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많고 연애도 잘하는 이유는 뭘까. 노래도 일종의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은 어느 집단, 모임에 가서나 수월한 적응력을 가진다. 인간은 본래 이야기를 지어내고 전하지 않으면, 또 이야기가 없으면 괴로워하는 짐승이라는 것이다. 

26일 미디어오늘 주최로 건국대 서울캠퍼스 새천년관에서 열린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스토리텔링(이야기)과 스토리텔러(이야기꾼)이 공진화해야만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 협동하고 신뢰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적응성이 높다는 ‘집단선택’에 관한 진화론을 소개하며 “어떤 부족은 강력한 문화적 산물, 작동 기제를 만들어 그걸 보조 기제 삼아 집단 규범과 가치를 유지한다. 이런 문화적 공진화를 만들어내는 기재가 바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26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미디어어오늘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이야기와 이야기꾼의 진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인간의 이야기와 이야기꾼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는 ‘사기꾼’이다. 인간은 일상적 상호작용에서 유리해지기 위해선 남을 조금이라도 속여야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거짓말할 수 있는 능력과 비례해 거짓말 탐지 기술도 발전시켜 왔다. 

이 교수는 “인간은 누군가 하는 말이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엄청나게 추론해 상대방의 진정성과 진실, 또는 기만의 의도를 탐지하는 데 노력한다”며 “사기꾼을 강렬히 미워하고 사기꾼을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처벌하지 않고 놔두는 다른 사람도 미워하는 행위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인간은 권력을 가진 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를 속이지 않을지 열광적으로 탐구하고 확인해 고발하는 일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단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듯이 권력자가 거짓말로 우리를 속이는 것을 열광적으로 찾는다”며 “이런 인간의 특성으로부터 ‘뉴스는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함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대의 뉴스는 새롭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라고도 말했다. 현재의 뉴스는 신화가 했던 이야기와 닮았는데 결국 모두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이고, 뉴스가 가진 신화적 하부구조는 오래전 조상들이 당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 교수는 “스포츠에선 언제나 영웅이 있고 올림픽은 영웅을 만들어내 소비할 수 있게 돕는 제도로 무수히 많은 영웅담을 만들어낸다”며 “남의 어려움을 도와줬더니 좋은 아이템을 얻는 등 신화의 근본적 줄거리 양식을 뉴스도 채용하면서, 동시에 사회가 왜 부패하고 망가져 가고 있는지 희생양 찾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뉴스는 권력에 대한 감시만 잘 해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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