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2014년 세월호 참사 그리고 2016년 사드 배치 논란, 그때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정부를 비판했고 각자의 요구를 부르짖었다. 동시에 그들은 한결같이 언론을 욕하고 손가락질 했다. 이유는 똑같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언론이 반영하지 않고,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만 쏟아낸다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은 언론사 앞에 쓰레기 더미를 쌓아놓거나 방송사 앞까지 찾아가 항의를 쏟아냈고(2008년 촛불집회), 기자들을 ‘기레기’로 부르며 취재를 거부하거나 현장에서 쫓아냈다.(2014년 세월호, 2016년 사드 배치) 그때마다 언론은 괴담, 외부세력 운운하면서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언론은 여론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여론은 언론에 냉담하다. 언론이 정말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탓일까? 미디어오늘은 최근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언론이 경북 성주군 주민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는지 살펴봤다. 성주군 사드 배치가 확정된 13일(조간신문은 14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를 조사 기간으로 했다.

신문 중에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을 대상으로 했고 지상파 3사도 각 방송사의 메인뉴스만 대상으로 했다.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 채널A, MBN, JTBC도 저녁 메인뉴스를 기준으로 기사 내 취재원을 추출했다.

이중 성주 군민들을 추렸다.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도 성주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위원회 관계자도 성주 군민에 포함시켰다. 김항곤 성주군수, 배재만 성주군의장,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사는 사드와 관련된 보도 대부분을 포함시켰다. 다만 방송에서는 한중간 외교적 문제에 따른 보도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 편집자주

보도의 방식

사드 관련 언론보도 경향을 보면 조선일보 등 이른바 보수성향의 신문들, 지상파 방송뉴스, JTBC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 뉴스는 경상북도 성주로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몇 차례의 변곡점을 드러낸다. 일단 13일, 국방부가 사드 배치 부지를 발표했을 때 이들 언론은 사드는 찬성하지만 내 지역은 안된다는 TK(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기심, 그리고 사드 배치 선정과정에서 관계당국이 보여준 졸속행정과 일방성 등을 비판하면서도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첫 번째 변곡점은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했을 때 드러난다. 이날 국무총리에게 물병과 계란 세례가 쏟아졌고 총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성주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러자 이들 언론은 총리가 ‘감금’되면서 국정 공백상태에 놓였다고 주장하거나 외부세력, 이른바 전문시위꾼들이 사드 반대 투쟁에도 개입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18일, 일부 기자들이 국방부와 함께 미국 괌 사드기지를 방문하고, 여기서 전자파가 기준치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보도를 쏟아내면서 동시에 사드 배치와 배치 이후 전자파 등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붙인다.

그러다가 21일 성주 군민들이 상경해 집회를 열었고, 군민들이 파란색 리본을 달고 비교적 평화로운 집회를 이어가자 이들 언론은 잘했다고 칭찬한다. 외부세력들이 성주 군민들의 일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고 평화롭게 반대하라는 취지의 보도다.

그리고 이후, 여전히 성주에서는 사드 반대 여론이 상당한데 현재 언론에서는 보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 사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데, 보도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아예 보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새로운 이슈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반면 JTBC나 한겨레, 경향 등은 검증보도가 많았다. 사드 배치의 효용성과 외교관계, 정부의 졸속행정과 일방성 등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계란·물병 논란과 관련해서도 ‘감금’, ‘참담한 국민의식’ 등의 단어를 선택한 앞의 언론과는 달리 한겨레와 경향 등은 ‘당신이 와서 살아라’, ‘버스 고립’, ‘계란 세례’ 등의 순화된 단어를 선택했다.

이미 사드가 배치된 일본의 상황도 전하면서 사드 배치에 따른 문제점을 전하기도 했다. JTBC의 경우 이 과정에서 번역오류가 발견돼 홍역을 치러야 했다. ‘괴담’ 보다는 불신을 자초하는 정부를 비판하고 현장 기사와 현장 연결(JTBC)을 통해 현장의 분위를 전했다. 물론 이들 언론도 현재 사드 배치 부지 발표 초기에 비하면 기사량이 많이 줄었다.

한겨레에 등장한 성주 군민 총 53회, 조선일보 16회

기사가 객관적이라면 이들 언론의 논조가 눈에 띄게 차이 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똑같이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성주 주민들이 조선일보 기자를 만날 때와 한겨레 기자를 만날 때 전혀 다른 얘기를 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언론이 어떤 취재원을 만났으며 취재원의 신원이 드러나있는지를 알아봤다.

일단 언론의 사드 관련 보도를 살폈다. KBS는 36건, MBC는 30건, SBS는 21건, TV조선은 40건, 채널A는 34건, MBN 33건, JTBC 40건, 조선일보 93건, 중앙일보 79건, 동아일보 77건, 한겨레 95건, 경향신문 76건이다. 한겨레가 보도량이 가장 많고 SBS가 가장 적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의 뉴스 제작방식이 달라 단순비교는 무의미하고 보도의 품질과도 무관하다.

언론은 사드 배치 소식을 전하면서 많은 취재원을 활용했다. 언론사 별 취재원 활용도를 보면 기사 1건 당 등장하는 취재원의 수(직접 인터뷰를 했거나, 취재원이 공개석상에서 한 말을 담았을 때)를 분석한 결과 MBC는 평균 2.80명, KBS는 2.13명, SBS는 2.45명, TV조선은 2.15명, 채널A는 2.00명, MBN은 1.84명, JTBC는 2.07명, 조선일보는 3.13명, 중앙일보는 2.50명, 동아일보는 2.07명, 한겨레는 2.66명, 경향신문은 2.81명이었다.

언론은 대체로 2~3명의 취재원을 기사 혹은 리포트에서 활용했다. 다만 이중에는 국회 대정부 질의 과정에서 질문하는 의원과 응답하는 국무위원들 다수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취재원의 수가 3명을 넘는다고, 2명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를 기준으로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분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그래픽=이우림 기자
그렇다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군민 외 국민들에게 ‘외부세력’이라 지칭하는 언론은 정작 얼마나 많이 ‘내부인’인 성주 군민들의 목소리를 들었을까?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성주 군민들이 언론에 비판적인 이유는, 정작 당사자인 군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데 있기 때문이다.

취재원 중 성주 군민들의 비율을 조사해본 결과 KBS는 14.26%, MBC는 19.85% 수준이었다. 반면 SBS는 32%로 꽤 높은 비율이었다. 다만 SBS는 기사 건수 자체가 타 지상파에 비해 적고 따라서 취재원의 상대적 숫자가 부족한 편이다.

종편을 보면 TV조선은 16.27%, 채널A는 19.11% 수준이다. 이 두 채널은 각각 14차례, 13차례 성주 주민들이 뉴스에 등장했다. 반면 MBN은 성주 군민이 불과 5차례 등장한다. 총 취재원 인용 횟수가 61회이니 그 비율은 8.19%에 그친다. 또 다른 종합편성채널인 JTBC는 성주군민이 23차례 등장하고 취재원 대비 성주 군민의 비율은 27.71%에 이른다. 성주 군민들이 많이 뉴스에 나왔고 꽤 높은 비율로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총 16차례 성주 군민이 등장했고 비율은 7.51%다. 중앙일보는 총 12차례 등장에 비율은 9.02%, 동아일보는 총 17차례 등장에 평균 12.78%다. 경향신문은 총 14차례 등장에 평균 8.43%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겨레는 무려 53차례 성주 군민이 등장했고 비율은 30.11%에 이른다.

물론 사드 검증보도가 오로지 주민의 목소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취재원이 등장할 수 있고, 성주 주민들의 등장 비율이 보도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의 취재원은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다. 성주 군민들이 등장한 보도의 대부분도 사실 성주 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 위원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접 지역에 가서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경우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또 하나, 성주 군민들이 등장할 때 이들의 신원이 드러나는지 살폈다 대체로 13일 14일의 경우 언론에서 주민들의 실명이 많이 거론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주민들의 이름이 익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겨레의 경우 실명 등장이 30회, 익명 등장이 23회였다. 대체로 성주 군민들을 인터뷰해서 실명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JTBC의 경우 팩트체크에 한 성주 군민으로 등장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21명 전원이 실명이었다. 방송 뉴스의 특성이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KBS는 익명 4건, 실명 4건, MBC는 익명 4건 실명 4건, SBS는 익명 2건 실명 4건, TV조선은 익명 5건 실명 6건, 채널A는 익명 5건 실명 7건 등이다. 방송에서 익명은 이름을 숨기고 음성을 변조해 인터뷰를 한다든지, 공개석상에서의 발언이지만 뒤 돌아 서 있는 모습을 내보낸다던지 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신문의 경우 익명성이 매우 심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익명 10건 실명 2건, 동아일보는 익명 13건 실명 4건, 경향신문은 익명 7건 실명 7건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일보인데, 연합뉴스와 인터뷰해 외부세력 논란을 일으킨 이재복 전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장 등 위원회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성주 군민으로 추정되는 16건 모두 익명 처리했다. 김모씨, 이모씨 혹은 한 성주 주민의 식이다.

재미(?)있는 취재원들

KBS는 13일 “왜 성주에 배치?…‘군사적 조건·주민 안전 고려’”리포트를 내보낸다. 그런데 이 리포트 시작 전 앵커가 “경북 성주는 군사적 효용성과 주민들의 안전 주변국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를 위한 최상의 입지라는 게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의 설명”이라고 말했는데, 정작 관계 당국 어디인지, 전문가 누구인지가 기사에 없다. 그래서 관계 당국 하나, 전문가 하나로 포함시켰다.

MBC는 20일 “검찰, 사드 배치 설명회서 ‘북핵 두둔’ 여성 수사”라는 엄청난 보도를 내보낸다. 한 여성이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을 당시 마이크를 잡고 북한을 ‘저희’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보도에 그런 발언이 안 나오고 그냥 기자가 그 여성이 그렇게 말했다며 읽는다. 이 확인할 수 없는 취재에 보수단체 대표가 나와 “들은 사람은 다 북한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성주 외부세력 개입 보도를 지속해왔다. 그런데, 막상 사드 배치관련 일반 시민을 인터뷰할때는 성주 군민이 아닌 사람과 인터뷰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엔 사드’…어김없이 등장한 전문 시위 단체와 괴담들”리포트에서는 뜬금없이 서울 성산동에 사는 주민을 인터뷰했다. “확산하는 ‘사드 괴담’…참외미사일도 등장” 보도에서는 서울시 목동 주민을 인터뷰했다.

TV조선은 16일 “사전 공청회 한번도 안해…정부의 늑장대응에 뿔난 ‘성주’”리포트를 통해 성주 현장의 민심을 전했다. 이 보도에서는 3명의 군민들과 이재복 전 위원장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날 동시에 성주 군민들이 총리를 감금했다는 보도를 내놓는다.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외부세력 개입 논란을 보도하는데, 결국 18일 이후 성주 주민들을 인터뷰 한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미디어몽구의 영상에는 성주 군민들이 TV 취재차량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비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채널A도 14일 “사드 괴담 확산에 대통령 직접 진화” 리포트에 성남시 주민, 서울 삼선동 주민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괴담’이 성주 외곽에도 확산됐기 때문일까? 18일에는 “사드 대책위에 성주 군민은 2명뿐?”보도를 내보냈는데 사드 대책위가 외부세력으로 채워졌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이 리포트에 이렇다 할 근거가 없고 사드저지투쟁위가 “국회 회동만 함께 했을 뿐 서로 관련 없는 조직”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널A는 보도로 사드 투쟁위가 외부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MBN은 성주 군민이 리포트에 등장하는 경우가 총 5회에 불과했다. 그런데 일본에 배치된 사드 기지 인근 주민들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무려 10차례 등장한다.

조선일보의 경우 성주 군민 뿐 아니라 공식석상에서 한 발언이 아니면 대체로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한 안보전문가, 군 소식통, 정부 당국자, 외교가, 안보 부서 관계자, 군내 일각과 같은 식이다. 취재원의 익명화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지만 다소 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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