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지난 4일 탈당자수를 발표하고 “탈당한 580명 중 대부분은 정의당이 메갈리아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오해 때문에 탈당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발표에 따르면 정의당 논평 사건이후 8월 3일까지 총 580명이 탈당했고 이중 57%에 해당하는 334명이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입장에 반대한다’고 탈당사유를 밝혔다.

반면 ‘당내 젠더감수성 불만’을 사유로 밝힌 탈당자는 20명(3%)이었고 그 외 사유를 미기재하거나 기타 사유로 탈당한 이가 226명(38%)이었다. 사유를 미기재한 이들은 어떤 입장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메갈리아에) 당이 좀 더 선을 그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 당장 안나온다고 해서 당을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의 논평 철회 이후 탈당한 이들의 사유는 두 가지로 갈리는 가운데 정의당은 “메갈리아에 찬성하냐며 질책을 한 분들이 더 많다”는 통계를 내놓은 것이다.

▲ 정의당 탈당 현황. 사진출처=정의당 당원게시판
이를 두고 최근 당을 탈당한 당원은 “남성 당원이 훨씬 많은 정의당에서 이런 통계를 내놓는 것은 다른 사유로 당내에서 싸우는 당원들에 대한 협박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8일 정의당에서 1년간 활동한 이후 탈당한 당원 이 아무개 씨를 인터뷰했다.

-정의당 입당 이유와 탈당한 이유는?

정의당이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이라서 선택했다. 당 활동은 1년 정도 했다. ‘중식이밴드’ 사건과 이번 논평 논란 이후 정의당이 위기를 처리하는 방식을 보고 큰 실망을 했다. 젠더감수성이 굉장히 낮았다. 그리고 논란이 일어나도 그걸 토론하거나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흐지부지 넘어가려고 하는 게 매번 같았다.

-정의당에서 탈당한 사유 중에는 젠더감수성에 대한 문제의식보다 ‘메갈을 옹호한다’는 사유가 더 많다고 하는데?

사실 정의당은 ‘남초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수적으로 남성들이 훨씬 많다. 정의당 총 당원수가 3만 5천 명 정도 되는데 여성 당원은 1/3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의당에 따르면 당원 34000명 가운데 24000여명이 남성, 10000여명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은 더 심하다. 입당 직후 신입당원 모임을 갔는데 총 40명 중에 여자는 나 포함 3명이었다. 어쩌면 남초현상은 당연한 걸 수도 있다. 통계에 이런 부분도 영향이 있지 않았겠나.

-정당이 탈당 당원에 대한 통계를 발표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당원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통계 공개 이후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마치 협박처럼 느껴진다. 젠더감수성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여성주의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이렇게 많이 탈당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앞으로 조심해라’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남성당원과 여성당원의 수가 크게 차이나는 상황에서 남성당원의 탈당이 훨씬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똑같이 비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탈당 사유를 적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 않냐. 그런데 그런 분석 없이 “메갈리아 옹호에 불편해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말을 하는 것은 반대 입장은 비주류이니 그냥 조용히 하라는 것 같았다.

▲ 김자연 성우는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고 자신의 트위터에 인증했다. 이후 넥슨은 김자연 성우의 게임 내 목소리를 삭제하고 성우를 교체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노동자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내보였다고해서 노동환경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논평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당차원에서 이 논평을 철회했다. 사진=김자연 성우 트위터
-당에서 어떻게 해결했어야 한다고 보는지?

관련 사안 때문에 곧 토론회가 있을 거라는 걸 들었다. 토론회도 중요하지만 우선 당 차원에서 스탠스를 확실히 하고 젠더감수성이 부족한 당원들에 성 인지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아니면 차라리 ‘남성 노동자들의 당’임을 천명하던가 해야 한다.

지금 중앙당은 변명으로 점철된 애매한 입장 내놓고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양 쪽 다 잃고 있다. 그러니까 한쪽에서는 ‘메갈당’일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진보아재당’이라고 한다. 한쪽을 잃더라도 원칙을 확실히 해야 지지자들도 모이고 빠지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기 위해서는 당규 및 절차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의당이 어떤 의제에 대해 정확히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인터넷 게시판에 목소리가 큰 쪽을 잃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당론을 정하는 것 같다.

중앙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면이든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도 그냥 넘어가 버리면 기시감 드는 사건이 크든 작든 계속될 것이고 정의당은 또 다시 모래알이 될 거다.

▲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 심상정 상임대표, 이정미 의원, 윤소하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젠더감수성의 문제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 그때그때 대중의 입맛에만 맞게 당론을 형성하는 게 문제다. ‘중식이밴드’사건이나 넥슨 논평 사건은 이런 중앙당의 허술한 체재가 확연하게 드러난 계기였다.

소통문제도 있다. 진보정당 치고는 꽉막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막혀있는 부분이 젠더 이슈다. 일부 당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크다고 그게 곧 당론인 줄 안다. 당이 목소리 큰 당원들이 진보정당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제재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당이 당원을 잃을까봐인지 정확한 당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진보정당인 정의당 내에서 여성주의적 목소리가 작은 이유는 여성주의를 옹호한다고 하면 마치 커밍아웃이 되는 것처럼 억눌린 분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갈리아에 대해 성과는 성과대로 인정하고, 잘못은 잘못대로 인정하는 ‘비판적 지지’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해도 토론이 불가능한 분위기다. 적어도 당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 할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당의 노력도 필요하다.

-‘정의당은 페미니스트 당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페미니즘 또한 진보운동이다. 그런데 정의당은 여성보다는 노동자 권리가 훨씬 더 우선됐다는 느낌을 준다. 심지어 이번 넥슨 논평 사건은 노동 문제였는데도 마치 메갈리아와 관련된 일이라면 전후 맥락을 불문하고 무조건 잘못됐다는 당내 분위기가 있었다. 이번 일은 ‘중식이밴드’ 사건처럼 흐지부지 넘어갈 일이 아니다.

-앞으로 당적을 바꿀 것인지?

탈당했지만 사실 당원게시판은 계속 봤다. 안 보려고 해도 트위터나 커뮤니티를 하면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사실 일주일 정도 전까지는 정말 회의적이었고 탈당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의당 내 여성주의적 목소리를 내며 싸우는 분들을 많이 보았고, 다시 고민하고 있다. 

사실 여성주의적 목소리를 내면 공격을 당할까봐 무서워서 나도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탈당을 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 메갈리아의 맥락이나 여성주의적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싸우는 걸 보고 그분들과 같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입당을 할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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