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캘리포니아 LA 특집에서 계속해서 반복된 말은 “몰랐다”였다. 이번 LA 특집에서 멤버들은 LA 곳곳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관련된 장소를 지나쳤다.

안창호 선생의 아내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혜련 여사가 살았던 USC 한국학 연구소, LA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한국계 이민자들의 공로를 세워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라 이름 지은 코리아타운 우체국, 안창호 선생의 장남 안필립의 이름이 찍힌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안창호 선생의 이름을 딴 광장 등을 지났지만 멤버들은 이 투어의 주제가 무엇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설명을 듣고 난 후 멤버들은 하나같이 “몰랐다”, “시청자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몰지각하게 보였을까”, “몰라서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양세형 씨는 “사실 그 누가와도 몰랐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자신들이 지나온 역사적 장소가 안창호 선생과 관련됐다는 설명을 듣고 난 무한도전 멤버들은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사진=MBC 무한도전 캡쳐
실제로 방송 초반에 할리우드 거리에서 멤버들이 한국인의 사인을 찾는데 도움을 줬던 한 한국인 남성도 이병헌씨와 안성기씨의 사인이 있는 곳은 알았지만 안필립씨의 사인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지켜보는 시청자들 가운데서도 설명이 나오기 전에 이 특집이 안창호 선생과 관련됐다는 걸 안 이들은 드물었을 것이다.

특집은 하나하나 안창호 선생에 대해 설명한다. 이는 ‘도산 안창호’를 독립운동가로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 그의 업적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주인 필립 안 커디 씨에 따르면 안창호 선생은 LA로 와 인삼을 파는 한국인 상인들을 보고 협회를 조직해 서로 협력하자며 미주 한인의 리더로 나아갔다. “가장 어려운 일을 성공시키려면 가장 쉬운 것부터 풀어야한다”는 안창호 선생 정신의 시작이었다.

▲ MBC 무한도전 캡쳐.

이후 안창호 선생은 한인들과 함께 오렌지 농장,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번 돈 절반 이상을 독립운동가들에게 전달했다. 지금으로 치면 약 5억 원의 돈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마련하는데 사용됐다.

특히 그 시절 안창호 선생이 오렌지 농장에서 양복을 입고 서있는 사진은 유명하다. 필립 안 커디에 따르면 안창호 선생은 미국인 등에게 한국인의 이미지를 좋게 각인시키려고 없는 살림에도 항상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후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공립협회의 회원이었던 전명운 의사는 독립운동가 장인환과 함께 친일파 외교관 스티븐스를 총으로 쏴 죽인다. 친일 외교관 스티븐스는 평소 식민정치를 지지하며 “한국 백성은 어리석어 일본이 지배하는 게 낫다, 일본이 지배하지 않으면 러시아 등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막말을 일삼았다. 이 사건은 1년 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의 계기가 된 사건이다. 

안창호 의사는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배후로 지목, 붙잡혀 40일간 고문을 받기도 했다. 필립 안 커디 씨가 한국을 찾았을 때 윤봉길 선생의 손녀와 만났을 때, 윤봉길 선생의 손녀는 “우리 할아버지 때문에 당신의 할아버지가 감옥에 가게 돼 미안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한다.

▲ 방송 내내 무한도전 멤버들은 "몰랐다"는 말을 반복한다. 사진=MBC 무한도전 캡쳐
이 외 안창호 선생의 업적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은 연신 “몰랐다”,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에 눈시울을 붉히는 멤버도 있었다. 이에 필립 안 커디 씨의 통역을 맡은 알레인 김 역시 “괜찮다. 나도 몰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번 무한도전 특집은 ‘역사를 알지 못하는’ 연예인 멤버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한 설명을 들은 멤버들은 “이런 것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최근 AOA의 설현과 지민, 소녀시대의 티파니 등 역사의식이 부족한 발언을 한 연예인들에게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할 정도로 거센 비난을 퍼붓는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무한도전에서는 모두가 "몰랐다"고 말한다. 안창호와 관련된 기념 장소를 4~5곳 지나면서 한 곳도 몰랐던 이들에게, 네티즌들은 비난을 퍼부을 수 있을까?

역사를 모르는 개인에 비난을 퍼붓기보다 한국의 역사 교육에서 독립운동가 등의 업적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지, 혹은 독립 운동가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기념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고 비판을 해야 한다.

일례로 대한민국에는 상해나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기념기관이 없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는 현재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위한 후원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후원하기] 게다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60%는 고졸 이하 저소득층으로 가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독립운동가 아들은 어떻게 연좌제로 인생을 망쳤나)

▲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 안필영씨. 사진=MBC 무한도전 캡쳐
무한도전 멤버들을 만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 안필영 씨는 시청자들에게 남기는 말로 “기억해주세요”라는 말을 전한다. 그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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