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아이돌 AOA 설현과 지민이 방송에서 안중근 의사를 두고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말한 것과 스마트폰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검색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일었다.

어떻게 안중근 의사를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를 이유로 대중과 언론은 맹비난을 가했고 ‘설현’, ‘안중근’, ‘지민’ 등 관련 키워드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어뷰징(실시간 검색어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해 조회수를 높이는 행위) 장사에 나선 언론들은 다시 개떼처럼 마녀사냥에 참전했고 논란은 확대‧재생산됐다.

“설현, 韓홍보대사 논란…위원회 ‘현재, 교체 계획 無’”, “설현, 안중근 사진보고 긴또깡?…‘역사 인식 부족’” 등의 기사는 물론이고 “광고 대세’ 설현, ‘안중근 발언’ 논란에…광고 수입 ‘빨간불’”, “‘안중근 의사' 발언 어수선한데…AOA 설현 지민 ‘굿 럭' 뮤비 티저 공개”처럼 본질과 무관한 기사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설현과 지민이 사과문을 올리고 나서야 ‘광기’는 수그러들었다. 

AOA 사건을 ‘광기’로 지칭한 까닭은 15일 박근혜 대통령을 대하는 여론과 대중의 반응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했는데, 민망하게도 팩트가 틀렸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하얼빈 기차역’에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으며 순국한 곳은 ‘하얼빈 감옥’이 아니라 ‘뤼순 감옥’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해당 부분을 ‘뤼순 감옥’으로 정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분의 넓은 양해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국가의 수장이 안 의사와 관련한 기초적 사실도 몰랐다는 사실은 감출 수 없었다. 

AOA 때 여론의 잣대로 봐도 이번 대통령 발언은 만만치 않은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발언의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마냥 실수로만 웃고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언론과 대중은 연예인엔 가혹하고 대통령에는 관대하다. 

가수 티파니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렸다. 티파니는 지난 14일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 무늬가 들어간 사진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고 이후 사진을 삭제하고 친필 사과문을 올렸다. 

티파니의 경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사진 게시에 직접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이들은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반면,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지난한 싸움과 고통의 세월이 고작 10억 엔으로 퉁쳐지는 상황에 대해서 언론은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는 어떠한가. 세금을 받아먹고 사는 자들의 후진적 역사 인식에는 왜 사과문을 받으려 하지 않을까.

광복절을 ‘건국절’로 둔갑시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깔아뭉갠 박 대통령에 대해 오죽했으면 한 독립운동가가 면전에서 “역사 왜곡”이라고 일침을 가할까. 

언론이 사소한 것에만 옹졸하게 분노하는 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역사 무식에 대해 국민 앞에서 머리를 조아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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