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답은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만들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이지만, 특별수사팀장은 사실상 '우병우 라인'이고, 팀의 보고체계상 외압 가능성도 크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특별수사팀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동아일보는 수사팀에 신뢰를 보냈고 '대우조선해양비리' 기사를 통해 물타기에 동조하는 ‘마이웨이’를 걸었다.

특별수사팀이 공정해? 도로 ‘우병우 사단’

검찰은 23일 특별수사팀을 만들고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정보유출 수사를 함께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판단에는 검찰의 고민이 드러난다. 청와대는 가이드라인을 보냈지만, 평소처럼 수사하기에는 우병우 사단으로 채워진 검찰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정부에 우호적이던 일부 언론도 등을 돌렸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경향신문은 "특별수사팀으로 결론낸 것은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라며 "검찰인사와 수사에 영향력이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피의자에 해당하는 사건인 만큼 어느 부서가 처리해도 개입 논란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또 "수사력이 뛰어난 팀을 꾸리는 것은 정권에 대항 항명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반면 우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검찰 스스로 주장해온 정치적 중립과 수사독립성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눈치를 본 결과 가장 비판을 덜 받을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특별수사팀이 청와대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 특별수사팀장은 우병우 라인

첫째,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된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우 수석과 친분이 깊다. 윤 팀장과 우 수석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이고, 2010년 우 수석이 대검수사기획관일때 윤 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윤 팀장은 지난해 12월 대검 반부패부장에서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우 수석이 인사 감정을 맡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겨레는 "윤 고검장은 검찰 고위간부 가운데 우 수석이 가장 믿을만한 인사 중 하나"라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 말을 전했다.

특히 두 사람은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때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윤 고검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지휘했고 우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대검찰 창구였다. 결국 국정개입의혹은 ‘찌라시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화살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겨눴다.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결론을 두 사람이 낸 것이다.

2. 윗선 지시 잘 듣는 검사?

둘째, 윤 지검장이 맡은 수사 역시 정권의 입맛에 맞았다는 점 역시 향후 독립적인 수사가 이뤄질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경향신문은 "2012년 2000억 원대 횡령혐의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 등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외압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지검장은 2010년 김상곤 경기교육감에 대한 무리한 기소로 참여연대가 ‘정치검사’로 꼽기도 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수사팀장을 맡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소속 김모 과장을 구속기소했지만 수사 자체가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3.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팀 체계

셋째, 특별수사팀 구성의 문제다. 과거 정권의 특별수사팀과 이번 특별수사팀은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는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특별수사팀은 수사자체를 팀장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청와대나 법무부 등에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우병우, 이석수 수사팀은 인선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이 개입할 수 있고 과거보다 독립성이 떨어지는 구조여서 외부입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특별수사팀장은 검찰총장에게 직접보고 한다"면서 "법무부를 통해 수사대상인 민정수석에게 수사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꼬리 자르기’ 논란이 불거진 이번 수사팀과 비슷한 방식이었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역시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체제였다.

조선일보의 ‘분노’, 동아일보의 ‘물타기’

이처럼 한겨레, 경향은 물론 조선일보, 중앙일보도 특별수사팀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동아일보는 청와대의 '물타기'에 동조하는 마이웨이를 걸었다.

동아일보의 특별수사팀 구성 관련 기사제목을 "사실상 검찰총장이 직직접 지휘... 편파수사 없다 의지표명"으로 뽑았다. 관련 내용을 다른 언론의 기사 "우병우가 발탁한 고검장이 우병우 수사"(경향신문) "우병우 라인에 맡긴 우병우 수사"(한겨레) "우병우, 이석수 특별수사팀 외압차단 가능할까"(조선일보) “수사팀장도 우병우 사단 평가... 공정한 수사 이뤄질까”(세계일보)와 거리가 있다.

동아일보는 검찰 수사에 신뢰를 보냈다. 동아는 특별수사팀에 대해 "우 수석, 이 특별감찰관과 인연이 없는 차장, 부장급 및 평검사들로 팀원들을 인선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병우사단이 이번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른 언론이 적극적으로 제기한 의혹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동시에 동아일보는 “특별감찰관실, 감찰자료 무더기 폐기… 무슨 정보 담겼나”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앞두고 자료를 대량으로 폐기했다며 증거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동아는 "박수환 대표, 유력 언론인에 우호적 기사청탁여부 조사"기사를 크게 내보내며 "사회지도층 유착비리로 커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소환조사하면서 유력 언론사 간부에게 우호적 기사를 실어달라고 청탁했는지 확인했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다. 사건 자체를 기사화할 수 있지만,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유력언론사 간부는 조선일보 간부로 확인됐다. 사실상 조선일보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청와대의 의도에 부합하는 내용의 기사인 것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특별수사팀의 문제를 거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설에서 ‘공동수사’의 문제점을 짚었다. 조선일보는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통화내용은 정보누출이 아니라 통상적인 취재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이런 통상적인 일을 국기문란이라면서 우 수석 의혹과 나란히 세워 수사한다면 의도적인 본질 흐리기" "지엽말단인 이 감찰관 문제로 우 우석의 의혹을 덮으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선은 또 "언론 등 부패 기득권과 좌파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고 그 본질은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 "자기들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언론을 공격하던 사람들과 똑같은 행태"라고 맞받아쳤다.

새누리당도 ‘반발’ 이정현은 ‘침묵’

까도 까도 문제가 나오는 양파남 우병우 수석의 인사검증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신분을 속여 징계를 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를 검증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실검증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도 불만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한겨레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한 영남지역 의원은 "이렇게까지 음주운전 사고 문제가 불거진 이철성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새누리당의 한 서울의원 역시 "우 민정수석을 보호하려 과도하 반응을 하며 사실상 분노의 정치를 하고 있다.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새누리당 대선주자들도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승민 의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의혹제기와 사퇴요구를 마치 정권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우 수석은 국민신뢰를 잃었다. 현직에 있으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정현 의원은 민정수석 퇴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경향신문은 "그가 대표로 선출된 것은 도로 친박당이 되더라도 대통령과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대통령 홍보수석과 다를 바 없는 행보 뿐이다" "어떤 여당대표도 취임 초반부터 이처럼 청와대에 굴종한 사례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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