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신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유해성을 주장한 인터넷 글을 줄줄이 삭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무분별한 정치검열을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18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오픈넷,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NCCK 언론위원회, 미디어기독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청과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 제21조 4호에는 방통심의위의 직무에 대해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에 대해 시행령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 중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포괄하고 있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계속 받았다. 

                                                                                                                                      ⓒiStock
방통심의위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은 이보다 더 추상적이다. 심의규정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회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정보’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심의위가 ‘삭제’ 결정했던 세월호 사고 국정원 개입설이나 ‘메르스 괴담’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등 정부를 비판했던 내용을 비롯해 이번 사드 유해성 관련 글까지 모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심의 대상이 됐다. (관련기사 : 방통심의위 노조도 반발하는 사드 유해성 글 삭제 결정)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방통심의위는 그간 경찰청 등과의 공조로 ‘사회질서 혼란’이라는 심의기준을 적용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정부 측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의 표현물들을 다수 삭제하고 여론을 통제했다”며 “이는 심각한 반민주적 행태이자 국론통일을 강요하던 시대로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심의위의 시정요구가 가능한 경우를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 근거 법률인 방통위 설치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더 이상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심의위가 자의적이고 정치적 심의를 못 하도록 심의위의 시정요구 권한을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한 ‘불법정보’로 한정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안하고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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