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1주년 경축사가 역사인식 논란을 볼러왔으나 정작 공영방송은 대통령 발언을 받아쓰는 데 급급했다.

15일 지상파 공영방송 메인뉴스는 첫번째 리포트와 두 번째 리포트에 대통령 경축사를 배치하는 ‘땡박뉴스’를 보였고, 두 보도 내용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의 첫 번째 리포트는 각각 “북 주민‧간부 향해… ‘통일은 행복의 기회’” “통일은 북 주민에 새로운 기회 될 것”이고, 두번째 리포트는 KBS “‘할 수 있다’ 강조…‘비관‧증오 안 돼’”, MBC “자기 비하 대신 긍정의 정신 되살려야”다.

첫번째 리포트에서 KBS와 MBC는 대통령 발언 중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라는 대목을 화면에 내보냈고, 부연설명도 비슷했다. “북한의 간부와 주민들에겐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KBS)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MBC)

▲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를 다룬 KBS, MBC, JTBC의 메인뉴스 톱 2개 리포트 화면 갈무리.

이들 방송은 두 번째 리포트에서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를 탓하는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 KBS는 “한국 현대사의 자랑스런 성취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가자는 강력한 호소”라고 평가했으며 MBC 역시 “긍정적 발상으로 공동체 발전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KBS와 MBC는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한류 홍보영상을 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청년층의 현실문제를 외면했고 △남북문제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고 △위안부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국절을 기정사실화 했다.

백보 양보해서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수 있다고 하더라도 안중근 열사가 하얼빈 감옥에서 순국했다는 발언은 명백히 사실과 달랐다. 민언련은 “과거 전두환 군부 독재 시절 ‘땡박뉴스’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 구색 맞추기로 한 마디씩 들어갈 법한 간단한 지적조차 KBS와 MBC보도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다못해 15일 TV조선 뉴스쇼판도 대통령 축사 관련 보도에서 “박 대통령은 광복절임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남북대화, 이산가족 문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에서 순국했다는 경축사 오류에 대해선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 15일 TV조선 '뉴스쇼판' 화면 갈무리.

건국절 논란을 제대로 조명한 방송은 JTBC 뉴스룸이 유일했다. JTBC는 첫 리포트를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건국절 논란’으로 뽑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정사실화하는 건국절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이고,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논쟁거리인지 짚은 것이다.

JTBC 뉴스룸은 첫번째 리포트 “‘건국절 논쟁’ 불붙은 광복절”에서 “김영관 전 광복군 동지회장이 청와대 오찬에서 임시 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 일이라고 건국절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오찬에서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을 향해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JTBC 뉴스룸은 다음 리포트에서 “건국의 기점을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정부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뉴라이트 등 보수층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JTBC는 또 "대통령이 논란이 있는 사안을 지난해에 이어 공식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건국절 제정론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주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JTBC는 건국절 논란을 “정체성의 문제”로 지적한 뒤 “헌법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참고: 민언련 방송모니터 보고서: 71주년 광복절, 땡박뉴스로 돌아간 방송사들(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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