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유해성을 주장한 인터넷 게시글을 계속해서 ‘삭제’ 결정한 것에 대해 심의위 사무처 직원들도 위헌적 심의제도 남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1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또 사드 유해성 관련 인터넷 게시글 5건을 삭제하라고 시정요구 결정했다. 

지난달 경북 성주군이 사드 배치 부지로 확정된 후 성주 주민들을 비롯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거세졌고,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방부는 사드 전자파가 100m 앞까지만 인체에 유해하고 비인가자 출입금지 구역인 3.5㎞까지는 괜찮다고 했지만, 군인을 포함해 레이더기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고환암과 뇌암, 백혈병, 혈액적 이상, 면역 이상, 우울증, 불면증 등이 보고된다는 해외 조사결과도 있어 유해성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사드 유행성 관련 인터넷 글 12건을 ‘사회통합과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정보’라는 이유로 삭제 의결했다. 이는 대부분 경찰청의 삭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관련기사 : ‘사드 전자파 위험’ 인터넷 글 줄줄이 삭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지부장 오하룡 )는 11일 “삭제된 게시글이 과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만큼 명백하고 현실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치주의에 반하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의지해 공론의 장을 파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탈법치주의적 심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신심의 규정의 ‘사회적 혼란’, ‘현저히 야기할 우려’라는 요건이 규제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구체화돼 있지 못해 위헌 소지를 내포하고 있고, 심의규정 상 ‘최소규제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0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일명 허위사실유포죄)’를 형사처벌했던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명확성 원칙 위반’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방통심의위지부는 “현행 통신심의 규정에 충실하자면 잘못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순수 공익 목적’의 게시글도 정쟁의 대상이 된다면 국민은 침묵해야 하고, 은폐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해 오로지 ‘진실만을 적시’한 표현 역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면 언제든 국가기관으로부터 지워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목적’과 ‘진실성’ 여부마저 묻지 않는 현행 심의규정은 ‘위축효과’를 넘어 마치 전체주의 사회에 사는 것과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심의위는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국민의 생존을 지킬 권리이자 알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심의위가 국가권력을 대신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봉대에 서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유 의원은 “국가권력과 행정기관이 나서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를 원천 봉쇄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정한 방향으로만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통신심의제도를 국가 검열을 위해 위헌적으로 남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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