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친구가 이상형 누구냐고 물어봐서 도티님이라고 했는데 친구가 라이벌이 늘었다고..ㅋㅋㅋ”

성인들에게 도티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연예인이 아니다. 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MCN 크리에이터로 10대들에게는 뽀로로 못지 않은 ‘초통령’이자, 10대판 ‘무한도전’을 제작하는 콘텐츠 제작자다. 팬 카페 회원만 8만 명에 달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100만 명이 넘는다. 올리는 영상들은 기본적으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는 인터넷방송은 크리에이터나 MCN이라는 용어가 생소한 시절부터 있었다. 그런데 유독 도티가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그는 최적의 게임을 찾았고, 10대의 특성을 이해하며 소통을 했고, 데이터 활용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렸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나희선(도티)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 총책임자를 만났다.

- 왜 마인크래프트를 방송에 담게 됐나
“보통의 게임과는 다르다. 마인크래프트는 특정한 스토리를 따라 가는 게 아니라 세계관을 창작자가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획, 연출, 촬영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스튜디오로 보면 된다. 대학 다닐 때 방송사 PD를 준비했던 경험이 마인크래프트로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구독하는 소비습관이 자리잡은 10대들이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기도 했다.”

▲ 도티의 마인크래프트 방송화면. 마인크래프트는 스토리를 따라거거나 단순히 대결을 펼치는 게임이 아니라 '심시티'처럼 직접 세계관과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게임이다.
- 게임중계를 하는 인터넷방송은 많았는데, 도티의 차별성은 무엇이었나
“다른 크리에이터들의 주력 플랫폼은 아프리카TV였고, 이들은 유튜브를 다시보기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부수적으로 활용했다. 반대로 나는 주력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선택했다. 아프리카TV는 라이브 스트리밍 전문 플랫폼이고 유튜브는 완결된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다르다. 실시간 경쟁을 해야 하는 아프리카TV의 콘텐츠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이 많고 자극적이다. 반면 유튜브는 콘텐츠의 완결성이 더 중요하다. 유튜브에 걸맞게 완결된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었다.”

-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는 어떤 스타일인가
“극이 있는 콘텐츠, 다시 말해 상황극이 가장 인기가 많다. '꿀벌대소동' 같은 작품을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하고, 다양한 시리즈들을 만들고 있다. 퀴즈를 풀거나 미니게임을 하고, 무한도전처럼 추격전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런 콘텐츠는 이용자 입장에서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한계다. ” 

- 스토리텔링이라면 전통미디어가 훨씬 더 잘 하지 않나?
“상황극을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전통미디어는 10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10대들의 언어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자캐(자기 캐릭터)를 만드는 등 10대들만의 문화가 있다.  대화를 할 때 어미가 다른 식으로 소통방식도 다르다. 그걸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마인크래프트의 ‘네모네모’(레고처럼 각이 진 캐릭터와 배경의 특성)한 면과 아기자기한 스타일 역시 10대들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 10대들의 소통방법을 알기 위해 공부를 한 건가?
“공부를 많이 했다. SNS도 페이스북을 하지 않고 10대들이 많이 하는 카카오스토리를 썼다. 10대들이 포스팅한 글들을 읽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읽고 리액션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처음 방송을 시작한 4년 전 이미 28살이었으니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접점을 찾았다. 시험을 준비하는 것처럼 공부하고 정답 맞추는 게 아니라 실제 방송을 하면서 피드백을 통해서 성장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10대들과 소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콘텐츠 총책임자
-10대들의 콘텐츠 소비습관은 어떤 점이 다른가
“적극성이 다르다. 10대는 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알아서 찾아간다. 20대만 해도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긴 해도 직접 채널을 구독하고 팬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20대 이상은 스스로 콘텐츠를 찾는 게 아니라 TV에서 나오는 콘텐츠 중에서 맘에 드는 건 발견하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대를 대상으로 했을 땐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콘텐츠로 소통을 해야 한다.”

-10대들은 전통미디어(레거시미디어)를 어떻게 바라보나
“그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는 TV나 영화관이 아닌 유튜브에 있다. 이 친구들이 성장해서 문화트렌드를 선도하게 되면 TV 앞에 앉아서 리모컨을 누르고, 영화관에 가는 것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즐기는 걸 더 선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기존 미디어도 체질개선을 하고 이들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10대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TV를 전혀 안 보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기성세대와 달리 인터넷 콘텐츠는 질이 떨어지고 TV콘텐츠가 질이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채널을 갖는 게, 전파를 갖는 게 유의미한 게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맞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 직접 데이터관리를 했다고 들었다
“공부를 많이 했다. 유튜브 관련 책 집필을 돕기 위해 데이터 관리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6개월간 매주 1~2회씩 구글에 출근도장을 찍으면서 유튜브와 구글에 대한 공부를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콘텐츠의 질이지만 콘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대충 던져놓기만 하면 아무도 안 본다. 발견되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걸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 데이터관리는 어떤 식으로 하는건가 
“제목 하나를 쓸 때도 모바일 환경에서는 PC와 노출되는 글자 수가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최적화된 글자수를 체크했다. '더보기'를 눌러도 되지 않아도 나오는 텍스트 내에서 핵심설명을 담으려고 했다. 태그도 중요하다. 유사콘텐츠와 매칭이 잘 되도록 관련검색어와 인기키워드를 활용하면 노출량에 차이가 발생한다. 동일한 소재의 영상을 시리즈로 만들거나 재생목록을 만들고 섹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이때 예쁜 이미지를 써야 한다.”

- 시청패턴도 일일이 파악하나
“이탈률을 분석한다. 유튜브 영상이 10분짜리면 10분 동안 이용자들이 어떻게 시청하는지 그래프가 나온다. 스킵하면 그래프가 아래로 떨어지는 식이다.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어떤 진행이 재미가 없구나’ ‘여기선 긴장감을 더 줘야겠구나’라는 판단이 든다. 이걸 일일이 체크하지 않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은데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이용자 반응에 따라 내용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 초창기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었을 것 같은데, 이용자가 급증한 계기가 있나
“밑빠진 독에 물을 부으면 아무것도 안 남지만 유튜브는 누적된다. 지금도 내가 4년 전 처음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 이 생태계가 주목받으면서 ‘성공비결’을 많이들 찾는데 중요한 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5년, 10년 정성껏 성실하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대박’ 한방이 아니라 ‘소박’을 계속 터뜨려야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유튜브도 최근에 올린 영상이 압도적으로 조회수가 높고, 예전 영상의 집중도는 떨어진다. 다만 유튜브는 주제가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동영상, 관련 동영상으로 매칭하는 기술이 좋다. 예전 영상이라도 좋은 영상이 있으면 트래픽이 올라가는 구조다.”

- 아직도 MCN 산업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다
“이 산업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확실하다고 본다. 북미권에서는 디지털 공간이 개인 창작자들로 채워지고 있고 오프라인에서 실감할 만큼 크리에이터들의 인기가 많다. 콘텐츠 방향성의 미래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콘텐츠 시장이라는 게 기존의 방송과 영화처럼 투자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어느 정도 편견을 깨고 있다고 생각한다.” 

▲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캐릭터 브랜드 '샌드박스 프렌즈'를 런칭하기도 했다.
- 전통 미디어와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현재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채널인 애니맥스에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를 그대로 송출했는데 채널 내 시청률 1위가 나왔다. 프리미엄 콘텐츠를 바라보는 기존의 기준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존 미디어와 어떻게 현명하게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통미디어도 체질을 개선하고 우리도 콘텐츠 고도화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거다.”

- 장기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기존에 확보한 독자들과 함께 늙어갈 건가. 아니면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를 맞이할 건가?
“학교선생님이 될 것인가, 아니면 친구가 될 것인가의 문제다. 학교선생님은 그 자리에 계속 있고 학생들은 같이 늙어간다.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는 게 최선이겠지만 정답을 모르겠다. 우선, 핵심채널에서 10대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서브채널로 새로운 세대들을 유입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나희선 대표는 8월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스토리텔링의 진화'에 출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편집자 주.)

http://special.mediatoday.co.kr/conference/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2016 저널리즘의 미래 : 스토리텔링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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