었는지도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19일자 사설
문화일보도 “우 수석은 120억 원대 부정축재의 장본인 진경준 전 검사장의 검증에 실패하고도 두둔으로 일관해온 단 1건으로도 민정수석직을 감당할 자격을 잃었다”며 “여기에 특감마저 통과의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위법 논란이 덧칠돼 ‘우병우 불신(不信)’은 더욱 커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우 수석에 대해선 “대통령을 보좌할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MBC 보도 이후 불거진 이 특별감찰관의 언론 접촉 의혹을 ‘부적절 행보’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연루설을 제기했을 땐 외려 김 의원을 ‘음모정치’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일간지 기자와 나눈 발언록을 분석해 보면 양측의 비정상적인 유착 정황이 많이 드러난다”며 “통상 취재가 목적이었다면 전화 통화 내용을 즉각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일간지는 자세한 감찰 상황을 듣고서도 핵심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동아일보는 24일에는 특별감찰관실의 문서 폐기 의혹을 제기하며 이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한 청와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동아일보 30일자 사설
동아일보가 중심을 제대로 못 잡는 모양새는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의 유착 의혹을 진상규명해야 한다면서도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론 탄압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동아일보는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된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박수환 대표와 호화 유럽여행을 했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에 대해서는 30일자 사설에서 “김 의원의 폭로에는 ‘음모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언론인 사찰 자료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입수 경위를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항간의 의혹대로 대우조선 수사 자료가 모종의 경로를 통해 전달됐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기(國基)를 흔드는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에 송희영 주필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중앙일보도 김진태 의원의 폭로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009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선박의 명명식 행사에 송 주필의 부인이 초청돼 밧줄을 끊은 것에 대해서도 “바로 옆에 있던 노던 재스퍼호는 그때 당시 대주주인 (민유성) 산업은행장의 배우자가 명명식을 거행했다”는 김 의원의 말을 전하며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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