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아닌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다. 미디어 업계의 관심은 어느 수준까지 기자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 지다. 현재 로봇 저널리즘은 같은 형식에 수치만 바꾼 기사를 1초 단위로 빠르게 찍어내는 수준이다. 기존 언론사들이 가진 노하우와 기술이 곁들여지면 로봇기자가 지금보다 더 넓은 저널리즘 세계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조석진 뉴트리션 이사(현 로봇저널 발행인)는 로봇 저널리즘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과 저널리즘 관점에서의 우려지점을 설명했다. 조 이사는 우선 로봇 저널리즘이 어뷰징용 기사 생산으로 악용되거나 무책임한 오보가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로서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 8월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조석진 뉴트리션 이사가 강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현재 로봇(알고리즘)으로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가 어떤 것인지 나열하는 수준까지는 기사 작성이 가능하다. 로봇저널에서 로봇이 쓴 실시간 검색어 기사는 현재 시점으로 각각 네이버와 다음에서 1위부터 10위까지의 실시간 검색어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조 이사는 “현재는 단순 나열에 불과하지만 조금만 응용하면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쓴 기사가 오보일 경우 책임은 누가 질까. 일반 기사의 경우 사실적 주장에 대해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는 해당 언론사에 반론보도 또는 정정보도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로봇이 쓴 기사의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조석진 뉴트리션 이사는 로봇이 기사를 작성하는 실제 과정도 자세히 전했다. 로봇의 기사 작성 단계는 크게 7단계다. 먼저 로봇에 데이터 수집 명령을 내리면 로봇은 데이터를 수집해 저장한다. 이 데이터 형식은 공공 API일 수도 있고 특정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형식일 수도 있다. 수집된 데이터 중에서 ‘이벤트’를 추출한다. 여기서 이벤트란 기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정보다.

추출된 이벤트를 이미 정해진 탬플릿에 넣으면 기사가 완성되는데, 여기서 기사 제목을 정하는 것도 로봇이 한다. 탬플릿은 쉽게 말해 사전에 만들어 놓은 문장이다. 사전에 만들어놓은 문장에 수치만 바꿔 데이터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로봇은 이 기사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목으로 뽑는다. 이렇게 기사가 제작돼 발행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인간’ 데스크도 검열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로봇저널’이라는 로봇 저널리즘 매체에서 공연과 행사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인 ‘Exhibition’은 공공 API에서 행사의 이름, 장소, 티켓 가격, 이미지 등의 데이터를 추출한다. 이미지가 전체 화면을 덮지 않도록 크기도 설정해야 한다. 만약 원 사이트에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해야 할 경우 해당 링크를 포함시킨다.

▲ 기본 탬플릿에 데이터를 넣어 발행한 기사(위)와 이 기사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탬플릿(아래).
빠르게 정보를 수집해 기사 형태로 만들어내는 ‘로봇’에게도 주의할 점은 있다. 조 이사에 따르면 하나는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사에서 쓸 수 있는 데이터인지, 출처가 믿을만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저작권 문제다. 기사에서 사용 가능한 저작물인지, 사용해도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로봇 저널리즘 구현에도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지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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