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비둘기 싫어해? 도시의 불청객이라고 생각해?” (비둘기 관련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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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선량한 풍속’에 어긋난 키스를 보고 계십니다”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 동성키스 장면 심의제재 사건)

‘닷페이스’의 모바일 동영상 첫 화면의 문구들이다. 동영상 첫 화면을 기존 언론의 헤드라인처럼 사용하되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을 끈다. 닷페이스는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모바일 동영상을 제공한다. 기존 언론의 헤드라인이 기사의 내용을 요약해 보여주는 것이라면 닷페이스의 동영상 첫 화면은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 닷페이스가 만든 콘텐츠의 첫장면들. 사진=조소담 대표
8월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와 동영상 문법 파괴’란 주제발표를 통해 닷페이스가 동영상을 만드는 원칙을 설명했다.

조소담 대표는 이 원칙을 △말 걸기 △똑같은 언어 사용하기 △같은 시점에서 이야기하기 △눈과 귀의 리듬에 맞추기라고 요약했다. 조소담 대표는 친구들의 소식이 뜨는 페이스북 안에서 선택되는 뉴스의 조건은 ‘나한테 말을 거는 뉴스’라고 설명했다. 

조소담 대표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내 친구의 소식과 뉴스 중 볼 것을 선택 한다”라며 “여기에서 뉴스가 선택되려면 더 개인적이고 더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말 걸기 방식의 뉴스 제공은 뉴스의 도달률을 높게 한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반응을 더 많이 보일수록 도달률이 올라간다. 

▲ 8월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강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예를 들어 터번을 썼다는 이유로 비행기에서 쫓겨났다는 남자의 소식을 전할 때, “어떤 남자가 터번을 쓰고 비행기에서 쫓겨났다”고 전한 ‘나우디스’(NOW This)뉴스의 공유수는 약 1만5000에 그쳤지만 “당신은 터번을 쓴 이 남자가 무섭나요?”라고 뉴스를 전한 알자지라의 공유수는 2만7000에 가까웠다는 것. 같은 뉴스라도 사용자에게 더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뉴스에 사용자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닷페이스가 뉴스를 만드는 두 번째 원칙은 ‘같은 언어 쓰기’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쓰는 언어와 놀이방식을 사용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닷페이스는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을 높이기 위해 농성했던 알바노조의 소식을 전하며 'faceswap 챌린지’ 기능을 사용했다. 이 기능은 사진에 등장하는 두 명의 얼굴을 서로 바꿔준다.

▲ 닷페이스가 알바노조의 최저임금 농성을 소개한 뉴스 콘텐츠.
조소담 대표는 “사람들이 노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콘텐츠를 만든다”며 “이는 모바일로 찍고 모바일로 노는 일이 생활화된 사람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점에서 이야기하기’ 방식도 비슷한 맥락이다. 콘텐츠를 제공할 때 뉴스를 제공하는 이의 시점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보는 사람의 시점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우선 1인칭 혹은 2인칭으로 뉴스를 전달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전달할 때, “새벽 1시, 나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살아남았다”라고 시작하는 식이다.

모바일 사용자를 의식한 콘텐츠는 시점뿐 아니라 뉴스의 전달 방식에도 적용된다. 일일이 뉴스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뉴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예컨대 닷페이스는 데이트폭력 상담전화 신설에 관한 뉴스를 전하면서 실제로 자신의 핸드폰에서 데이트폭력을 가하는 애인을 1인칭 시점에서 체험해보는 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 닷페이스가 데이트폭력 관련 뉴스를 전달하기위해 만든 콘텐츠.
이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스마트폰 공유 애플리케이션 ‘스냅챗’(snapchat)의 방식을 따온 것이기도 하다. 스냅챗은 타투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 부위를 카메라로 찍으면 그 부위에 타투가 새겨지는 어플 등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닷페이스가 사용하는 마지막 동영상 문법은 ‘눈과 귀의 리듬에 맞추기’다. 페이스북에서 3초 이상 컷이 바뀌지 않으면 지루하다는 사용자들의 말을 참고해 3초에 한 번씩 컷을 넘기거나 시선을 분산할 곳을 제공한다. 콘텐츠 속 폰트, 사진 등 시선을 분산할 곳을 여러 군데 놔두는 것이다.

조소담 대표는 “페이스북은 자신이 선택한 채널만 구독할 수 있는 기존의 플랫폼과 달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드에 뜨는 정보에 반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빠르게 선택하는 것이기에 문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를 만든 후 꼭 한 번 모바일로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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