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당청 관계”를 예고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당내 중진의원에게 당청 관계에 있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필로스의 승리,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며 “언론 1면을 장식하는 현안인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가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주호영 의원은 이어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당은 살아남지 못한다”며 “지도부는 그런 점을 심각하게 재고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의원은 “당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걱정이 앞선다”며 “내년 정치일정상 선거가 많이 있는데 국민만 보고 국민 뜻을 전하고 받드는 길로 가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대표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 간담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나경원 의원은 “당이 때로는 질서 있게 움직여야 하지만 당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며 “우리가 국민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안타까움이 있지 않나하는 우려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날인 23일 호남을 향한 이정현 대표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좋은 행보지만 지금 가장 국민이 관심 있어하는 현안에 대해 지난주에 ‘용기있고 정의로운 대표가 돼 달라’고 한 말처럼 좀 더 당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으면 한다”고 당 대표의 역할을 강조했다.

선출직 지도부 중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의원은 “지난 19일 당 원로고문단과 당대표가 함께 오찬을 한 자리에서도 많은 고문들이 현재 복잡한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해줬다”며 “정부와 여당 관계에서 쓴소리와 단소리를 다해야 당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잘하겠다”고 말했다. 지도부 일원으로서 ‘잘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치 현안 문제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중진 의원들과 같은 기류로 평가된다.

이정현 대표는 정치 현안에 대한 중진들의 쓴소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정현 대표는 “많은 분들의 쓴소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여당은 야당하고 분명하게 글자가 틀리다”며 ‘정권을 만든 공통책임’을 강조했다.

이정현 대표는 그러면서 “129명 국회의원이 입법부, 3권 분립이 돼 있고 방송 출연이나 SNS 등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거기에 대해 누구도 제재를 가하거나 제약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어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보이는 해와 구름, 비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한 작용도 있다. 바람이 보이지는 않지만 늘상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고 말해 당청의 물밑 협상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

한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 계정에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을 언급하며 “선출직이든 공직자든 임명권자는 국민이고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자신을, 자신이 몸 담은 조직을, 나라를 위태롭게하는 사람”이라며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적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이후에도 우병우 민정수석에 사퇴를 압박하는 글을 페이스북 계정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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