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오는 9월1일과 2일 3차 청문회를 실시한다. 예산도 배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열리는 청문회다. 예상대로 정부는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됐으니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조위의 조사대상이기도 한 MBC는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보도했다.

특조위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제31조1항에 따라 9월1일부터 2일 양일 간 3차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홍보수석 시절 KBS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포함해 참사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영한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특조위는 또한 참사 관련 언론보도의 공정성,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언론인들을 대거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길환영 KBS 사장, 김시곤 KBS 보도국장, 김장겸 MBC 보도국장, 박상후 MBC 전국부장, 안광한 MBC 사장 등(직책은 세월호 참사 당시 기준)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MBC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23일 뉴스데스크에서 두 꼭지에 걸쳐 특조위 청문회 소식을 다뤘다. 하지만 <“3차 청문회 하겠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 기간 논란> <‘좌충우돌’ 특조위, 법 절차 어기고 ‘특별 조사’> 등 특조위의 조사를 문제삼는 내용이었다.

1. 조사기간이 끝나서 청문회 못한다?

MBC 뉴스데스크는 23일 리포트에서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세월호 특별법 부칙을 보면 특조위 위원의 임기는 2015년 1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 돼 있다”며 “조사 활동 기간은 1년이 원칙이고,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특조위의 조사 활동도 2015년 1월 1일 개시됐고 최장 1년 6개월인 조사활동은 올해 6월 30일 모두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MBC는 “반면 특조위 측은 예산 배정 등이 이뤄진 지난해 8월 4일이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이라는 입장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1년 6개월 뒤인 내년 2월까지 조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며 “8월부터 활동이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특조위 위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의 월급을 모두 소급해 수령해 갔다”고 밝혔다.

▲ 23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MBC는 마치 정부의 주장은 법적인 근거(세월호특별법 부칙)를 갖춘 것으로, 특조위 주장은 그냥 ‘주장’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부칙에서 특조위 위원 임기를 2015년 1월1일부터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세월호특별법 제7조는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6개월 이내 연장가능)고 나와 있다. 즉 특조위 기간에 있어 중요한 대목은 임기 시작점이 아니라 ‘구성을 마친 날’이다.

정부는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을 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특조위 조사기간은 6월30일에 끝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조사기간은 끝났고 종합보고서 및 백서 발간만 가능하다며 예산도 배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는 2015년 8월이 되어서야 특조위에 89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별정직 공무원들의 첫 출근 날은 7월27일이다. 즉 정부는 예산도 직원도 없었던 기간을 조사기간에 포함시켜 버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예산이 배정된 2015년 8월4일 혹은 공무원들이 출근을 시작한 7월27일 등을 조사 개시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MBC는 이런 맥락을 생략한 채 “특조위 위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의 월급을 모두 소급해 수령해 갔다”는 설명만 넣었다.

이런 보도 내용은 해양수산부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해수부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조위는 지난 6월 30일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되었으므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며 “증인·감정인·참고인이 출석하는 청문회는 명백한 조사활동으로, 조사활동기간 내에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사 특조위의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됐다 해도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 31조는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조사활동기간’에만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합보고서․백서 작성․발간기간’에 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도 않았다.  

특조위는 24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청문회는 특조위 활동기간이 최종적으로 종료되기 이전이라면 ‘조사활동기간’이든, ‘종합보고서․백서 작성기간’이든 관계없이 필요시 개최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해수부의 주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탈법적 논리다. 정부가 해수부를 앞장세워 합법적 청문회를 불법적인 것으로 낙인찍음으로써, 증인들의 청문회 불출석이라는 불법행위를 합리화하고 선동하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2. 특조위가 ‘조사기간 연장’을 주장하니 모순이다?

MBC는 또한 23일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 “조사 기간이 남았다고 말하면서도 조사 기간 연장 등을 주장하며 농성하고 있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특조위는 조사기간 연장이 아니라 ‘조사기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조위는 7월27일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의 단식 농성 시작을 알리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조사활동 보장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도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조사방해 활동 중단과 특조위 조사활동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이석태(오른쪽)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이 단식농성 이틀째인 7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농성장을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로 ‘조사활동 보장하라’는 문구가 써 있다. ⓒ포커스뉴스
‘특조위 기간 연장’은 정치권에서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특조위 활동이 이미 종료됐음”을 전제로 하는 말로 중립적인 표현이 아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이석태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법적 해석으로보면 (조사기간) 연장도 아니다. 정상적 기간 보장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올해 연말까지 조사기간을 연장해서 제대로 조사하게 해달라, 그런 정도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MBC는 이를 혼동해 사용하며 특조위가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듯이 보도했다. 

3. 특조위가 법 절차를 어기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23일 특조위가 법적인 절차를 어기고 있다는 톤으로 보도했다. MBC는 “특조위 직원들은 법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상태로 출근을 하고 있다. 이석태 위원장이 6월 30일 전에 직원들 신분연장이나 재임용을 요청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사안”이라고 밝혔다. 

▲ 23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MBC는 또한 “특조위는 올 하반기 예산 104억 원을 신청할 때에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예산담당공무원들이 활동기한 문제를 들어 반대하자 권한도 없는 위원장 비서관이 예산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은 특조위 조사기간이 언제까지인가라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 정부가 활동기간이 종료됐다고 버티고, 이에 공무원들이 같은 입장를 취하자 위원장 비서관이 예산을 요청한 것이다. 정부가 6월30일이면 조사기간이 끝난다고 하는데 직원들 재임용을 요청했어야 한다는 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특조위가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해 9월 임명을 요청한 진상규명국장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았으며 특별법에 따라 배정해야 할 공무원 48명 중 19명을 아직도 배정하지 않고 있다. MBC 보도에는 이런 정부의 방해활동은 등장하지 않는다. 
 
4. 특조위가 정치적인 공세를 한다?

MBC는 특조위 청문회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MBC는 “다음 달 3차 청문회에도 문화방송 사장과 임직원에 대해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데 다른 뜻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순수한 의도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공세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라는 한 변호사의 말을 전한다. 

MBC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다른 리포트에서 엿볼 수 있다. MBC는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과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히 그동안 전혀 출석 요구 등을 하지 않았던 김장겸 문화방송 보도본부장도 느닷없이 증인에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5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 보도의 공정성·적정성 조사”는 특조위의 업무 중 하나다. 공영방송 MBC 보도의 공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당시 보도 담당자들을 부르는 데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걸까. 게다가 안광한 사장과 박상후 전 전국부장 등은 조사를 위한 특조위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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